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3

책과 작가

저자소개

유리 슐레비츠
『새벽』 『비 오는 날』의 작가로 확고부동한 거장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리 슐레비츠는 193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습니다. 1939년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유대인인 가족들은 전 유럽을 떠돌며 피난 생활을 했고, 슐레비츠는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에 전쟁을 몸으로 겪어야만 했습니다. 당시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서점에서 보는 그림책과 만화였습니다. 1949년에 이스라엘로 옮겨 가 문학, 해부학, 생물학을 공부했으며 1957년 뉴욕으로 가서 미술 수업을 받고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그림책 『The Moon in My Room』을 통해 그림책 작가로 성공하고 나서도 자신에게 맞는 글과 그림을 고민하다가 보다 함축적이고 아름다운 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태극권과 요가, 서예 등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유리 슐레비츠는 자신의 감정을 폭발적으로 내보이지 않고 대신 핏기 없는 애잔한 그림을 통해 사람과 자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특히 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비 오는 날』이나 중국 한시(漢詩)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새벽』, 비와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 낸 『월요일 아침에』를 통해 그가 자연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하고 세련되게 그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소음과 전쟁의 처절함 속에서 그가 원했던 것은 내리는 비를 보며 사색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조용한 삶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 유리 슐레비츠의 꿈이 그림책이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비로소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서 랜섬의 이야기에 그림을 그린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와 하늘을 나는 배』로 1968년 칼데콧 상을 수상했으며, 『비 오는 날』로 1980년 칼데콧 아너 상과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에서 동메달을, 『새벽』으로 1975년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안데르센 상을 받았습니다.

작가들에게 어린이책을 쓰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면, 많은 이가 “어린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감상적인 생각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아니,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뿐이다. 감상적인 생각은 좋은 어린이책을 만드는 데 필수 요건인 기예를 대신할 수 없다. 당신이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책이지 독자가 아니다. 책의 구조(물리적 구조를 포함해서)를 이해하고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해야만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


책 만드는 작업을 처음 해 보는 사람은 아마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드는가? 나는 이 일러스트레이션이 마음에 드는가?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질문들은 사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주체를 자기 자신이 아닌 책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두어야 한다. 작가가 행복하기에 책이 행복한 결과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이 행복함으로 인해 작가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질문하라. 이 책은 행복한가?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행복한가?


다시 말해서, 이야기가 분명하게 전달되는가? 캐릭터들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이 서로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야기가 통일된 규칙을 지키고 있는가? 본문 분할이 이야기 단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있는가? 책 속에 즉흥적 측면과 계획적 측면이 적절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가? 책 형태가 내용에 근거해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인가? 책의 크기, 비율, 모양 등이 책 내용과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낸 것인가? 그림들이 정확하고 가독성이 높으며, 내용과 분위기를 잘 포착하고 있는가? 그림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가? 한 그림 속에 있는 모든 요소가 통일성을 이루며, 각 부분들이 그림 전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는가? 책을 이루는 부분들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 일관성 있는 하나의 완전체를 구성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