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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웅진지식하우스 인스타그램에서 자사 책 『어떻게 말해야 사람의 마음을 얻는가』를 소개하면서 국립중앙도서관의 민원 응대 매뉴얼을 인용했다.
| 웅진지식하우스 인스타그램 일부를 가져와 묶은 것임 |
“공감돼서 너무 웃겨요.”
“만나 본 인간 유형이 다 있다.”
“민원 상대 업무자 꿀팁이다.”
“은근 인생 사는 데 도움 될 것 같다”라며 공공 기관의 응대 지침임에도 웃음을 사며 공감과 인기를 끌었습니다.
10월 21일 오전 9시 반 현재 ‘좋아요’가 5,524개, 댓글이 59개가 달렸다. 다른 게시물보다 엄청난 호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대응 매뉴얼이 제시한 인간 유형이 참 현실적이고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호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스타그램을 올린 출판사는 자칫 불편함을 줄 수도 있는 이런 응대 지침이 사람들의 호감을 산 이유로는 대화의 핵심 원칙, 즉 주제topic과 질문하기asking, 가벼움levity, 친절함kindness가 잘 담겨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직접 출판사 인스타그램 글을 확인해 보시길)
국립중앙도서관/도서관 이용자 응대 매뉴얼
인스타그램에서 인용된 내용은 국립중앙도서관이 2011년 도서관 소속 도서관연구소현재는 폐지 연구용역으로 수행되었던 「도서관 이용자 응대 서비스 매뉴얼 개발 연구」연구책임자; 황금숙 결과보고서를 기초로 2012년 6월에 발행한 『도서관 이용자 응대서비스 매뉴얼』의 한 부분35~36쪽에 실려 있는 것이다. 도서관연구소는 출판사 인스타그램 담당자가 꽤 오래 전 발행된 이 매뉴얼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 이용자 응대서비스 매뉴얼』(2012) 표지와 목차 |
도서관연구소는 매뉴얼 발행을 앞두고 2012년 4월 공공도서관현장연구협의회 정기총회/세미나 때 연구책임자인 황금숙 교수현재는 국립장애인도서관 관장가 매뉴얼과 사례에 대해서 발표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보도자료(2012.4.23.) 참고] 매뉴얼은 전국 모든 도서관 등에 알려졌을 텐데,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얼마나 확실하게 활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용했을 것이라 믿는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1년 1월 11일 다시 『도서관 이용자 응대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부하고 누리집에도 공개했다. [국립중앙도서관 보도자료(2021.1.25.) 참고] 새 매뉴얼에는 2012년 매뉴얼에 있던 ‘이용자 유형별 응대 지침’은 사라지고 대신 ‘문제행동 이용자’라는 내용이 수록되었다. 문제행동 이용자란 “성희롱, 폭언·폭행, 공포심·불안 유발, 욕설, 협박, 위계행위, 허위 불만 제기, 업무방해 등을 일삼으며 다른 이용자의 도서관 이용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이용자”로 정의하고, 이러한 이용자 행위를 법률상 범죄가 되는 유형과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서관 업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악성 민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유형으로 각각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 이용자 응대 업무 매뉴얼』(2021) 표지와 목차, 문제행동 이용자 부분 |
2012년 매뉴얼에서 2021년 매뉴얼로의 변화는 어떤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10여 년 동안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원과 그로 인한 서비스 종사자 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도서관뿐 아니라 많은 다른 유형 업무 현장에서도 이용자/고객의 문제행동이나 과도한 민원에 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 필요성이 커지면서 고용노동부와 산업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이 2019년 「고객응대근로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행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도서관 고유 이용 환경을 반영해 문제상황별 구체적 응대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서혜란 관장은 매뉴얼 발간 배포에 대해 “도서관 이용자들을 친절하게 대해야 하겠지만 도서관 사서 등 직원의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감정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직원 개인 문제로 국한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매뉴얼 제정과 교육과 같은 조직 차원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직장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도서관 보도자료(2021.1.25.)참고]
국립중앙도서관은 2021년 이후 응대 매뉴얼을 새롭게 개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9월 「사서노동환경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연구기관; 한국노동연구원를 수행했다. 연구 내용 중에는 ‘도서관 민원 응대 매뉴얼 초안’103~110쪽이 포함되어 있다. 연구자는 설문조사나 면접조사를 통해서 공공도서관 근무하는 사서들이 매우 다양한 유형의 민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민원에 대해 도서관 근무자 응대 매뉴얼 초안을 제시한다고 했다. 민원 유형을 강성 민원과 악성 민원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유형에 대해 사례와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연구가 실제 도서관 현장에서 분명한 위상을 가진 공식 매뉴얼로 확정되어 공개, 배포되었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산업재해예방안전보건공단은 2021년 12월 누리집에 「방문직종 고객응대근로자 건강보호 매뉴얼」 10종을 공개했다. 포함된 방문직종은 다문화 방문교육지도사, 대여제품점검원, 도시가스점검·검침원, 돌봄서비스종사원, 방문간호사, 방문상담원, 설치·수리기현장기사, 재가요양보호사,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 방문판매원 등 10가지 유형이다.
