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3

혼돈

저자소개

요나스 메카스
1922년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난 요나스 메카스는 1949년 독일 나치를 피해 뉴욕 브루클린에 정착하면서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1954년 <필름 컬처> 잡지를 창간했고 1958년부터 1977년까지 빌리지 보이스에 '무비 저널'을 기고했다. 1962년 영화작가협동조합, 1964년 영화작가 시네마테크를 설립했다. 또한 그는 영화감독이자 위대한 예술가로 많은 영화와 25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브리그>로 1963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을 수상했으며, <월든>(1969), <리투아니아 여행의 회상>(1972), <잠 못 이루는 밤 이야기>(2011), <행복한 사람의 삶에서 나온 아웃테이크>(2011) 등의 작품을 연출하였다. 2007년에는 1년 동안 매일 한 편의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영화 유통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은 극장 뿐 아니라 서펀타인 갤러리, 퐁피두 센터, 뉴욕현대미술관, 쾰른 루트비히 박물관, 카셀 도큐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이나 비엔날레 등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소개되고 소장되었다. 2019년 1월 23일 브루클린의 자택에서 향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방금, 우연히, 내 소설의 모든 페이지를 뒤섞어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단지 내 존재 자체의 순수한 혼돈에 의해서. 이제 당신에게 아마도 나의 가장 큰 약점인 것을 밝혀야겠다. 스스로를 정리하지 못하는, 다시 말해, 나의 어마어마한 혼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무능력.


(…)

끔찍하고, 끔찍하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느라 날려버린 그 모든 시간들. 그것은 이야기,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나서는, 내 인생의 또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타이핑의 황홀경에 빠진 상태로, 이 모든 것을, 타이핑하고 있는 지금, 막 천재적인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건 바로, 내가 어떤 것도 절대로 결코 단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을 가능성이다. 진실은 내가 단지 모든 것을 잘못 둔다는 것, 조금 다른 곳에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 그래, 나는 모든 것을 다시 찾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찾아내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그냥 발견하거나, 우연히 마주칠 것이다, 언젠가는…… 내 모든 과거…… 아니, 아니, 아니, 잃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내 생각엔 그거야말로 이 소설의 중심 아이디어라 할 텐데, 만약 그런 게 필요하다면 말이다. 내가 모든 페이지들을 뒤섞어버렸다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모든 것은, 모든 삶은 엉망진창의 커다란 콜라주일 뿐이고 우리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으며 그것은 여전히 똑같은, 전적으로 똑같은 그림을 보여주리라, 친구들이여.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의지의 역할을 부정하는 걸까? 우리의 신성한 본성을?



― 요나스 메카스,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금정연 옮김, 시간의흐름2023, 87~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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