2023-11-21

기적의도서관 20년을 추억하며 미래를 생각한다

저자소개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

 


순천기적의도서관이 스무 살이 되었다. 2003년, 첫 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순천시에 건립되고 문을 열기까지의 그 뜨거웠던 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 시간이 흘렀다.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우리 사회에서 도서관의 기적, 새롭고 혁신적 도서관 문화의 첫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지난 20년 동안 하루하루 그 의미와 가치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면서 여전히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오늘도 20년 전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있음에 감사하다.


순천기적의도서관 20년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에 있어서의 의미를 분석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순천기적의도서관은 순천시에 자리한 기적의 도서관 한 곳이라기보다는 그 이후 계속해서 개관한 다른 지역의 기적의 도서관을 선도하는 도서관이다. 따라서 지난 20년은 물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함에 있어 순천시의 도서관을 넘어 ‘기적의 도서관’ 그 자체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도서관이 될 수밖에 없으니, 기적의 도서관 전체를 아우르는 논의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기적의 도서관 20년  


20년 전 기적의 도서관 이야기는 그 몇 년 전 있었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문화 부문에 대한 관심이 컸다. 2000년 처음으로 문화부 예산이 정부 예산의 1%를 넘어섰다. 김대중 대통령은 늘 ‘문화는 21세기의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하면서 문화에 주목하셨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문화 부문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문화 활동을 주목하면서 서로 협력의 계기들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런 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1999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문화기반 시설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에 대한 운영 상황에 대한 시범 평가를 실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여러 분야 관계자/전문가들이 함께 다양한 문화기반 시설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부문들 간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가 넓어지면서 이후 여러 가지 협업의 기반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문화계 사람들은 문화 부문 시민운동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1999년 드디어 문화 부문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당시 정식 명칭은 문화개혁시민연대를 결성한다. 문화연대는 이후 우리나라 문화 부문에서 강력하고 활발한 시민 단체로서 성장해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문화연대 초기에 그 소속으로 ‘도서관출판위원회’가 있었다. 출판과 도서관도 문화의 한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목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출판계와 도서관계 관계자들이 모여 더 나은 출판과 독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논의하고 여러 사업들을 구상했다. 위원회는 다른 여러 시민 단체들과 함께 2000년 3월 도서관 도서구입비 증액 캠페인을 전개한다. 그러다가 2001년 2월 국공립 도서관과 학교도서관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펴나가기 위한 ‘지식인 100인 선언’을 한다. 이를 계기로 2001년 6월 2일 문화연대와 한국도서관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이 함께 ‘공공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을 결성하게 된다. 단체 이름이 너무 길었고, 일부 언론 등에서는 국민운동‘본부’라고도 썼다. 얼마 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으로 명칭을 정리하고 ‘책읽는사회문화재단’으로 불렀다. 단체는 어떤 중심체를 두고 이끌어 가는 곳이 아니라 모두 9개 시민단체가 시민들 스스로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로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기 위해 모인 연대체였다. (몇 년 후 9개 참여단체 중 한 곳 ‘학교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는 해산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2001년 11월부터 MBC 「!느낌표」와 함께 매달 책을 1권씩 소개하고 그 책을 매개로 시민들을 만나는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재미와 감동, 그리고 책 판매 수익금을 사회에 기부하는 방식이 결합하면서 당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느낌표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방송은 2004년 5월 1일까지 약 2년 6개월 정도 진행되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방송국은 기부금을 바탕으로 2003년부터 드디어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도정일 교수가 「시네21」에 쓴 「시카고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 열풍」2001.9.5.이라는 칼럼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마침 공익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김영희 PD가 이 글을 읽고 도정일 교수에게 방송 프로그램을 제안해서 시작된 것이다. 김영희 감독은 나중에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책, 책, 책’은 4년 전 영국 유학시절, 수시로 책을 읽는 영국인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기획했죠. 좋은 책을 많이 읽자는 의도였지, 책을 많이 사보자는 것은 아닌데 선정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문화권력’ ‘책을 희화화한다’는 비난과 오해도 받았지만 도서관 설립으로 이제야 제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풍부한 책을 맘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으면 어린 시절부터 독서가 생활화되고 국가경쟁력도 키워지죠” (「경향신문」 2003.2.26. ‘기적의 도서관’ 짓는 MBC ‘느낌표’ 김영희PD)  2003년 7월 19일 청와대를 방문하고 고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의 의미와 중요성을 선보이기도 했다.



