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 기적의 도서관 조감도. |
삼척시에 도서관이 없다고?
지난 9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춘천시에서 강원도민을 초청해 ‘열린 주민회의’(대통령실이나 언론에서는 이를 ‘타운홀미팅’이라고 쓰고 있는데, 2015년 6월 국립국어원 말다듬기위원회가 이 말을 ‘열린 주민회의’라고 다듬기로 했다. 이에 필자는 국립국어원 제안에 따라 그렇게 쓴다. [국립국어원 보도자료(2015.7.6.) 참고])를 열었다. 대통령실은 이번 강원도 지역의 ‘열린 주민회의’는 ‘K-문화관광벨트 개발과 글로벌 관광허브 구축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혁신 정책까지 도민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만들어’ 가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현장에 참여한 강원도민들은 다양한 의견과 제안을 제시했는데, 그 가운데 필자가 깜짝 놀랄 발언이 있었다. 삼척시에 사는 한 교사가 자기 지역의 도서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삼척시에 도서관이 없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현장에서도 대통령이 도민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정말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삼척시에 도서관이 없다고? 실제 공개된 영상을 보면 발언자는 영동지역의 소외를 지적하면서 그중에서도 태백산맥 동쪽 지역인 삼척이나 동해는 더 소외되었음을 강조하면서 그런 근거 사례로 ‘삼척에는 도서관이 없다’고 한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실제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라 도계읍 지역 쪽에는 하나 있는데, 삼척 시내에는 하나도 없다, 삼척교육문화관에 작은 규모로 도서관이 있기는 하다, 지금 기적의도서관이 건립 중인데, 그게 5년 넘게 계속 중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도서관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의 가장 근본적인 지역간 격차와 각종 불균형 현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웠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통령은 “삼척이 꽤 큰 도시인데, 도서관이 없다고요? 진짜요? 아, 안 믿어지는데…”라고 놀라면서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 (기적의)도서관 건립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꼼꼼하게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만일 진행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하거나 하면 따로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날의 이 장면은 적어도 책이나 독서에 진심인 시민들에게 크게 회자되었다. 대통령과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자리에서 도서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삼척시 도서관 상황에 대한 주민의 발언과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원간 대화 등은 사뭇 흥미로웠다. 그러한 상황에서 각종 언론을 통해 ‘삼척시에는 도서관이 없다?’라고 다소 자극적으로 전달된 것은 아닌가 싶다.
| 유*브 채널에서 검색한 화면 일부 갈무리 (링크는 필자가 첨부) |
이번 강원도 ‘열린 주민회의’에서 느닷없이 삼척시에 건립 중인 기적의도서관이 주목받은 것은 의외의 성과?다. 삼척시청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삼척기적의도서관 건립사업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건립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개관에 이르지는 못했다. ‘열린 주민회의’ 후 삼척시는 곧바로 도서관 건립 현황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2025.9.14. 기사 참고] 2020년 착공 후 현재 공정률이 93%인데, 자금난으로 공사가 정지된 상태라고 하면서, 추가 재원 투입 등 방안을 마련해 사업을 진행해 조속히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또한 원덕도서관도 2021년부터 재건축을 시작해서 지난해 6월 다시 개관한 이후 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리미리 시민들에게 상황을 적극 알렸어도 좋았겠다는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삼척시에 도서관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열린 주민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발언자도 도계 지역에는 있지만 삼척시 시내에 도서관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현재의 정확한 사정을 확인해 봐야 한다. 공식적인 국가 차원의 도서관통계에 따르면 삼척시에는 공공도서관이 3개관이 있다. 2개관은 삼척시지자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곳으로, 도계읍1994년 개관한 삼척도계도서관과 원덕읍1996년 개관한 삼척원덕도서관에 각각 하나씩 있다. 삼척시 중심 시내에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1974년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삼척교육문화관’이 있다. 이곳은 당초 도서관으로 개관해 운영되어 오다가 2013년 삼척교육문화관으로 명칭과 성격을 바꾸었고, 평생학습 활동과 함께 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다. 더해서 작은도서관이 11개관그중 2개관은 삼척시 운영. 그런데 최근 삼척시 관련 보도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16개관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이후 더 늘어난 것인지 모르겠다.이 있다.
|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척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현황(2024년 말 기준) |
도서관은 있지만 도서관이 없는 현상
이처럼 도서관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일상적으로 쉽게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동네에 없거나 있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도서관이 없다면, 시민 입장에서는 도서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거기에 더해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 중 일부는 그 명칭에 도서관이 들어있지 않아, 아마도 시민은 그곳을 도서관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삼척시 경우도 삼척교육문화관이고, 시민은 그곳을 도서관이 아니라고 인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공공도서관이 1300여개관이나 있고, 작은도서관도 6800여개관이 있지만, 왜 이번 일처럼 시민 입장에서는 도서관이 없다고 말하는 현상은 왜 나타나는 있을까? 무엇보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슬세권이라는 말이 있듯이 도세권이라는 말도 있다. 언제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거리 정도에 도서관이 있어야 도세권이 보장될 텐데,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미 여러 차례 쓴 적이 있는데, 2018년 말 국토교통부가 정한 ‘기초생활인프라 국가적 최저기준’에 따르면 도서관은 마을도보 단위에서는 10~15분, 지역거점차량 단위에서는 10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인구 10만 명 이하 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공급하고 수요자응답형 교통 등 전달체계 개선을 노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18.12.18.) 참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삼척시 경우에도 시민들이 쉽게 도서관을 이용하기에는 제대로 수준을 갖춘 도서관이 너무 멀리 있어서 도서관이 없다고 말했을 것 같다. 국토연구원이 2022년 발행한 「[균형발전 모니터링 & 이슈 Brief 제10호]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문화·보건·보육」에 따르면 도서관은 수도권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고, 지역간 접근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 서울시는 14분 정도에 도서관에 접근할 수 있는 반면, 강원도는 122분으로 가장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런 중에 삼척시는 접근성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삼척시 인구와 면적, 도서관 간 거리 등을 살펴본 것은 아래 그림과 같다.
