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7

슬기로운 엄마와 아이들의 독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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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엄마와 

아이들의 독서 생활  


부산 ‘함께책읽기’



모이는 곳 

부산시 남구


모이는 사람들 

주부, 학생 등


추천 도서  

『깡깡이』  한정기 지음, 특별한 서재 펴냄

『유진과 유진』  이금이 지음, 밤티 펴냄

『나는 바람이다 1~11』  김남중 지음, 강전희 그림, 비룡소 펴냄

『구미호식당』  박현숙 지음, 특별한서재 펴냄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창비 펴냄


그림책에서 고전까지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독서동아리,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는 희망사항 같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부산 남구에 그런 독서동아리가 있다. 2015년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만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책읽기’라는 이름으로 독서동아리를 만들었다. 그 모임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매주 수요일 저녁 8시면 모인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직접 만날 수 없어 온라인으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김보영―주어진, 이화순―노하은, 신혜영―배가은, 서지연―심규진, 이렇게 엄마와 아이의 조합으로 총 8명이 모이는데 주어진 군이 청일점이다.


아이들이 초등학생 시절에는 그림책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고, 다음엔 한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었다. 이후엔 역사서, 현재는 고전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졌다. 학교 사서로 일하는 책 전문가 김보영 대표가 주로 책을 추천하지만, 회원들은 언제든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씨남정기』를 읽는데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어렵진 않을까 싶었으나 워낙 오랜 시간 함께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은 솔직하게 궁금한 점을 묻고, 엄마들은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해 다른 엄마가 답을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보통 아이들이 엄마 말은 잘 안 들어도 친구 엄마 말은 잘 듣는데, 이 부분이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간식은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하게 된다. 아이들은 치즈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먹을 때가 좋았다며 갑자기 피자, 치킨 같은 간식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아파트 회의실에서 모이다가 교회의 작은도서관, 김보영 대표의 자택, 최근에는 온라인 줌ZOOM으로 모이는데 만나면 인사하고 근황을 전하느라 30~40분이 훌쩍 흐르지만, 뽑기를 통해 발표 순서를 정하고 책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먼저 신나게 놀게 한 뒤 지칠 때쯤 책 놀이를 하며 책과 친해지게 했다는데,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지게 되었다.


함께 성장한 엄마와 아이들


아이들이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주어진 군은 『독립군 소녀 해주』를 읽고 1박 2일 서울 나들이를 떠났는데, 책의 배경이었던 서대문 형무소도 가고 저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 영도 깡깡이 마을에 갔던 일이 즐거웠다며 그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화순 회원은 독서동아리를 꾸준히 하면서 아이와 함께 다양한 책을 읽다 보니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겼다며 웃었다.


아이를 위해 이 모임에 들어왔다는 신혜경 회원은 오히려 자신이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읽은 뒤 책 속 주인공처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고 싶었던 것처럼, 동아리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둘 생긴다고. 또 서지연 회원은 자신이 게으른 편인데 독서동아리가 뭔가를 꾸준히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엄마들과 유대가 생겨 좋다고 했다. 회원들이 의지가 되고, 회원들에게 위로도 받고, 관찰자의 자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게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얻은 점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모임을 이어온 ‘함께책읽기’만의 노하우는 무얼까? 그건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하게 해주는 것인데,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모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 모임이 중요한 약속 같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생겨 각자 빠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독서동아리 모임이 습관, 일상이 되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


‘함께책읽기’ 독서동아리는 밴드BAND를 만들어 400일 동안 끌리는 문장을 필사하고 생각을 덧붙여 쓰고 있다. 요즘은 『나는 바람이다』를 필사하는데, 회원들의 짧은 생각을 덧붙인 필사본으로 책을 묶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모임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닌 게, 김보영 대표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고 주어진 군도 『나의 한국 여행』을 독립출판으로 출간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함께책읽기’는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인연으로 만나 독서를 매개체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성장해왔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아이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어 각자 다른 학교로 흩어졌지만, 여전히 책으로 만나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임은 책을 통한 공동육아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슬기로운 엄마들의 독서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아이들이 질문하거나 의견을 말하면 엄마들은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누구랄 것 없이 답을 해준다. 아이들의 질문은 깊이 있고 정곡을 찌르는데, 그 질문에 답하는 엄마들은 사려 깊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방법인 것 같다. 줌으로 만난 아이들이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는 건 나의 착각이었을까. 이 모임이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어진다면 어떤 형태로 진화할까 궁금해졌다. 그때까지 이 모임이 이어져 잘 자란 아이들이 독서동아리에서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성인이 된 아이들과 엄마가 책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참 아름다운 풍경일 것 같다.

 

  


★인터뷰 및 글. 장시우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