2003년부터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기적의 도서관 설립의 실무를 맡았다. 설립을 요청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았다. 그들과 협의하고 건축가고 정기용, 조건영와 함께 대상지를 방문하고, 지역의 활동가나 주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방송국과 협의해서 기적의 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확정하는 일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과 간사는 늘 거리에서 매일의 일상을 살아야 했을 정도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방송국, 지자체, 시민들의 수많은 수고 끝에 2003년 11월 순천기적의도서관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자,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와~ 도서관이,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실제로 보자 시민들의 열광과 열망은 더욱 커졌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우리나라는 기적의 도서관 열병을 앓았다.


그렇게 이 땅에 도서관의 기적이 된 기적의 도서관이 등장하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2003년 순천과 제천, 진해 등 3곳에서 문을 연 이후 2004년 서귀포, 제주, 청주, 울산북구 등 4곳, 2005년 금산, 2006년 부평, 2008년 정읍, 2011년 김해, 2015년 도봉, 2018년 부산강서, 2019년 구로, 2020년 공주, 2022년 여주, 2023년 인제 등 17곳에서 기적의 도서관은 쑥쑥 자라고 있다. 현재 부산진구와 삼척시에서 건립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지난 20년은 기적의 도서관이 이 땅의 도서관 문화를 바꾸어 온 시간이었다. 기적의 도서관의 설립 취지와 그 과 정 등에 대해서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책읽는사회문화재단 홈페이지와 고 정기용 건축가의 책 『기적의 도서관: 정기용의 어린이 도서관』현실문화, 2010, 각 지역 기적의 도서관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도서관 역사에 있어 기적의 도서관의 의미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도서관 현장에 끼친 영향은 무엇보다도 어린이 도서관의 필요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크게 개선한 것이다. 필자는 2003년 하반기에 정부에서 도서관 건립비 지원 업무를 담당한 직원에게서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도서관 건립비 지원을 요청한다고 하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공공도서관 건립은 더 이상 필요 없어졌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실제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동안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60여 곳이 건립되었다. 그만큼 방송에서 본 기적의 도서관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실질적인 영향을 주었다.


기적의 도서관으로 촉발된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실제적인 확충은 2007년 개정된 「도서관법」에 공공도서관 범주 아래에 ‘어린이에게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어린이 도서관’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데 기여했다. 아 쉽게도 2022년 12월 8일 다시 전면 개정된 「도서관법」에서는 어린이도서관이라는 명시적인 구분은 사라지고 대신 공공도서관은 ‘어린이,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족 등에게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을 포함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일들이 기적의 도서관 영향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적의 도서관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지역과 시민 활동 영역에서 노력하고 있던 활동가나 운영자들의 노력과 결합하면서 이들과 어린이도서관을 정책의 전면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즉, 이전까지 민간 영역에서 주로 이뤄졌던 어린이도서관 사업이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는 기적의 도서관이 도서관계에 가져온 혁신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공간모델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으로 설계하면서 온돌마루나 아가방, 이야기방, 오목공간이나 입구 세면대 등 어린이에게 맞춘 공간 구성은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였다. 비로소 이용하는 어린이나 사람에게 맞춘 공간을 직접 볼 수 있었기에 당시 사회에 준 신선함과 충격은 이후 도서관 건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도서관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원칙은 같으나 정기용 건축가와 조건영 건축가 두 분이 표현해 낸 건축 방식은 서로 달랐다. 도서관 사서 등 운영자 관점에서 두 건축가의 방식에 대해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했으나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한 상황이다. 두 번째 혁신은 운영 모델이다. 민관 협력과 지역주민이 다양한 형태로 참여해서 만들어 낸 새로운 거버넌스 모형을 선보였다.


