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0

우리는 왜 점점 책과 멀어질까?


독서는 언제나 많은 이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 권장됐다. 그러나 ‘책 즐겨 읽으세요?’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많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데, 우리는 지금 마음의 양식을 절식하다시피 살아가는 시대에 있다. 우리는 왜 책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일까?


독서, 왜 해야 하는데?


바야흐로 대-미디어 시대다. 인터넷에서는 클릭 몇 번만 하면 전 세계 뉴스부터 주변인의 시시콜콜한 소식까지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고, 전자기기를 켜 영상을 재생하면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하는 재밌는 콘텐츠들이 득실댄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서는 언뜻 따분한 일처럼 보인다.


시대가 변화하며 책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변했다.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책은 지식과 흥미를 제공하는 매체로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화려한 시청각적 효과를 동반한 다양한 전자매체 콘텐츠가 등장하며 책이라는 매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책 역시 실물 책에서 E-book, 웹소설*, 웹진**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 지원센터’ 안찬수 사무처장은 “독서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해왔다”며 “책에 대적하는 영상 매체가 많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에 맞는 매체를 통해서라도 계속해서 독서하는 것”이라고 현시대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을 담는 책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독서 행위는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웹소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과 소설의 합성어로, 인터넷 플랫폼에서 정기적으로 연재되는 소설을 의미한다. 장르 소설이 주를 차지한다.


**웹진. 월드 와이드 웹과 잡지magazine의 합성어로, 인터넷상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잡지를 의미한다. 대체로 출판 없이 인터넷 웹에서만 연재한다.


형태를 달리해서라도 책이, 그리고 독서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책 속 문장은 독자의 내면과 사회 전반에 스며들며 그 중요성을 드러낸다. 신형철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영화는 경험하게 한다면, 문장은 독자가 읽기를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갖고, 이해하게 한다”며 다양해지는 매체 환경에서도 언어만이 갖는 필요성과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교수는 “문장과 문학, 더 나아가 인문학은 한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내면을 갖게 되는지 알려준다”며 독서의 가치를 논했다.


독서의 내면적 가치는 곧 사회적 가치와도 연결된다. 신형철 교수는 “독서란 타인의 내면을 공부해서 ‘인지적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독서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이 개별 맥락에서 어떤 사고를 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서로를 규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판단과 그를 기반으로 한 행동이 난무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폭력이 가득 찬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독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독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권고할 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도서는 농수산물, 의료용품, 교육용역 등과 더불어 부가세가 면제되는 품목이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에 따르면 “이는 책이 삶을 영위하는데 그만큼 필요한 요소라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며 공적으로 인정되는 독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2007년 독서문화진흥법의 제정으로 독서는 정부가 권고하는 행위로서의 법적 지위를 획득했다. 독서문화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 진흥 기본 계획 수립 ▲지역, 학교, 직장 차원의 독서 진흥 의무 등을 명시하며 국민의 독서 기회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독서문화 진흥법으로 도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이 법 제도하에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역시 독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법제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책 읽기 어려운 사회


▲「국민 독서실태 조사」 중 독서의 유용성에 관한 인식과, 독서 선호도 그래프 ©송나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67.8%, 학생의 80%가 ‘책 읽기가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하며 독서 유용성에 높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다. 그러나 독서 선호도에 관해서는 성인의 22.7%, 학생의 40%만이 ‘독서를 좋아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성인 40.7%, 학생 22.8%는 ‘독서를 싫어한다’고 응답했다. 독서의 가치는 인지되더라도 실질적인 수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연도별 성인과 학생의 독서율 변화 추이 ©송나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지속해서 하락해 왔으며, 최근 6년간은 2년마다 6~7%씩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1990년대에는 80%에 육박했던 독서율이 현재는 40% 정도로 하락하며 독서 이탈 현상이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현재 독서문화는 위태로울 지경으로 위축되고 있는 위기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져 책을 읽지 않는 세대가 계속해서 생겨날 경우, 한국의 독서문화는 소멸에 가까운 결과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성인과 학생의 독서 장애 요인 ©송나윤
 


