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리는 시가 더 필요하다 / 이문재
감수성, 감정이입, 상상력. 나는 여기에서 미래를 찾는다. 얼마 전 친구가 시집을 내면서 뒤표지에 넣을 추천사를 부탁했다. 수백만 독자를 확보한 시인이어서 굳이 추천글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나는 역발상을 하기로 했다. 첫 문장을 굳이 이렇게 시작했다. “우리는 시가 더 필요하다.” 그리고 반복하고 강조했다. 우리는 시가 더 많아야 한다. 우리는 시와 더 가까워져야 한다. 우리 삶이 이렇게 왜소해지고, 우리 사회가 이토록 척박해지는 이유는 감수성이 급격하게 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부족해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이코패스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니까 감수성의 회복은 문명사적 전환과 맞물려 있는 근본적인 과제다.
경향신문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