순천기적의도서관 경우에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순천시가 협약을 통해 운영위원회에 관장의 임면추천해임 또는 면직의 경우 포함에 관한 사항을 다룰 권한을 부여하였다. 현재의 「순천시 기적의 도서관 설치 및 운영 조례」 제8조위원회의 기능 제8호로 그 정신과 실천이 유지되고 있다. 당시로서는 물론 지금도 이런 민관 협력 방식은 매우 신선하고 혁신적 조치다. 다만 다른 지역 기적의 도서관의 경우에는 이러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데, 당초 민관 협력 모델 관점에서는 순천시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건립 이후 운영 방식에 있어 추진주체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직영 운영과 위탁 운영 방식이 혼재되었다. 그래도 순천시의 경우 서로 잘 협력했고 시민단체와 시민 호응도도 높아 당초 의도대로 새로운 방식의 운영 모델을 구축하고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세 번째 혁신은 프로그램 차원에서 어린이들을 즐거운 상상의 나라로 이끄는 매혹적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통해 도서관이 창조적 프로그램의 거점이자 가치창조의 기지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네 번째 혁신은 도서관과 지역사회 관계를 새롭게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대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자체와 동등한 주체로서 모든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기 시작했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계기로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서관 정책의 변화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순천시가 ‘도서관 도시’를 표방한 이후 자연스럽게 도서관이 지자체 정책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전과 후,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또는 행정에서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고, 실제로도 도서관 건립과 운영 등 전반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도서관 문화가 정착되었다.



기적의 도서관의 미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서 변화를 해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스스로 변화를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기적의 도서관의 미래 또한 기적의 도서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노력을 통해 현실이 될 것이다. 도서관의 미래는 이용하는 시민들의 미래다. 따라서 시민과 도서관/사서가 현재와 미래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 어떻게 대응하고자 하느냐가 미래의 모습을 좌우한다. 도서관은 늘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도서관 운영 방식과 서비스를 혁신하면서 미래를 새롭고 신선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기적의 도서관은 더욱더 그렇게 도서관과 시민,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도서관, 특히 어린이도서관 분야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민간의 역량으로 기존의 기적의 도서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새로운 도서관을 늘려가고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시대와 사회, 그리고 도서관계의 발전 등에 따라 기적의도서관 프로젝트도 새로운 비전과 사업 방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이미 2018년 개관한 ‘부산강서기적의 도서관’부터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서 성인들까지도 포괄하는 종합적인 공공도서관으로서 운영되기 시작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2016년 ‘도서관의 미래를 탐구하는 모임’을, 2018년부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따른 인간성 상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더 심화된 지역간, 계층간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심화, 저출생과 초고령화, 민주주의 사회의 공동체성 상실 위기 등의 시대적 상황에서 과연 기적의 도서관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 했 다. 다시금 기적의 도서관의 초심을 확인하면서도 새로운 시대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사회의 문제와 과제를 적극 대응하고 해결하는 시민과 함께 하는 도서관으로서의 새로운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물론 여전히 고민과 논의를 계속하면서 기적의 도서관 전체의 입장과 함께 각 지역의 상황까지도 고려해서 새로운 기적의 도서관의 지향과 내용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현재진행의 과제이다. 앞으로 기적의 도서관은 스스로를 혁신하면서 어린이도서관을 넘어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유네스코UNESCO 공공도서관 선언이 제시한 전 지구적인 공공도서관의 사명과 목적을 공유하면서 구체적으로 시민들에게 모든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최적의 방식으로 제공하는 지역사회 지식과 정보의 중심체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그동안 기적의 도서관 2.0 시대를 고민하며 논의했던 것들이 공식적으로 기적의 도서관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새로운 비전과 서비스 내용으로 명확하게 정립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언택트/온택트, 새로운 표준의 시대, 고령화와 인구감소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초연결, 초지능의 시대, 디지털 자원전자책과 오디오북, 각종 영상자료, 온라인 자료 등의 확대라는 시대 상황에 맞서 개인과 마을, 공동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공동체 활동을 강화하고 개인과 지역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빅데이터 구축과 활용, 큐레이션, 생애주기별 서비스, 개인화 서비스 등를 강화해야 한다. 탄탄한 공간과 시설, 인력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 더해서 온라인 서비스도 강화 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거나 개발해 제공하고 정보/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공간은 복합화하면서 창작공간으로 성장해야 한다. 라키비움Larchiveum,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을 말한다. ─ 편집자 주으로의 전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서관 운영의 한 주체인 전문사서와 도서관의 주도성을 확보해야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의 새 기술과 장비 도입이나 주기적인 공간 개선, 새로운 서비스나 프로그램 개발과 시행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한 운영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기적의 도서관들은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일상적으로 상호 긴밀하게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기적의 도서관으로서의 가치와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옹호애드보커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끝으로 기적의 도서관의 성격 규명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기적의 도서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기 도서관의 성격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도서관은 도서관 정책과 행정을 규율하고 있는 「도서관법」에 따라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 전문도서관, 특수도서관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공공도서관은 몇 가지 법률에 따른 의무가 있다. 시설과 자료, 사서직원 배치 기준이 있고, 공립으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경우에는 사서직원으로 관장을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기적의 도서관은 이전에는 없던 형태의 어린이 전용 도서관으로서, 무엇보다도 민관협력 방식으로 건립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기존의 도서관 운영 방식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최종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 채납해 직영 또는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도서관법」의 규정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여러 논의를 거쳐 기적의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아닌 ‘설립기관·단체의 소속원 또는 공중에게 특정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도서관봉사를 제공함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전문 도서관, 즉 어린이에 대한 전문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린이전문도서관’으로 성격을 정리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기용 건축가께서 ‘대한민국의 위대한 아줌마들’이라고 존경을 표한,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해 온 이들이 새로운 ‘어린이전문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기적의 도서관 성격 규명은 민관협력의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기적의 도서관이 도서관계 범위 안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할 수 있다.


