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3

은퇴 이후 시작한 독서동아리에서 노년의 행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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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시작한 독서동아리에서 

노년의 행복을 찾다 


제주 ‘한라실버독서회’



모이는 곳 

제주시 오라2동 한라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시니어


추천 도서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모티머 J. 애들러, 찰스 밴 도렌 지음, 멘토 펴냄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김영사 펴냄

『어쩌면 동화는 어른을 위한 것』  이서희 지음, 리텍콘텐츠 펴냄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표정훈 지음, 궁리 펴냄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


―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중에서


인생 100세 시대. 이제 노년은 제3의 인생이라고 할 만큼 길어졌다. 노년의 시간을 좀 더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소망 속에 최근 시니어 독서동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제주에서 꾸준히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한라실버독서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직 비대면이 익숙하지 않아 계속 대면 모임을 하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모임을 잠시 쉬고 있다고 한다. 이 모임의 시작부터 함께한 부회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은퇴 후 비로소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다


“제주도에서 33년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하고 퇴직을 했어. 아침에 출근을 안 하니까 처음 며칠은 좋았는데 이내 불안해지는 거야. 내가 이래도 되는가? 매일 아침 출근하던 사람이니까 남는 시간이 너무 낯선 거야.”


은퇴 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시간을 맞다 보니 무언가 새로운 만남과 도전이 필요했다는 한라실버독서회 부회장님.


지금이야 널리고 널린 것이 책이지만 한때 우리는 책이 귀한 시절을 살았다. 1960년대 제주도는 문화적으로 척박한 곳이었다. 책이 흔치 않았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어쩌다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빌려 읽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방 읍소재지에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이시돌 도서관’비치 도서 500여 권 정도이란 곳이 있었다. 어쩌다 책을 빌려오면 짧은 반납 기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학교 수업 시간에 책상 밑에 숨겨 읽고, 집에 와서도 밤늦게까지 읽었다. 당시에는 전깃불이 없어서 등불을 켰는데, 늦게까지 책을 보고 있으면 부모님에게 비싼 기름 다 없앤다고 혼나곤 했다. 그렇듯 어린 시절에 책은 사치이자 로망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직장생활하고 아이들 키우기 바빠 책을 잘 못 읽었는데 간혹 업무와 관련된 책이나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은퇴 후 비로소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 것 같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독서를 위해 독서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이와 관련해 읽은 책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책만 보는 바보』 『율곡의 공부』다. 진작 이런 책을 읽고 독서에 대한 개념을 가졌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15년 1월, 제주도에 거주하는 퇴직공무원 12명과 멘토 1명이 모여 ‘제주상록실버독서회’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해서 현재 17명의 회원이 매월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책 읽는 데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하게 얼굴 한번 보자


처음 모임을 했을 때는 모일 장소도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2017년 3월부터 한라도서관에서 ‘한라실버독서회’로 명칭을 변경하여 독서동아리로 등록한 뒤 모임 장소를 제공해주고, 독서 토론용 도서도 구입해주었다.


지금은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오전 11시, 한라도서관 2층에서 모임을 갖는다. 각자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발표하고 토론하는데, 발표자는 따로 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한다. 이 나이에 책 읽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참석하여, 책 이야기도 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도 하며 서로 얼굴 한번 보자는 게 목적인 것. 토론이 끝나면 도서관 구내식당이나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진다. 책 이야기도 좋고, 각자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은 더없이 즐겁다.


책과 함께 새로운 활동을 하다


도서관에서 모임을 하다 보니 독서 모임뿐만 아니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여러 인문 강좌와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9년에는 ‘길 위의 인문학’에 참여하면서 좋은 강의도 듣고, ‘고씨 고택’ ‘용연 구름다리’ ‘해안도로 어영 전망대’ 등 제주도 곳곳을 여행했다. 올해는 책읽는사회 독서동아리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책도 사서 읽고, 문화 활동도 시도해보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의 프로그램은 주로 어린이들과 성인, 가족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점차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니 다른 도서관에도 ‘한라실버독서회’ 같은 시니어 독서 모임이 늘어나고 관련 프로그램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누구나 책 한 권의 인생을 산다는데, 삶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평생 독자’를 실천하며 아름답고 완숙한 삶을 살아가는 시니어 독서동아리를 통해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 하나를 얻은 것 같다. 젊은 날 주어진 책임과 역할에 충실하게 사는 시간을 보내고, 노년기에 서로를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책 친구와 삶의 지혜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 아닐까. ‘한라실버독서회’는 지혜롭고 행복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생 후반기에 외롭지 않게 서로 맞갖은 이들과 책을 읽는 행복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 인터뷰 및 글. 임지연 독서동아리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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