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30

평등과 앎을 행동으로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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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앎을 

행동으로 잇는다 


창원 ‘성평등실천연구회’



모이는 곳 

경남 창원, 온라인 줌ZOOM


모이는 사람들 

주부, 직장인 등


추천 도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지음, 오월의봄 펴냄 

『맨박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한빛비즈 펴냄 

『세탁기의 배신』  김덕호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창비 펴냄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성차별을 공부하는 독서동아리


이름만 들어도 그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독서동아리가 창원에 있다. ‘성평등실천연구회’는 성차별이나 정상성이라는 억압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회의 약자들 편에서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성평등을 실천하고자 탐구하고 모색하는 독서동아리다. 이 동아리는 젠더와 페미니즘, 그리고 일상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성차별을 함께 공부하며, 알게 된 것들을 아는 데서 끝내지 않고 주변에 알리고 함께 실천하려 한다.


2020년 첫 모임을 시작했고 현재는 10명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대면으로 진행했으나 팬데믹 이후 토요일 오후에 줌으로 모임을 이어왔다. 예전에는 토요일 오후 퇴근하고 바로 오느라 식사도 못한 회원들을 위해 김밥, 떡볶이, 피자 등을 간식으로 나눠 먹으며 돈독한 정을 쌓았는데, 온라인으로 모이면서 이런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이윤경 회원은 “그동안 『누구나 평등할까?』, 『만화로 보는 성평등 역사』, 『나도 몰라서 공부하는 페미니즘』, 『김지은입니다』 등 성평등에 관한 질문을 던져주는 여러 책을 읽었고 이 책으로 진지하게 토론했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이 성폭력, 페미니즘, 여성에 관한 책을 추천하면 리더가 조언을 덧붙여 매주 한 권씩 선정하고 메신저에서 공유한다.


각자 책을 읽고 모임에 와서 토론하는데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가벼운 수다로 시작해, 자유롭게 느낀 점을 말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은 부분은 집중적으로 토론한다. 이때 리더가 다양한 사례를 책과 연결하고 내용을 요약하며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준다. 그렇게 정리, 요약해주는 것이 토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박서희 회원이 말했다. 대체로 분위기가 좋은 독서동아리 모임에 가보면 리더가 동아리에 많은 애정과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다시 한번 리더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몸으로 마음으로 머리로 

느끼고 변화하기


박현정 회원은 “성평등은 무지한 분야였으나 모임에서 책으로 접하고 토론하는 동안 현실에 접목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뉴스나 드라마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가, 실은 편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된 것이 독서 모임을 통해 얻은 수확이라고. 모임에는 조금 늦게 합류했지만 여자와 남자, 우리라는 개념의 차이를 몸과 마음, 머리로 느끼고 자아가 정립되는 경험을 했으며, 가족을 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겨 스스로 객관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윤주 회원은 부모님과 네 형제 사이에서 자라면서 성평등이나 차별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 모임을 통해 자신이 차별받으며 성장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 큰 변화였다고 했다. 더불어 아이들이 밖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밝혔다.


모임의 출석률은 98%라고 한다. 토론할 때 서로 이야기하겠다고 나서는 적극성이, 바로 높은 출석률의 비결이라며 웃었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나누는 사적인 이야기로 친밀감을 쌓고, 책을 못 읽고 와도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들으며 느끼고 배우게 되니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비결은 부담감이 없다는 것 아닐까 싶다.


리더인 조해심 대표에게 모임을 진행하면서 기분 나쁘지 않게 다른 의견을 말하는 필살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모임을 하면서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할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모두들 잘 들어주고 공감할 때 슬쩍 내 이야기를 던져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편이에요. 다들 비슷한 또래이고 유난히 좋은 분들이라 그런지, 모임이 끝나도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좋아요.”라고 했다. 대체로 “다들 좋은 분이어서”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끝까지 듣지 않아도 그 모임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앎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독서동아리가 되기 위해


남한나 회원은 여성들의 권리 증진뿐 아니라 기후와 여성, 다른 분야와 여성학의 관련성, 남성과 여성의 관점에서 좀 더 시각을 넓혀 공부하고 많은 경험을 쌓아 남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로 혼자서 여러 가지 책을 조금씩 읽는 독서 그 자체와 시간에 만족했다는 박현정 회원은, 함께 읽으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고 관점의 차이를 느끼게 되어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이영도 회원은 이동이 잦은 편이라 차에서 줌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상을 못 켜는 상황일 때 소리라도 들으면서 꼭 참여하게 된다고. 강상도 회원은 장애인 차별에 관한 강의를 하다 보니 불평등이 성, 인종, 성별, 나이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성평등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 바뀌면서 변화를 감지하고 성평등에 관한 생각도 바뀌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모임에 계속 참석하게 된다고 했다.


이 모임은 성평등뿐 아니라 성별이나 나이, 인종,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가질 권리를 같이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그래서 함께 공부하고, 모든 분야를 평등과 연결 지어 연구하고, 그 앎을 행동으로 보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독서동아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회원들의 의지가 세상을 바꿔 그들이 꿈꾸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하루빨리 펼쳐지는 날이 오길 빌어본다.


 


★인터뷰 및 글. 장시우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