저조한 독서율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자료조사를 위한 발췌독을 제외하고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대학생 A씨는 “책은 다른 매체에 비해 시각적인 정보가 적고, 책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며 평소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이어 A씨는 “어렸을 적에는 책을 많이 읽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책과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독서경험을 공유했다. 최근 콘텐츠들이 짧고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많아지다 보니 독서를미루고 온라인 콘텐츠를 주로 향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A씨의 사례와 같이,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독서를 하지 않는, 혹은 어렵게 만드는 장애 요인으로 ▲책 이외의 매체/콘텐츠 이용성인 26.2%, 학생 23.7% ▲시간 부족성인 26.5%, 학생 21.2% ▲독서 습관 부재성인 9.7%, 학생19.1% 등이 꼽혔다.


독서 장애 요인은 현재 주로 개인의 영역에서 분석되고 있으나, 사실 그 근간에는 사회적 요인이 있다. 백원근 대표는 “수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대중매체와 달리 독서는 마음의 안정이 전제된 상황에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한 능동적인 행위”라며 “과도한 노동시간 등 삶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독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독서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자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시민이 비교적 어려운 독서보다는 수동적인 행위로 여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인 독서율이 청소년층 독서율에 비해 현격히 저조하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의 경우 교육과정 내 ‘한 학기 한 권 읽기’ 프로그램, 학내 독서 소모임 등을 통해 타의에 의해서라도 책을 읽을 환경이 마련된 반면, 성인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환경은 거의 조성되지 않은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다.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91%가 직장 내 도서실 혹은 독서 권장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고 답한 점이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


그 때문에 독서율 저하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에게만 전가하기보다, 사회적 차원에서 독서하는 사회·문화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독서문화진흥법에서는 독서 진흥의 주체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학교 ▲직장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안찬수 사무처장에 따르면 “나름대로 독서 관련 문화정책을 갖추며 독서 기반을 형성해야 할” 책임이 부여된 집단으로 규정된 것이다. 이미 학교에선 문화체육관광부 주도하에 ‘대한민국 독서대전’, ‘세계 책의 날’ 등 책 관련 문화행사가 개최되고, 매년 책의 해 슬로건을 통해 독서를 장려하는 등 국가차원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성인의 독서 환경이 열악한 만큼 직장에서의 독서 진흥 노력이 중점적으로 필요하다. 백원근 대표는 “직장 내 독서 동아리에서 업무 외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고, 결국 이는 직무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며 후생적인 관점에서 사회 전체가 독서를 장려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즐겁게 독서 문턱 낮추기


성인과 학생의 독서 장애 요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도별 성인과 학생의 독서율 변화 추이 결국 책을 꺼내 들고, 지속해서 독서하는 주체는 개인이다. 그렇기에 예비 독자가 독서를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을 주는 행위로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이 실질적인 독서 행위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백원근 대표는 “독서율과 달리 다른 매체의 이용 시간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결국 독서의 소용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기에 개개인의 생활에서 독서의 우선순위가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 대표는 “독서 습관은 쉽게 형성되지 않기에 책을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어린시절부터 사회적 권장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에서 독후감 제출 강제 등 타의에 의한 권장 형태가 주를 이루고, 이 때문에 성인이 된 후 독서율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며 흥미 위주의 독서와 긍정적인 독서 경험이 부족한 환경을 지적했다.


대학생 A씨는 “필독서 개념에 사로잡혀 무작정 어려운 책을 읽다 보니 책 자체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독서 취향과 수준에 따른 단계별 독서 구분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수준별 독서 추천 프로그램이나 개별화된 독서 콘텐츠의 필요를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는 독서 관련 콘텐츠가 양적, 질적으로 부족하다. 예비 독자가 흥미를 느끼고 실제 독서로 이어지기까지 책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대중매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최근에는 이런 역할을 하는 매체 자체가 적다. 2003년 방영된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이후 《비밀독서단》2015,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2019 등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지만, 다른 예능 프로그램보다 그 수가 현저히 적고, 한 프로그램이 종영하고 새로 등장하기까지 3~4년의 간격이 있었다.


