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4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의로운 선택

저자소개

전태화
16세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스로 살아 있다고 느끼는지, 학교는 오고 싶은 곳인지, 학원에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은지 등 나름대로 설문 항목을 만들고 100명 가까이 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혹시 시험 기간의 학생들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특히 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본 적 있으세요? 저는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제가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3년 내내 느낀 것은, 시험 기간에 친구들이 거의 죽어 있는 듯하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는 것이 더 맞겠습니다. 친구들은 매일 아프고, 매일 힘들고, 매일 시험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삽니다. “죽어라 공부한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또 하는데요. 저는 그 말이 참 싫습니다. 공부에 미칠지언정 죽어라 공부하기는 싫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 기간에만 우울하고 무기력한 것이 점점 일상에도 번져갑니다. 시험 기간이 아닐 땐 얼굴에 생기가 돌던 친구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표정이 없어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시험 기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는 친구들을 보며, 이제는 삶의 기운이 아예 없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지금 이 끔찍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굳은 의지가 생기고, 아직 늦지 않았을 거라는 희망이 제 마음속에서 마구 생겨납니다.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스로 살아 있다고 느끼는지, 학교는 오고 싶은 곳인지, 학원에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은지 등 나름대로 설문 항목을 만들고 100명 가까이 되는 친구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학교에 오는 것이 좋다고 답한 친구들이 절반이나 있어서 놀랐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적을 잘 받아야 하니 비록 지금 내가 학원 다니느라 힘들긴 하지만 미래의 자녀에게도 사교육을 시키겠다거나, 성적을 위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답변의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떤 어른들은 학원 다니느라, 시험공부 하느라, 숙제와 수행평가 하느라 잠도 못 자는 학생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혹은 잠을 못 자서 힘이 없는 저희에게 “너네는 좀 웃고 다녀라”,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하는 건데, 더 기운 내서 해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 말들에 참 화가 납니다. 인간답게 살기를 포기한 모습을 칭찬하거나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말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리다니요. 친구와 약속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경쟁 교육의 현실을 모른 채 하지 말자고, 깨어 있고, 살아 있자고요. 친구는 저에게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다짐을 하는 것 자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가 지금 느끼는 부당하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청소년이 청소년답게 사는 세상, 좀 더 활기차고 생기 있는 학교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모두가 행복할 수 없다는 현실이 슬픕니다. 그리고 너무 무섭습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 제가 다짐한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을까 봐, 혹은 그 마음이 실패했을까 봐 무섭습니다. 무기력해지지 않으려, 입시 경쟁교육에 찌든 인간이 되지 않으려 하루에 하늘을 한 번 이상 보려 노력하고, 틈틈이 그림을 그리고,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 찍는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릴까 봐 두렵습니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깨어 있을 것이라고 믿겠습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이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세요. 지금 당장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의 삶은 지속가능성이 없습니다. 더 많은 청소년이 아프고 병들 것이고, 경쟁에서 이긴 것이 하나의 지위와 권력이 될 것이고, 그럼 우리 사회는 더 불평등하고 부정의하게 변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회를 원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뜨겁게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만드는 정의로운 내일을 꿈꿉니다. 


저는 아직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희망을 모두가 다 같이 가지면, 현실을 바꿀 힘은 분명 생깁니다.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분명 무기력한 일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여러분은 오늘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 고민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지 「인디고잉」 2020년 가을호(Vol.68)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