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이 사는 자리, 한 인간이 앉는 자리가 그 사람의 인격을 만들지. 습관을 뜻하는 ‘habit’과 어원이 같은 ‘habitat(해비타트)’는 주거지, 서식지를 뜻하거든. 자신이 사는 곳에 따라 일정하게 형성된 행동 양식이 바로 습관인 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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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 공간, 장소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그 밀착도에 따라 경관landscape, 공간space, 장소place로 나누지. ‘경관’은 여행지에서 “경치가 참 좋다”, “풍경이 기가 막히다”라고 말할 때의 경치와 풍경이야. 경치와 풍경은 내 바깥에 존재하며 내 눈을 통해 들어오지. 경치와 풍경은 스쳐 지나가는 곳이자 멀찍이서 바라보는 곳이야. 나는 경치와 풍경 안에 있지 않아. ‘공간’은 내가 그 속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의미 있는 관계로 맺어져 있지 않은 곳이야. 반면 ‘장소’는 우리가 그 속에 있으면서 의미 있는 관계로 맺어져 있는 공간이지. 공들여 일구고 가꾼 공간이 장소야.
추상적인 공간에 경험과 의미가 더해지면 장소가 돼. 장소는 물리적인 공간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보냈거나 보내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어린 왕자》에는 “네가 네 장미에게 바친 시간 때문에 그 장미가 그토록 소중해진 거야.”라는 대사가 나와. 여기서 시간은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지. 마음과 정성을 쏟아 의미 있게 만드는 시간이야. 어떤 공간 속에서 살아온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그곳은 장소가 되지. 켜켜이 쌓인 시간을 추억, 더 나아가 역사라고 불러. 추억은 어떤 공간에서 보낸 시간이 갈무리된 결과야. 추억을 간직한 곳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장소가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