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30

면 단위 도서관에서도 도서관의 기적은 가능할까


2022년 3월 22일에 문을 연 여주기적의도서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습니다. 인구 6천 명의 작은 면 지역에 들어선 기적의도서관에서는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요? 농촌 지역에 들어선 도서관의 기적은 가능할까요? 여주기적의도서관의 박송연 사서와 김민수 사서를 만났습니다.


여주기적의도서관의 박송연 사서와 김민수 사서.


― 여주기적의도서관이 개관한 지 일 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3만 3천 명이 도서관을 방문하셨군요. 도서관이 있는 세종대왕면의 인구 6천 명인데, 방문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박송연 ┃  기적의도서관 공간이 워낙 독특하고 분위기도 좋아요. 여주시 도서관 중 기적의도서관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이용자들도 그렇게들 말씀하세요. 세종대왕면뿐만 아니라 시내나 다른 읍면에서도 많이 오세요.


― 이용자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박송연 ┃  계단 열람 공간과 2층 구석의 마루를 좋아하세요. 두 곳 모두 신발을 벗고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특히 2층 마루 공간은 햇빛이 잘 들고 경치가 좋으면서 구석진 곳이라 인기가 많아요.


― 계단 열람 공간은 원래 강연이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계획했는데, 소음 관련 민원이 생길까 걱정했습니다. 어떤가요?


박송연 ┃  계단 열람 공간에서 저자 강연이나 이용자 교육, 클래식 공연, 전시 등을 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아요. 행사 전에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민원은 없어요. 오히려 행사를 하는지 모르고 도서관에 왔다가 참여하는 분들도 계세요.


김민수 ┃  계단 열람 공간이 있어서 1층과 2층이 연결된 느낌이에요. 1층과 2층을 오가는 데 심리적인 부담이 적어요.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이 1층에만 있는데도 불편하다는 민원이 없어요.


여주기적의도서관의 계단 열람 공간.


여주기적의도서관의 2층 마루 공간.


―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박송연 ┃  40~60대는 주로 책 읽으러 오시고 20~30대는 취업이나 자격증 공부하러 오세요. 세종대왕면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오세요. 이천시와도 가까워서 이천 시민들도 찾아오시고요.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용자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박송연 ┃  도서관에서 메타버스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관련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했는데, 한 학생이 빠지지 않고 참여했어요. 그 학생의 부모님은 사교육 대신 시립도서관 프로그램만 참여시킨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서관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하셔서 저희를 볼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그 학생이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주최한 코딩대회에서 입상했는데, 고맙다고 두유 한 박스를 사 왔더라고요. 도서관에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 여주기적의도서관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건 무엇인가요?


박송연 ┃  북 큐레이션과 ‘추억의 명작 만화’ 코너요. 북 큐레이션은 여주시립도서관 사서들이 함께 모여 주제를 정하고 책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해요. 홀수달은 일반도서, 짝수달은 아동도서를 선정해요. 아동도서는 큐레이션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호응이 좋아요.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도서관에 견학하러 왔을 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주변 어린이집에서는 연간 일정에 도서관 견학 일정을 미리 잡아놓기도 해요. 만화 코너에서는 『풀하우스』나 『슬램덩크』 같은 예전 만화부터 최신 웹툰까지 다양한 만화를 볼 수 있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화를 보며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 기적의도서관 개관 후 지역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박송연 ┃  이곳 세종대왕면에 문화시설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는데 도서관이 생겨서 주민들이 정말 좋아하시죠. 도서관이 어린이집과 학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역할도 하고 있어요.


김민수 ┃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졌어요. 면내 아이들이 방과 후에 갈 만한 곳이 많지 않잖아요. 아이들은 도서관이나 문화생활을 하려면 여주 시내까지 나가야 했는데,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겨서 다들 좋아해요.


여주기적의도서관.


여주기적의도서관의 북 큐레이션.


― 여주기적의도서관이 다른 시립도서관과 구별되는 특별한 점이 있나요?


박송연 ┃  어린이실 안에 있는 ‘꼼지락이야기방’이요. 책을 읽어주거나 자석 놀이도 할 수 있고 가족 단위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다른 시립도서관에는 유아 자료실에 책 읽어주는 공간은 있지만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있지는 않거든요. 아이들과 부모 모두 좋아해요.


― 여주기적의도서관은 청소년 특화 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적은 지역이라 의외라고 생각하는데, 청소년 특화 사업은 어떻게 운영하고 계시는가요?


박송연 ┃  면 내에 초등학교가 3개와 중학교 1개가 있는데, 졸업생의 3분의 2는 시내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해요. 시내가 교육환경이 더 좋거든요. 세종대왕면에는 교육·문화인프라가 많지 않아요. 이런 지역일수록 더욱 도서관을 통한 다양한 문화 경험과 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도서관을 통해 책을 보기도 하고 독서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문화생활도 할 수 있으니까요. 도서관이 있으니 지역에 대한 아이들의 자긍심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이 지역 청소년들은 학교 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방과 후에 도서관에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도서관에 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인근 학교들과 협력해서 학교 단위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학기 중에는 도서관 이용 교육과 북큐레이션 체험 등 학교도서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진로수업과 국어수업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어요. 방학 때도 학교도서관과 연계한 방학 독서캠프를 운영하고 있어요.


김민수 ┃  어느 지역이든 마찬가지일 텐데 청소년의 도서관 이용도가 낮아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청소년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박송연 주사님께서 ‘청소년 한 달 한 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독서록에 기록하는 방식이에요. 이 프로그램에 청소년의 도서관 이용도가 많이 높아졌어요. 작년부터는 여주교육지원청과 연계해서 청소년 주간을 도서관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주기적의도서관을 어떤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박송연 ┃  아이들이 많이 오는 도서관이요. 자주 들락날락 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어요. 어르신들도 많이 오시면 좋겠어요. 노인정에만 가지 마시고 도서관에도 자주 들르셔서 편하게 이용하시며 책도 읽고 친구분들도 만나시고 했으면 좋겠어요. 


김민수 ┃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찾아올 수 있는 도서관이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청소년 코너를 많이 활용하고 특히 청소년 문학을 많이 읽게 하고 싶어요.

 


★ 인터뷰 및 글 : 서동민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