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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책이 만나
발전하고 성장하는 동아리
목포 ‘목포인문학모임’
모이는 곳
전남 목포의 분위기 좋은 카페
모이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20~30대 직장인
추천 도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 존 암스토롱 지음, 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이정호 그림, 조석현 옮김, 알마 펴냄
『살고 싶다는 농담』 허지웅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펴냄
20~30대 직장인들의 독서 모임은 어떨까? 매회 모임을 기록하고, 10회씩 횟수가 쌓일 때마다 기념 책갈피와 문집을 만들고, 함께 읽은 책을 전시하며 이벤트를 하는 독서동아리가 있다. 어느덧 80회 모임을 넘긴 ‘목포인문학모임’을 만나러 9월 29일 비 오는 수요일 저녁, ‘목포 청년일자리통합센터’를 방문했다. 평소에는 카페에서 모임을 진행하는데, 오늘은 인터뷰를 위해 장소를 대관했다고. 맛있는 간식을 정성스레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회원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목포인문학모임’의 모든 것
책에 대한 여러 생각을 지적 대화로 나누는 ‘목포인문학모임’은 사람과 책이 만나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자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처음엔 ‘광주인문학모임’과 함께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임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채널을 두루 거쳐왔는데, 현재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20여 명이 교류 중이다.
방장 ‘사루비아’가 출근하면서 아침마다 좋은 글을 올리고, 책에 대한 정보나 관련 소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오픈채팅방은 늘 활발하다. 모임은 수요일 저녁 8시에 격주로 모여 2시간 정도 진행하며 5~7명 정도가 참석한다. 순전히 책이 좋아서 SNS나 입소문을 듣고 지인의 지인으로 모였다는 회원들은 20~3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주로 만나는 곳은 분위기가 좋은 카페. 늘 새로운 장소에서 모이니 기분 전환도 되고, 커피를 마시며 토론을 하니 편하다. 모임에서는 ‘사루비아’ ‘아르메’ ‘고구마’ ‘어제’ 등 닉네임을 쓰고, 선입견이 생길 수 있는 직업이나 나이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오늘 토론할 책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책 선정은 어떻게 할까? 2주마다 모이기 때문에 한 달에 두 권씩 선정하는데, 추천된 책 중에서 득표율이 높은 두 권이 ‘이달의 책’이 된다. 모임은 선정된 도서를 각자 읽고 와서 함께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책을 이야기하면 토론 거리가 풍부해서 훨씬 많은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다.
독서에 진심인 사람들
동아리 이름이 ‘목포인문학모임’이라고 해서 인문학만 읽는 건 아니다. 인문학과 에세이가 많은 편이지만 과학 도서, 역사책,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를 읽는다. 『지리의 힘』을 읽을 때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 지리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기도 했고, 8월에는 ‘독서동아리 워크숍’에서 추천한 『100 인생 그림책』을 읽기도 했다. 2주에 한 번씩 모이기 때문에 그동안 읽은 책이 꽤 된다. 추천하고 싶은 책도 많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소유나 존재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살고 싶다는 농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세상을 보는 지혜』 등 눈을 빛내며 읽은 책을 소개하고, 어떤 점이 좋은지 왜 추천하는지 막힘없이 말하는 모습은 ‘찐’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목포인문학모임
함께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을까? “혼자 읽으면 쉽게 포기하는데, 함께 읽으면 기한 안에 읽을 수 있어요. 읽은 책을 매개로 생각을 나누니 좋고, 사명감이 생겨서 계속 참여하게 되고요.” “끊임없이 서로를 독서의 길로 안내하죠. 모임에서는 내 취향과 상관없이 다양한 책을 추천하니까 독서 편식도 피하게 되고 의외로 괜찮은 책을 만날 수 있어요.” “회사에 찌들어 있다가 책 속의 다양한 세상을 만나 생각할 기회를 가지는 점이 좋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책사회’ 지원을 신청한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과 방장의 헌신과 열정은 함께 읽기를 추동하는 힘이다. 방장을 맡은 이혜진 회원사루비아은 “함께 읽기는 꾸준히 독서를 하는 힘이자 동기 부여인 것 같아요. 어려운 책도 같이 읽으면 읽게 되거든요. 선입견이나 편견을 깨고,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져요. e북이나 미디어 매체로 책 읽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최근에 나온 설문조사를 보면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요.”라며 ‘목포인문학모임’에서 책으로 소통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고 했다.
사람과 책이 만나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동아리
얼마 전에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관련된 영화 「모가디슈」를 봤다. 영화를 봤으니 책 토론이 한층 깊어질 수밖에. “죽음 앞에서는 모든 사상과 이념이 그 의미를 잃는다.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자. 지금 여기에서도 전쟁이 치러지고 있는지 모른다.”라며 자신들의 소감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회원들에게서 독서로 단단해진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독립 출판을 통해 문집을 내고, 문집이 나오면 출판기념회를 열고 싶다는 회원들은 야외로 나가는 활동과 다양한 이벤트가 그립다고 했다. 60회, 70회 모임 등 특별한 날 진행했던 행사가 인상적이었는데, 80회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아무런 행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던 것. 아무쪼록 90회, 100회를 맞이할 때는 책갈피와 문집, 읽은 책 전시 등 지난날을 모아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고 시끌벅적한 축하 행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100세까지 모여서 활동하자는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회원이 자신들의 독서 토론을 있는 그대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려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비평가가 아닌 일반인 독자의 시선을 보여줄 수 있고, 모임의 역사가 영상으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소통과 만남’ ‘생각의 전환’ ‘재밌는 공간’ ‘방장님 최고’ ‘나눔의 시간’ 등 다섯 자로 동아리를 표현했듯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며 오늘도 새로운 방향을 찾아 뚜벅 뚜벅 함께 읽기를 실천하는 ‘목포인문학모임’. 그들은 분명 내일도 모레도 멋진 길을 걸어갈 것이다.
★인터뷰 및 글. 안영숙 독서동아리 길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