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8

알파고와 직업의 미래

저자소개

이민화
한국 벤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메디슨을 설립하였다.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벤처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코스닥 설립과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을 주도하였다. 금탑산업훈장, 한국경영자 대상,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한국의 100대 기술인 등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사)유라시안 네트워크 이사장, 카이스트 초빙교수,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기업호민관 시절 중소기업의 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며,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기업가정신 교육과 영재기업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특허 170여 건과 『호모 모빌리언스』 등 13권의 저서, 다수의 국내외 논문을 집필하였다.



이민화 │ 카이스트 교수 
한국 벤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메디슨을 설립하였다.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벤처기업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코스닥 설립과 벤처기업특별법 제정을 주도하였다. 금탑산업훈장, 한국경영자 대상,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 한국의 100대 기술인 등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사)유라시안 네트워크 이사장, 카이스트 초빙교수,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기업호민관 시절 중소기업의 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했으며,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기업가정신 교육과 영재기업인 육성에 힘쓰고 있다. 특허 170여 건과 『호모 모빌리언스』 등 13권의 저서, 다수의 국내외 논문을 집필하였다. 
 
지난 3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의사결정을 내릴 고위직을 제외하고는 단순노동에서 전문직까지 인공지능 알파고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창조적인 역할을 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인가? 

다보스 포럼, 가트너 그룹, 영국 옥스퍼드연구소 등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으로 초래된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의 태반이 사라진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이고 양극화를 심화시킬까? 미래 사회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책들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제3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가 상호 연결되면 에너지 효율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다섯 가지 핵심 요소는 ▲재생 가능 에너지 체계로 전환 ▲재생 가능 에너지를 현장에서 생산하도록 모든 건물을 미니 발전소로 변형 ▲에너지 저장기술 보급 ▲에너지 유통을 위한 지능형 공익 네트워크 확립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다.”





“제3차 산업혁명에서는 일자리 파괴, 사회관계 변화 현상이 일어나 생산과 사람의 관계도 바뀌고 있다. 대량 생산에서 개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맞춤 제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완전 자동화는 저임금 국가에 제조를 맡기는 것보다 비용 효율성이 좋아 특정 산업 노동시장을 날려버릴 수 있다”





“가속적으로 발달하는 기술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내가 예측하는 바는 인간-기계 협력에 의한 일자리는 계속 존재하겠지만 숫자도 줄어들고 존속 기간도 짧은 경우가 많으리라는 것이다.”






“정보기술 발전은 이미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 그 속도는 너무 빨라 앞으로 노동시장의 전개 상황은 심각하다.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한다. 그렇게 창출되는 부는 부유한 사람들에게 불공평하게 많이 배분된다.”






“지속적인 교육과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 기계가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일’의 정의가 바뀔지도 모른다. 기술 변화의 규모, 일하는 방식의 변화, 기술과 일자리의 불균형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우리가 마주할 두려운 도전이다. 하지만 극복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등장할 파괴적 기술은 수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에는 기술의 인력 대체 효과가 특정 부문에 한정되었던 것과 달리 기술의 진보는 고용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것으로 예상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이 사회에 나와 갖게 될 일자리의 70%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일자리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창출되는 직업은 과거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한 직업의 수보다 분명히 적다.”




“보스턴컨설팅의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2025년까지 제조업 일자리의 33%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성장 산업 투자만큼이나 사양 산업 분야의 인력을 변화에 맞게 재교육시키고 재배치시키는 사회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와 현재의 기술 발전이 고용,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다르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은 잔인하게 대체될 수밖에 없지만, 충분히 자신의 대체 직업과 기술을 준비한 사람은 살아남을 수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의 저서인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에서는 다음과 같이 일자리는 거버넌스 문제만 해결되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인류 역사상 기술 혁신이 일자리를 줄인 증거는 없다. 성장의 시기에 양극화는 축소되었고 정체와 위기의 시기에 양극화는 확대되었다. 1, 2, 3차 산업혁명 역사의 교훈은 기술 혁신이 산업 형태를 바꿨으나, 전체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계와 IT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증가했지만 시장의 수요가 그보다 더 빨리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기술의 진보에 대항하는 일자리는 사라졌고, 기술의 진보가 창출하는 신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에서도 동일한 역사가 반복될 것인지 고찰해보자.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다르다는 주장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물질의 혁명이었으나, 이번에는 정신의 혁명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소비에는 물질 소비만이 아니라 정신 소비도 존재하고 있다. 욕망이 확대되면 일자리를 줄지 않는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과 네 차례의 산업혁명을 연결해 보자. 1, 2차 산업혁명은 생존과 안정의 욕구를 충족하는 물질 혁명이었다. 이어서 나타난 3차 산업혁명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는 연결의 사회 혁명이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자아표현과 자아실현의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문의 혁명이다. 이는 물질이 아니라 정신의 혁명으로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일자리는 자기표현에서 비롯될 것이다. 정신의 소비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경험경제’가 도래하고 있다.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가 일자리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초생산성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고, 여가 시간의 활용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관건은 인간의 욕망이다. 지금까지 물질과 서비스에만 주목해 왔던 경제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에서 일자리의 소멸을 우려하는 이유는 공급 측면에서 일자리를 바라보는 고정 관념 때문이다. 경제는 공급과 소비의 양 축으로 구성되고 그 중요성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소비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시간에 기반을 둔 개인의 욕구에 주목하면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나게 된다. 바로 자기표현이라는 인간의 욕구가 소비의 정체성과 경험 경제라는 모습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는 우선 생산성 증가형 일자리가 있다. 인공지능, 로봇 등 O2O 융합 기술을 통하여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일자리들이다. 흔히들 유망하다고 예상하는 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성 증가형 일자리는 미래 일자리의 10%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정도가 되지 않으면 무슨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는 이러한 O2O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예를 들어 핏빗의 건강관리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운영자들이다. 로봇 및 인공지능과 협력하여 개개인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직업군은 O2O 기술혁신보다는 많겠으나 역시 20%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다. 

다양한 수요를 제공하는 개인 기업인 프리랜서는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다. 전체 직업의 절반이 초연결 프리랜서 경제인 긱 경제Gig Economy에 속하게 될 것이라 포브스가 예측할 정도다. 물론 이들을 상호 연결하는 긱 플랫폼은 사회적 인프라다. 기업가정신에 기반을 둔 이러한 일자리를 호모 루덴스와 호모 파베르의 결합인 호모 파덴스란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대단히 중요한 직업으로 현재의 정부와 공공 일자리를 대체할 거버넌스 직업이다. 스마트 직접 민주제가 시행되면서 정부와 공공의 일자리는 급속히 축소되고, 독립적 싱크탱크들과 미디어들이 의사결정 거버넌스의 주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공공 체계 관리자가 필요하나, 절대적으로 10%는 넘지 않을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거쳐 최대 일자리로 놀이와 자아실현의 일자리를 제시한다. DIY와 공유경제가 새롭게 부상한다. 한 마디로 놀이와 문화가 미래 사회의 최대의 직업군이 될 것이다. 건전한 놀이 문화는 바로 과거 화랑정신의 부활이라 할 수 있다.

분배 거버넌스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전제조건이다. 결국, 4차산업혁명은 거버넌스 혁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