기적의 도서관 초기, 도서관의 성격 규명과 관련해서 필자는 2004년 1월 31일부터 2월 15일까지 순천기적의도서관 운영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1기 기적의도서관 학교’에서 ‘우리나라 도서관에 대한 종합적 이해’라는 강의를 통해 우리나라 도서관 상황 전반을 살피면서 우리나라 도서관 문제도서관을 공부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와 그 해결방안으로 어린이도서관을 주목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도서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인식을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즉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도서관을 이용해 본 경험을 착실하게 가져 본 아이들이라면 성장해서도 도서관을 바르게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그런 기대가 어린이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기적의 도서관이 전문도서관이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도서관 구분 방식에 따르면 ‘기적의 도서관’은 전문도서관이다.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그들에 대한 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좀 더 깊은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어린이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가 큰 호응을 얻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건립 후 공공도서관과 같은 범주에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기적의 도서관’을 공공도서관으로 하기에는 공공도서관으로서 지켜야 할 몇 가지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공립의 도서관이라고 하면 관장은 사서직이어야 하며, 시설과 장서, 인력 모두에 있어 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립적인 공공도서관은 특정한 대상을 설정해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적의 도서관’이 기존 공공도서관 등 도서관 구조 속에서 어떤 지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일단 전문도서관으로 시작해서 지역 내에서 새로운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 「기적의 도서관 학교 자료집」, 74~75쪽


이제 기적의 도서관은 어린이 도서관의 새로운 비전과 운영의 미래를 기획하고 실험하고 확산하는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성격을 재규정할 것을 제안한다.


한 사회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현재를 보려면 시장으로,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가보라고 한다. 기적의 도서관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한곳에 담아 시민들의 삶을 평안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변화시키는, 공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공간이자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20년 전 홀연히 이 땅에 나타나 도서관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따스한 희망과 변화, 성장을 만들어 온 기적의 도서관은 이제 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도서관으로서 늘 스스로 혁신하는 도발적인 도서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순천기적의도서관 20주년 기념 백서 『기적답게, 스무 살』(2023)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