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빛과 어둠, 행복과 슬픔,
재미와 진지함 같은 조합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늘 느끼는 방식이기 때문이지요.
나는 삶에 모든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을 향한 내 시선은 무척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렇게 느끼니까요.
-팀 버튼과의 인터뷰. <디아스 데 시네>, 1997. (유튜브 채널)
인간에게는 누구나 평범한 내면이 존재한다. 동시에 그 반대편에는 ‘괴물’들이 사는 이상하고 기묘하고 어두운 내면도 있기 마련이다. 버튼의 영화에도 평범한 세계와 동시에 음침하고 기이하며 마음을 흘리는 세계가 있다. 관객들은 그런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낯설고 이상한 버튼의 공식에 현혹된다.
팀 버튼의 영화에는 이런 평행한 두 세계를 잇는 다리와 그를 통해 만나는 교감의 순간이 존재한다. 감독은 두 세계의 만남을 우호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다른 세계를 낯설지 않게 느끼도록 한다. 하지만 이것을 유일한 선택지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영화 <유령 신부>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사랑스러운 만남이라던가, <에드 우드>에서 주인공 에드 우드가 술집에서 자신의 우상인 오손 웰즈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 버튼은 이 두 세계가 병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팀 버튼은 <시민 케인>의 일부 장면을 재구성하여 사상 최악의 영화감독 에드 우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튼은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추함, 고급스러움과 저급함, 예술성과 대중성을 적절히 혼합할 줄 아는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