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불꽃놀이, 불꽃이 전부가 아니다

저자소개

오혜민
식품영양학과 23학번

ⓒ연합뉴스


불꽃놀이는 대기질에 영향을 미친다. 폭죽에는 다양한 금속성 물질들이 들어간다. 불꽃 폭발을 일으키는 점화기로 사용되는 납, 추진체의 크롬, 전기 점화 장치의 니켈 등이다. 이 중금속들은 불꽃놀이 폭죽의 화약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로 배출된다.


사람들은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에 열광하곤 한다. 매년 10월이면 여의도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에는 작년과 올해 각각 100만 명의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즐기러 모여들었다. 불꽃놀이 자체를 내세운 축제가 아니어도, 불꽃은 지역축제부터 올림픽까지 대부분의 행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사람들이 즐기는 요소이다. 그런데 최근에 ‘예외’가 등장했다. 얼마 전 개최된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개막식 및 폐막식에서는 3D 영상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불꽃 없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왜일까?


놀이공원에 갔을 때, 불꽃놀이 후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 적이 있다. 가히 대기오염이 걱정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실제로도 불꽃놀이는 대기질에 영향을 미친다. 폭죽에는 다양한 금속성 물질들이 들어간다. 불꽃 폭발을 일으키는 점화기로 사용되는 납, 추진체의 크롬, 전기 점화 장치의 니켈 등이다.1 이 중금속들은 불꽃놀이 폭죽의 화약이 연소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로 배출된다. 불꽃놀이를 즐기는 대표적 나라인 독일과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 독일 뮌헨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 후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1346ug/m3로 관측되었다. 유럽연합 기준치 50ug/m3의 27배에 가까운 수치다.2 또한 2014-2019년 춘절기간에 불꽃놀이가 중국 난충 시의 대기질에 준 영향을 다룬 보고서에 따르면, 6년간 매 춘절마다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했다가 춘절이 지나자 감소해 정상수치로 돌아왔다.3


위 예시들을 보았음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 이는 각국이 특별한 풍습으로 불꽃놀이를 즐기는 경우이며, 대기질에 영향이 있다 한들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중대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어떨까? 2023 서울세계불꽃축제 날의 관측 자료를 찾아본 결과, 행사장에서 3Km 떨어진 영등포구 측정소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당일 행사 전 21ug/m3에서 행사 시작 후 303ug/m3까지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미세먼지 ‘매우나쁨’ 기준의 세 배에 해당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행사 종료 3시간 후에 평상 수치를 회복했지만, 이러한 일시적인 변화도 호흡기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암, 천식, 폐질환 등 폐의 면역 기능이 떨어진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에 짧은 시간 노출되어도 병증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 호흡기 질환 증세로 인한 입원율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증가한다는 사실은 국내에서도 익히 보고된 바 있다.4


상술한 대기오염 측면 외에도, 불꽃놀이는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새들은 불꽃놀이의 영향에 취약하다. 2021년 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 후 수백 마리의 새가 사체로 발견됐다. 2020년 체코 자연보호청은 새들이 불꽃놀이의 소리와 빛에 반응해 심박수 증가 등 불안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했다.5 공포에 질린 새들은 방향감각을 잃은 채 비행하게 되고, 자동차, 건물, 심지어 서로 간에 충돌하는 등 위험에 취약해진다.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바로 앞에는 밤섬이 있다. 이 섬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조류 8종을 포함해, 50종의 조류가 가을마다 거쳐 가는 철새도래지이다. 바로 앞에서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지지만, 그 영향에 대한 고려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6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3D 영상과 증강현실을 이용해 ‘친환경’을 내세웠다. 같은 이유로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새해에 폭죽을 터뜨리는 대신 드론을 활용해 새해의 설렘을 하늘에 수놓는다. 불꽃 없이도 행사를 알차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대기와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불꽃놀이의 이면에 대해 알았다면, 이제는 바꿔 나갈 차례이다.


참고문헌

1  김종화. (2018.10.02.). [과학을읽다] 불꽃놀이 ‘불꽃’에 숨은 과학. 아시아경제. 

2  이현이. (2017.11.01.). 불꽃의 유희, 그 뒤에 숨겨진 진실. 이미디어.

3  Qian, Y., Yuan, Xu., Dou, W. et al. (2022) Effects of fireworks on air quality in the main urban area of Nanchong City during the spring festival of 2014-2019.

4  조은정,이우섭,조현영 외. (2017). Effects of particulate matter on respiratory disease and the impact of meteorological factors in Busan, Korea.

5  Jaska, P., Sikora, J., Sychrova, V. (2020). Influence of Fireworks on Birds.

6  김지숙. (2022.10.12.). “이러다 다 죽어!”…3년만의 불꽃축제, 새들은 어땠을까요?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