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에게 어린이책을 쓰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면, 많은 이가 “어린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감상적인 생각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아니,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뿐이다. 감상적인 생각은 좋은 어린이책을 만드는 데 필수 요건인 기예를 대신할 수 없다. 당신이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책이지 독자가 아니다. 책의 구조(물리적 구조를 포함해서)를 이해하고 그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해야만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다.
책 만드는 작업을 처음 해 보는 사람은 아마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드는가? 나는 이 일러스트레이션이 마음에 드는가?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질문들은 사실 주객이 전도되었다. 주체를 자기 자신이 아닌 책과 일러스트레이션에 두어야 한다. 작가가 행복하기에 책이 행복한 결과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이 행복함으로 인해 작가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질문하라. 이 책은 행복한가? 이 일러스트레이션은 행복한가?
다시 말해서, 이야기가 분명하게 전달되는가? 캐릭터들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야기의 시작과 결말이 서로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야기가 통일된 규칙을 지키고 있는가? 본문 분할이 이야기 단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있는가? 책 속에 즉흥적 측면과 계획적 측면이 적절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가? 책 형태가 내용에 근거해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것인가? 책의 크기, 비율, 모양 등이 책 내용과 분위기를 가장 잘 살려낸 것인가? 그림들이 정확하고 가독성이 높으며, 내용과 분위기를 잘 포착하고 있는가? 그림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가? 한 그림 속에 있는 모든 요소가 통일성을 이루며, 각 부분들이 그림 전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는가? 책을 이루는 부분들이 모두 조화를 이루어 일관성 있는 하나의 완전체를 구성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