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0

어둠

저자소개

이레네 말라
스페인 세비야에서 나고 자랐으며 세비야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UNIA 조형 예술상, 세비야대학교 국립조형예술상예술상을 비롯해 다양한 조형 예술 대회에서 수상했습니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며,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합니다. 작품으로는 <수증기>, <페트로프 박사님의 장갑> 등이 있습니다.

나는 빛과 어둠, 행복과 슬픔,

재미와 진지함 같은 조합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늘 느끼는 방식이기 때문이지요.

나는 삶에 모든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을 향한 내 시선은 무척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렇게 느끼니까요.

-팀 버튼과의 인터뷰. <디아스 데 시네>, 1997. (유튜브 채널)


인간에게는 누구나 평범한 내면이 존재한다. 동시에 그 반대편에는 ‘괴물’들이 사는 이상하고 기묘하고 어두운 내면도 있기 마련이다. 버튼의 영화에도 평범한 세계와 동시에 음침하고 기이하며 마음을 흘리는 세계가 있다. 관객들은 그런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낯설고 이상한 버튼의 공식에 현혹된다.


팀 버튼의 영화에는 이런 평행한 두 세계를 잇는 다리와 그를 통해 만나는 교감의 순간이 존재한다. 감독은 두 세계의 만남을 우호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다른 세계를 낯설지 않게 느끼도록 한다. 하지만 이것을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영화 <유령 신부>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사랑스러운 만남이라던가, <에드 우드>에서 주인공 에드 우드가 술집에서 자신의 우상인 오손 웰즈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버튼은 이 두 세계가 병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팀 버튼은 <시민 케인>의 일부 장면을 재구성하여 사상 최악의 영화감독 에드 우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튼은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추함, 고급스러움과 저급함, 예술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혼합할 줄 아는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