도서관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서 이런 매뉴얼을 만든 이유는 근본적으로 도서관 사서 등을 포함한 고객응대 업무를 담당한 모든 직원들이 과도한 감정노동이나 민원에 노출되어 있어 이에 대한 확고한 대응이 필요한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앞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제기 이용자에 대해 사람들이 크게 공감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하기보다는 참 씁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 이용자 응대 현장에서의 적절한 대응 방안
이같은 응대 매뉴얼이 실제 공공도서관 등에서 적절하고 확실하게 적용되고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금도 이용자 응대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이용자와 사서 등 직원 모두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문제를 야기하지 않고 충분히 만족스럽게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매뉴얼이 제시하고 있는 방법대로 강력하게 대응함으로써 이용자는 물론 직원을 보호하는 확실한 노력이 현장에서 더욱 확고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용자가 도서관 서비스에 과도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우선 민원을 제기하는 이용자에게 그 이유를 확인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11년 황금숙과 이영숙의 “국립 및 공공도서관 이용자 응대서비스 매뉴얼 개발에 관한 연구”『정보관리학회지』, 29(4):25-4에 따르면 ‘기본적인 도서관 규칙이나 제재변상이나 패널티에 대해 반박하는 이용자’26.1%와 ‘무례한반말, 욕설, 화, 폭력 이용자’21.7%, ‘기본적인 도서관 이용법이 부족하여 사서가 이용자만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자’19.9% 등 3가지 유형이 전체 응답의 67.7%를 차지한다.
| 황금숙, 이영숙 연구 논문 중에서 갈무리 |
2013년 김영기의 “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의 문제이용자 실태와 효과적인 응대방안에 대한 연구”『한국비블리아학회지』, 24(3).:121~134에 따르면 역시 ‘도서관 규칙·제재에 대한 반발’이 50%로 가장 많았고, ‘직원에 대한 무례한 언행’23.4%, ‘무리한 정보/서비스 요구’24.2%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이 연구는 또한 다른 이용자에 대해서도 문제를 야기하는 이용자 유형도 조사했는데, ‘자료훼손, 절취, 절도, 장기연체’28.4%, ‘휴대폰 사용, 잡담, 소음’27.2%, ‘도서관시설 개인화’15.5% 등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책임이 일방적으로 도서관 사서 등 직원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또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 김영기의 연구 논문 중에서 갈무리 |
이용자 불평이나 불만 이유 중 무례한 이용자는 이용자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유형의 경우에는 도서관 측에서도 선제적으로 노력하면 다소 예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도서관의 규칙이나 서비스 이용 방법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도서관 곳곳에 자세하고도 명확한 안내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또한 이용자가 도서관에 들어올 때 잘 보이는 곳에 이용방법 등을 보다 꼼꼼하게 안내할 필요도 있을 듯하다.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에는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등에서 하듯이 이용자가 알아야 할 중요사항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숙지했음에 대한 서명을 받아두는 방식도 도입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도서관 자체적으로 현장에서 사서 등 직원이 직접 민원에 응대하기보다는 응대 전문 직원을 두거나 공간을 두어 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용자와 직원이 앞서 언급된 바 있듯이 상호 신뢰의 분위기 속에서 상호의 입장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응대는 아무래도 도서관 운영에서 일정한 권한이나 책임을 가진 관리자급 직원이 담당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한국도서관협회는 서울노동권익센터와 함께 2024년 ‘도서관 사서를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존중 포스터’를 배포했다. 지금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면 자주 마주칠 수 있는 포스터일 것이다. 그런데 이건 도서관 사서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용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고객 응대를 하는 노동자사서 등 포함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면 결국 이용자에게 최상의, 최고의, 가장 친절하고 아름다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과도한 민원 제기 활동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온다는 생각으로, 바람民願이 원망民怨이 되지 않게, 이용자나 직원 모두가 서로 조심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공공서비스 봉사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자긍심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국도서관협회, 서울노동권익센터 / ‘도서관 사서를 위한 감정노동자 보호·존중 포스터’(2024) |
공공도서관, 특히 공립은 법률적 근거해서 설립,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내용이 자신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금방 고쳐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용자 경우에도 무조건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기 전에 도서관이 어떤 입장과 원칙, 제도 등을 근거로 지금과 같이 운영하는 것인지를 알아보고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바람이 당장 현장에서 직접 해결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시간을 두고 필요한 제도 개선이나 예산 등의 확보가 필요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해 보는, 역지사지 자세를 가져주시길 부탁드리고자 한다. 이용자의 지적과 의견은 도서관 운영에 아주 중요한 자극이자 성장의 요인이 될 것이다. 도서관과 사서 등 직원과의 관계가 갑민원인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이용자는 물론 도서관과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그럼으로써 더 나은 지역 공동체, 더 멋진 도서관을 만드는 공동의 주체자이자 협력자가 되길 바란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국민주권정부에 기대하는 도서관 정책을 제기하면서 당시까지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이 임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7월 31일자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했는데, 여전히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은 임명되지 않았었다.
마침내 10월 10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가 문화체육비서관으로 임명되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동연 교수는 문화예술정책이 전공이고, 이재명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문화분야 공약 설계에 참여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25.10.12. 기사 참고]
이동연 문화체육비서관은 지난 5월 2일 민주연구원과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사)문화강국 네트워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강유정, 박수현, 이기헌, 임오경, 조계원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가문화정책」 토론회”에서 “국가 문화정책 대전환의 방향과 혁신과제”라는 발표를 통해 “국가 문화 정책의 5대 국정 과제로 ▲문화의 높은 위상, 국가 문화 정책 전면 혁신 ▲국민의 문화권리 확대, 예술인 창작과 지위 보장 ▲K-콘텐츠 집중 투자로 TOP 5 콘텐츠 강국 실현 ▲지역의 문화결정권 강화, 지역문화의 고유성 활성화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 전국이 가고 싶은 관광도시 조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혁신, 통합, 성장, 융합이란 국가 문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국정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경인일보」 2025.5.4. 기사 참고]
한 편 이동연 문화체육비서관은 이전에 문화분야 시민단체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에 10월 14일 “이번 임명이 문화행정의 정상화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료주의 개혁 그리고 문화정책의 균형과 다양성 회복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대통령실과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국정 전반에 걸쳐 문화적 가치에 기반한 연결과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비서관 임명 이후 문화연대가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 2025년 10월 23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