▲책을 다룬 TV 프로그램의 포스터, 좌측부터 《비밀독서단》(2015),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2019) ©〈tvN〉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 하더라도 책을 다루는 방식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 역시 문제다. 백원근 대표는 “흥미를 위해 책을 줄거리 위주로 소개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형태의 독서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부터 책을 읽고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누는 프로그램까지 책 읽기의 다양한 층위를 다루며 독서를 자극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독서의 향유 방식을 전파하며 독서의 흥미 요인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독서문화 침체는 가속화된다. 전혀 책을 읽지 않는 세대가 등장하기 전, 잠재적 독자들을 책으로 유인할 다양한 요인이 필요하다.


다 같이 책 읽으려 애써 보기


독서를 하겠다고 마음먹더라도 막상 혼자 책을 읽으려고 하면 책을 꺼내 드는 행위부터 쉽지 않고, 잠시 읽다가도 이내 독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독서는 오히려 타인과 함께할 때 더 지속성 있고 확장되기도 한다. 이러한 독서 경험을 공동체적 혹은 사회적 독서라고 한다. 안찬수 사무처장은 “공동체적 독서는 독자를 책으로 유인하면서도 독서의 지평을 넓혀 독자가 편향된 독서에 빠지지 않도록 돕고, 독서의 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그 효과를 설명했다.


공적 차원에서도 공동체적·사회적 독서 모델에 기반한 독서 진흥 정책이 이뤄지고 있다. 안찬수 사무처장에 따르면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독서문화 진흥 기본 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적 독서의 중요성이 인식됐다. 이를 기반으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원 등 정부 기관과 사회재단들은 독서 동아리 운영비용이나 활동공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국가 차원 외에도 자발적인 독서 모임을 조직해 공동체적·사회적 독서를 실천하는 개인들이 있다. 꼭 국가의 독서 동아리 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독서를 향유하는 독서 모임은 독자들을 유인하고 책에 관해 의견을 나누며 책 읽기의 지평을 넓히는 등 국가의 공적 지원 이상으로 큰 역할을 한다. 매주 일요일 자발적으로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썬데이독서클럽’은 강제나 제약 없이 즐겁게 책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썬데이독서클럽 측은 “발제문을 쓰거나 책을 사전에 읽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여 책을 쉽게 접하게 돕고, 독서 후 의견을 나누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며 독서 모임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썬데이 독서클럽 참가자는 “독서 모임 활동을 통해 다양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혼자 책을 읽었을 때보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개선된 독서를 할 수 있었다”며 모임이 독서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수제로 모집해 독서 모임을 꾸리는 ‘다소 사적인 독서클럽’의 호스트 정인천 씨 역시 독서가 일상적이며 편안히 다가갈 수 있음을 전하고자 독서클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개인적 독서의 경우 사유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나친 사견으로 시각이 편협해지는 때도 있었다”며 “공동체의 독서는 다양한 시각으로 하나의 책을 바라보며 책에 대한 이해도와 논리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공동체적 독서의 이점을 설명했다.


두 독서 모임 참여자들 모두 책을 매개로 모인 공동체에서의 소통이 독서에 도움이 됐다고 긍정했다. 정인천 씨는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활동을 통해 독서 문화가 우리 사회에 확산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공동체적 독서 방식을 적극 추천했다. 이어 정 씨는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것뿐 아니라 문장과 그 너머에 있는 작가와 소통하는 행위이기에 타인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책과 개인의 상호작용이라 생각한다”고 독서의 의의를 짚으며, 앞으로 활발한 독서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책 읽기 힘들고 책 읽게 하려는 노력도 시원찮게 느껴지는 시기다. ‘책 읽지 않는 사회’는 결국 타인과의 소통이 결핍된 건조한 사회가 된다. 독서는 인간이 책과 독대하는 개인적인 행위지만, 본질적으로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한 행위이다. 공동체와 맞물려 수행됐을 때 독서의 원동력이 더 커지는 것은 결국 독서가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독서하기 위해 공동체를 만나고, 공동체를 통해 독서하고 싶어지는 과정이 바로 독서를 통해 사회적이고 공적인 지성의 가치가 실현되는 순간이다. 사회적 맥락에 기대 사회적 행위인 독서를 진흥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반선윤 기자 pullman03@snu.ac.kr




★「서울대저널」 179호(2023.06.) ‘커버스토리: 책 책 책, 책을 읽으려는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