| KBS인터랙티브 삼척시 현황 지도에 삼척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현황 데이터와 네이버 지도 등을 활용한 도서관간 거리와 이동 시간 등을 알아본 내용을 결합해서 만든 것임. |
도서관이 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도서관이 없지 않지만 도서관이 없는 이같은 현상을 극복해서 누구나 늘 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을 때 어렵지 않게 도서관을 가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기초생활인프라 국가적 최소기준’에 따라 누구나 10분에서 15분 정도 안에 도서관을 만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도서관을 건립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국민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 최대한 실행해야 하지 않을까?
우선 현재 공공도서관 상황을 제대로 확인해 봐야 한다. 삼척시 경우에는 있는 도서관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어느 지자체에서는 도서관들이 너무 밀집해 있어, 도서관은 여럿이지만 실제 이용할 수 없는 주민이 많을 수 있다. 1300여 개 공공도서관과 6800여 개 작은도서관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를 살펴, 겹치는 곳은 조정하고, 부족한 곳은 적절한 규모의 도서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도서관을 기준으로 10분 내지 15분 접근이 가능한 지역 내 주민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 분석해서 최대한 많은 시민이 도서관 인근에 거주하도록 해야 한다. 아마도 서울시라면 시민의 거의 대부분95% 이상일 듯이 10~15분 이내에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일부 도시권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는 도서관 접근 가능 주민 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일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존 운영 중인 도서관 하나하나의 역량도 점검해야 한다. 접근 가능한 주민 수에 부합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건물이나 공간의 크기는 물론 장서와 운영자 수 등를 갖추어야 할 텐데, 과연 그런가? 이용하는 주민은 많은데 이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필요한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작은 규모라면 도서관이 있어도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는 「도서관법」이 규정한 규모를 갖추도록 했고, 2024년 12월 이후에는 공립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도 법이 규정한 최소 요건을 갖추고 등록한 후에 운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는 이런저런 핑계로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정말 법적 기준이 너무 낮아 날로 높고 깊어지는 시민의 정보나 문화 요구를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작은도서관 운영 평가’ 결과에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작은도서관 비중이 전체의 43.4%라고 한다. [「문화일보」 2023.10.23. 기사 참고] 2024년 말 기준으로의 평가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운영이 부실한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이라면 그건 있어도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대해서도 제대로 책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롭게 도서관을 건립하거나 설치하는 것과 동시에 이미 있는 도서관이 제대로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학교도서관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학교 교육에서 책과 독서, 정보 활용 교육 등에 주목해서 학교 현장에 있던 도서관 상황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2024년 4월 현재 학교도서관은 모두 11,842개관이다. 초등학교에 6,248개관6,183개교, 중학교에 3,222개관3,272개교, 고등학교 2,372개관2,380개교이 운영 중으로 거의 모든 학교에 도서관이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직원이 우선 이용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이라면 일단 학교도서관에서 제대로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하면 도서관 사정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학교도서관 시설과 장서 등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도서관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환대하면서 제대로의 도서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인 사서교사나 사서 배치는 여전히 부족하고 배치하려는 노력도 지지부진하다. 도서관계와 학교 현장에서 꾸준히 인력 문제 해결을 촉구해 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회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학교도서관진흥법」을 고쳐 사서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교육지원청마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사서를 두고 관할구역 내 학교도서관을 순회하면서 자료관리, 업무 협력 등’을 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도서관계는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본질을 훼손하고 사서교사 배치를 늘려야 할 국가적 과제를 심각하게 후퇴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반대하고 나섰다. [도서관계 반대성명서(2025.9.15.) 참고] 지역 안에서의 학교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또한 초·중·고등학생들도 결국 지자체 주민이라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우선 학교도서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공도서관과 함께 교육청과 협력해서 학교도서관도 활성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대학교가 있는 지역이라면 대학도서관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가지고 지역 내 도서관 서비스 체계시스템로 초대하고 연대를 강화하길 기대한다. 다만 대학교 분포도 지역 간 격차가 너무 커서 자칫 지역 간 도서관 서비스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 그러니 대학도서관과의 협력은 정부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협력체계를 구축, 운영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겠다.
물론 더 좋은, 또 다른 방안도 충분히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강원도 ‘열린 주민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있는 대통령 소속 도서관 정책기구인 ‘국가도서관위원회’와 빠른 시간에 만나 도서관 정책 전반에 대해 함께 점검해 보시길 바란다. 이미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시절 직접 소관 영역 안에 있는 도서관 운영도 하면서 어느 정도 지방자치 안에서 공공 또는 작은도서관의 가치와 중요성을 충분히 보고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 대통령으로서 국가 전체, 특히 지방자치 확대와 지역소멸 해소 등의 정책 과제를 내세운 상황에서 그러한 정책 과제 중 하나로서의 도서관 정책도 너무 늦지 않게 챙겨보시면 좋겠다. ‘열린 주민회의’에서 도서관 문제를 제기한 삼척시민도 대통령이 그런 행보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 2025년 9월 22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