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1

삶의 일부인 죽음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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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부인 죽음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춘천 ‘나빌레라’ & 서울 ‘생사학실천마을’



모이는 곳 

강원 춘천 생사학아카데미 나빌레라 

서울시 마음애터협동조합 생사학실천마을 


모이는 사람들  

춘천 시민으로 생사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 나빌레라 

생사학과 웰다잉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생사학실천마을 


추천 도서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양준석 외 8인 지음, 솔트앤씨드 펴냄

『누구나 죽음은 처음입니다』  강원남 지음, 메이드인 펴냄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전애원 지음, 청림출판 펴냄 

『후회 없이 살고 있나요?』  이창재 지음, 수오서재 펴냄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도나스 벤더스 사진, 니케북스 펴냄


‘나빌레라’와 ‘생사학실천마을’ 독서동아리는 생사학을 전공한 동문들로 춘천과 서울에서 활동하지만 왕래가 활발한 독서 모임이다. 작년 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모임을 진행하기가 어려워 비대면으로 전환되자, 독서 모임은 오히려 확장되고 있다. 줌ZOOM으로 만나는 비대면 모임은 거리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2021년은 독서 모임이 전환을 맞는 해로 기억될 수도 있겠다. 두 독서동아리는 저자와의 만남주제: 죽음 서사와 죽음 명상을 온라인으로 함께 하였다. 그래서 인터뷰도 줌으로 진행하고, 메일로 질문지를 받아 연합 인터뷰로 진행해 보았다.


‘나빌레라’와 ‘생사학실천마을’


독서동아리 ‘나빌레라’는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임이다. ‘나빌레라’는 조지훈의 시 「승무」의 한 구절 ‘고이 접어 나빌레라’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번데기에서 나비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의 상징으로, 죽음의 이미지를 차용한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생사학실천마을’은 ‘나빌레라’ 회원들과 같은 싸나톨로지thanatology, 죽음학를 공부하는 한림대학교 동문들로 서울에서 독서 모임을 한다.



함께여서 좋은 길


‘생사학실천마을’은 주로 생사학에 관련된 책을 읽지만, ‘나빌레라’는 다양한 책을 읽고 연극, 음악회 등 문화생활도 함께한다. 회원들이 6년 째 독서 모임을 이어가는 이유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혼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생각을 배울 수 있어서”라고 강조하는 김재경 대표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웰다잉의 길을 함께 할 사람들이어서 보기가 좋았다. 또 책에는 많은 사람의 생각이 담겨 있고 그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독서 모임이 좋다는 한 회원의 말을 들으니 ‘나빌레라’가 오래도록 이어질 거라 믿어졌다.


두 독서동아리의 운영 방식도 비슷한지 질문해 보았다. ‘나빌레라’는 책을 선정할 때 진행할 사회자까지 정한다. 책을 읽고 궁금한 내용, 토론해 보고 싶은 내용을 토론 전 단톡방에 올리면, 사회자가 내용을 취합한다. 소감을 나누고 사회자가 정리한 내용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생사학실천마을’은 먼저 돌아가며 소감을 말한다. 그리고 선정된 책과 관련 도서를 소개한 후 서로 질문하고 답을 들으며 깊이 있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회원들이 생각하는 

독서 모임은


두 동아리 회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어떻게 독서 모임을 하게 되었는지, 혼자 읽을 때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웰다잉의 길을 가는 회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혼자서 읽기에 부담되거나 어려운 내용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다보면 한 권의 책이 철학으로 확장되어 많은 것을 깨닫고 사유하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게 되어 독서 편식이 줄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회원 다수가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앞으로는 독서의 양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발전하는 독서동아리가 되고자 한다는 희망도 이야기했다. 더불어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가는 동아리가 됨과 동시에, 작가와의 만남도 1년에 한 번 이상 진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생사학

 - 죽음도 삶의 일부


‘죽음학Thanatology’은 ‘생사학生事學’이라고도 하며,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정의하고 죽음, 생명 존중, 애도, 자살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생의 어디쯤에서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까? 그것을 이해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 또한 다를 수 있을까? 전문가인 회원들에게 물었다.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품격 있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남겨진 이와 떠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노력해보자.”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답인 것 같지만, 말처럼 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생사학실천마을’을 방문했던 날의 토론 도서는 어니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이었다. 이 책은 죽음에 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독서라고 한다. 생사학을 학문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불안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궁금할 텐데, 현장에서 죽음을 교육하는 회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장현정 회원은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죽음에 대해 터부시하지 말고 가깝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특히 이 책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묶은 책이니 읽어볼 것을 권했고, 같은 저자의 『죽음학과 종교』도 추천했다. 이나영 회원은 “청소년기에 상실의 경험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라고 교육 현장에서의 경험을 전해 주었다. 원시인들은 죽음을 축제처럼 즐겼다는데, 죽음을 고등한 형태로 생각했던 같다. “원시시대부터 죽음은 인간 활동의 원동력”이었다는 정미경 회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생각의 폭을 넓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넘어서서 받아들이는 삶을 살면 자연스럽게 탐욕이 줄어들고 평안하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사학실천마을’ 독서 모임에서 만난 『죽음의 부정』을 독서 모임 책 목록에 올렸다.

 



★인터뷰 및 글. 김현주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