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30

한 평 정원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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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 정원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책 읽기 


서울 ‘정원 속 책벌레’



모이는 곳 

서울시 강동구 ‘강동공동체정원’


모이는 사람들 

강동구 지역의 어른과 아이들


추천 도서  

『꽃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  이재능 지음, 신구문화사 펴냄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세종서적 펴냄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메이븐 펴냄

『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지음, 궁리 펴냄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 선사유적지 건너편으로 3분 정도 걸어가면 ‘강동공동체정원’ 간판이 우뚝 서서 반긴다. 3,000평 땅에 각자가 한 평을 정원으로 가꾸고 있는 곳이다. 주말농장은 여러 곳에 있지만 ‘한 평 정원’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탁월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염이 시작되기 전, 6월은 정원을 가꾸고 야생화를 관찰하며 산책하기에 괜찮은 날씨다.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책 읽기를 좋아하거나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을 즐기는 것은 기본인데, 그 외에 다른 계기가 있음을 길잡이 활동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중 ‘정원 속 책벌레’도 관심이 가는 독서동아리여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정원 속 책벌레’의 시작


동아리의 시작은 ‘강동정원문화포럼’에서부터다. ‘강동정원문화포럼’은 서울시 강동구 구민들이 2017년 자발적으로 시작한 모임이다. 구민 참여를 통해 공원을 만들고자 지역의 주민들이 모이고, 강동구청에서는 암사동 선사유적지 건너편의 부지를 내어주었다. 정원사 수업을 받고 국가정원을 탐방한 후, 정원 작가들의 참여가 더해져 주민과 협업으로 ‘강동공동체공원’이 만들어졌다. 탄소중립 2050을 향한 정원문화 조성과 정원문화를 통해 마을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는 주민들의 포부가 컸다.


정원의 이름은 ‘강동공동체정원’이다. 한 평의 정원을 받아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하여 정원을 가꾸면 된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서 식재를 하고, 잘 키우고 가꾸기 위해 서로 소통한다.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직접 만드는 꿈의 정원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강동공동체정원’에서 매주 만나다 보니 환경과 생태에 관심이 생겨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며 토론하게 되었다. 독서 모임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이름도 생겼다. ‘정원 속 책벌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방문한 날은 그림책 『푸릇푸릇 풀이 자란다』의 저자 최혜진 작가의 강연이 있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 그리고 부모님이 참여했다. 강연이 끝나고 가족별로 정원에서 풀을 관찰하고 드로잉 노트에 붙여서 책을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땅바닥에 앉아 개망초가 맞는지 머리를 맞대고 사진과 대조하는 모녀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한 정원은 평화로웠다. 한쪽에서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나무에 밧줄을 단단히 매어 길게 늘어뜨렸다. 아이는 등산하듯 밧줄을 잡고 오르고 아버지는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함께해서 좋으냐고 물었더니 어린 아들은 아버지의 허리를 감싸 안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모임


‘정원 속 책벌레’는 첫 번째로 ‘강동공동체공원’에서 정원 모임을 갖는다. 기후위기의 도시에서 공동체정원을 통해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같이 책을 읽으면서 꽃과 풀, 곤충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이다. 매주 금, 토요일 정원에서 모여 정원을 관리하고 봉사한다.


두 번째는 육아 중인 부모들의 모임이다. 정원의 풍경은 매일매일 다르다. 꽃과 풀, 정원의 온갖 생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일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부모님들과 아이들은 생태와 환경에 대한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 작가의 강연을 듣고 현장에서 체험을 한다. 아이들이 정원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이 모임은 일요일에 만난다. 

  


생태, 환경 

그리고 독서 모임의 미래


‘정원 속 책벌레’가 다른 독서동아리와 다른 점은 읽고 나누고 실습해본다는 점이다. 정원에서 진행되는 독서 모임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윤수혜 회원은 자연에서 책을 읽고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다. 도심 속 정원에서 자연이 매일 변화하는 것을 느끼며 책 읽기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참 멋진 일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들이 더 많이 발견될 수 있을 것 같다.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교류하는 게 좋았다는 김규승 회원은 독서 모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자연은 날마다 다르다. 한 평 정원도 손이 갈 때마다 변하고 독서 모임 또한 시간이 축적될수록 자라지 않을까? 정원이 자라듯 ‘정원 속 책벌레’도 해가 갈수록 성장할 것이다. 회원들은 큰 꿈을 꾸고 있다. 책을 읽는 것만 하지 않을 것이며, 책을 통해 실천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을 추구하겠다는 강영아 회원. 정원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같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써보고, 그림책으로 내고 싶다는 내년의 계획도 꼭 실천되어 결과물을 만났으면 좋겠다.


환경 문제는 점점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정원 속 책벌레’는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는 정원 가꾸기의 생활 습관이 순환이 되고 생태가 되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때 자연스럽듯, 자연스러운 것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회원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인터뷰 및 글. 김현주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