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1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저자소개

다카시마 린
작가, 아나카 페미니스트이자 중세사회사 연구자. 한신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에 9·11 테러,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리먼 사태가 터졌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으며,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추형 공포증’을 앓고 있다. 즉 ‘시대의 나쁜 흐름’ 속에서 자기 자신이 주체로서 무언가를 선택한 경험이 거의 없는 세대의 한 명이다. 그는 자기 삶의 궤적을 통해 불평등, 혐오, 차별, 가난 등 사회문제가 어떻게 개인의 문제로 바꿔치기 되는지를 예리한 언어로 드러낸다. 나아가 삶을 옥죄고 위협하는 ‘권력’을 최대한 탐색하고 물리치는 것에서 사회를 바꿀 혁명이 시작되며, 각자 자신만의 저항 방식을 찾아보자고 독려한다. 그가 찾은 저항 방식은 글쓰기다. 《분게이》 《유레카》 《주간 분슌》 《시몬느》 등의 유력 잡지에 꾸준히 기고하고 있으며, 이 책으로 2023년 기노쿠니야 인문 대상을 수상했다. 중세사회사 연구 분야에서는 본명인 스기우라 린(杉浦 鈴)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는 다카시마 린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는 아나카 페미니스트anarcha-feminist,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나카 페미니즘’을 따르는 사람을 이른다., 다시 말해 모든 권력과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지하철 사린 사건일본의 사이비 종교인 옴진리교의 신도들이 도쿄의 지하철 내에 맹독성 신경 가스 ‘사린’을 살포해 14명이 사망하고 6300명이 중경상을 입은 동시다발 테러 사건.과 한신·아와이 대지진이 일어난 1995년 가을에 태어났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미국에서 9·11 테러가 있었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리먼 사태가 터졌으며,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호경기를 경험하지 못했고, 해마다 모든 게 나빠지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인생을 살아왔다.


사람을 세대별 경험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의 폭력성을 일단 감수하고서 굳이 세대론을 말하자면, 우리 세대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다. 아니, 어쩔 수 없이 체념하게 되었다고 본다. 자기 자신이 주체로서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감각은 거의 없다. 그저 정신을 차려 보니 나빠져 있었고, 그 ‘나쁜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학습했다. 모든 것은 나빠진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것이 중심 가락이며 리듬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 뿐, 리듬 변경이나 악보 파괴는 처음부터 선택지에 없었다. 그야 우리 스스로가 무언가를 움직일 수 있는 ‘주체’라는 자각이 없으니까, 그럴 계기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으니까. 


(…) 


따라서 나의/당신의 삶에서 온갖 장면에 끼어드는 권력에 조금이라도 맞서는 행위를 나는 저항이라고 부르고, 혁명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늘 어떤 힘이 나타나 나를/당신을 모종의 형태로 위협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를/당신을 위협하는 그것의 정체를 최대한 탐색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지 않는 범주에서 물리치기를 시도하자. ‘자신의 생존을 위협받지 않는 범주에서’라는 대목을 ‘안일하다’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항의 뜻을 품고 살아가는 것은 이미 괴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안일한’ 상태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이나 내가 목적을 위해 부조리하게 죽는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 나도 죽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 당신도 죽지 말고 살아주길 바란다. 


(…)


기왕 태어났으니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자. 자기 자신에게 살의를 내뿜지 말자. 목을 감싼 손을 풀고, 천천히 사회를 향해 주먹을 고쳐 쥐자. 온갖 것들로 인해 궁지에 몰려 이부자리 위에 드러누운 채 꼼짝하지 못하는 몸은, 당신의 의지 하나로 봉기에 참여시킬 수 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그런 투쟁을 해보고 싶다. 



― 다카시마 린,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 이지수 옮김, 생각정원2023, 10~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