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31

자네, ‘정말로’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

저자소개

박상현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2014학번



많은 이들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물론 나의 친척 누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금도 시험에 붙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 중인 ‘취준생’이다. 대체 무슨 시험을 그렇게 준비하나 살펴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매번 응시하면서 떨어지는걸 보면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게 용하다. 계속되는 낙방에도 꾸준히 보는 시험에 대한 궁금증인지 단순한 안타까움인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져 누나에게 언제까지 준비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누나는 지금은 계속 떨어지지만 정부에서 공무원 수를 늘린다고 하고 있고 한 번 붙으면 평생  직장 아니냐며, 곧 붙을 거라고 너스레를 떨며 은근슬쩍 넘어갔다. 과연 붙을 때까지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 맞는 걸까?


다들 왜 이렇게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안정성과 연금이다. 공무원은 9급부터 시작할 때 초봉이 1680만원 정도로, 소위 말하는 박봉이다. 하지만 정년이 보장되어 할당된 업무만 열심히 하여도 호봉이 1년마다 올라가고 급수 또한 올라갈 수 있으므로 미래는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8급 10호봉의 연봉은 2700만원이다. 성과에 따라 성과금도 나오니 조금 덜 벌더라도 안정성을 추구하거나 대기업에 도전하기 애매한 취준생들에게는 매력적인 직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정년퇴직하게 될 시 매월 연금도 나오므로 노후대책까지 마련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연금도 타 쓰니 이보다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이들이 이와 같은 공무원이 될 수는 없으니 그 확률을 생각해 보았다.

 


MBN뉴스 ‘공무원 증원’ 기사2017.12.06.에 따르면 2018년에 증원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 수는 9,475명이다. 이 수치 중 7,000명 가량이 인력부족으로 과도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경찰과 집배원 등에 배정된다.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하면 대표적으로 생각하는 일반행정직과는 거리가 있는 분야들이다. 하지만 앞선 대선 당시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만을 본 취준생들은 공무원 합격확률이 높아졌으리란 기대만을 가지고 계속해서 공시생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누나가 준비하는 일반행정직의 합격자 수는 거의 늘지 않은 반면, 경쟁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 더욱 합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2017년도 종합 일반행정직 경쟁률은 45:1에 육박했다. 합격자 수는 약 4,500명이므로 이를 통해 탈락자가 약 19만 8000명이라는 결과가 나오는데 국가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엄청난 손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안정성과 연금을 통한 노후대책으로 공무원을 직업으로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취업난 속에서 이런 안정적인 직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모두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간절히 원한다면 말리지 않는다. 도전은 나쁘지 않다. 당신의 도전은 값진 것이고 당신의 성공 또한 빛나겠지만 5년 넘게 준비하고 얻은 당신의 실패는 더 이상 값진 것이 아니다. 열정적으로 한 가지를 위해 불태워 보았다면 이제는 다른 값진 당신의 성공을 찾아보자. 이제 6년차에 접어들려고 하는 누나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