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침대 같은 것이 보였다. 불을 켰다. 침대 위에는 손발이 묶인 벌거벗은 남자가 있었다.
(생략)
그리고 민주주의가, 모든 칠레인이 화해해야만 했던 순간이 찾아왔고, 지미 톰슨이 칠레 국가 정보국의 핵심 인사이며 자기 집을 심문소로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체제 인사들이 지미의 지하실을 거쳐 갔다.
(생략)
소설은 다 쓰셨나요?, 내가 조용히 물었다. 아직이요, 신부님. 그녀 역시 나처럼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나는 턱을 괴고 잠시 생각했다. 냉철하게 생각을 하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그녀는 이따금 자기를 찾아온, 대부분 외국인인 기자들에 대해 말했다. 저는 문학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들은 늘 정치, 지미의 일, 제 느낌, 지하실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나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 빌었다. 그녀를 용서해야 해, 그녀를 용서해야 해.
(생략)
지하실을 허물 거예요. 이곳에서 지미의 부하가 스페인인 유네스코 직원을 죽였죠. 이곳에서 지미가 세실리아 산체스 포블레테를 죽였어요. 가끔 아이들과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전기가 잠깐씩 나가곤 했어요. 비명 소리는 전혀 들린 적이 없고, 전기만 갑자기 나갔다가 조금 후 다시 들어오곤 했어요. 지하실을 보러 가고 싶으신가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전에 조국의 문인들과 예술인들과 문화인들이 모이던 응접실을 몇 발자국 걸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략)
그리고 칠레에서는 이렇게 문학을 한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 집을 떠났다. 산티아고로 차를 몰고 돌아오면서 그녀의 말을 생각했다. 칠레에서는 이렇게 문학을 하지. 하지만 어디 칠레에서만 그런가. 아르헨티나, 멕시코, 과테말라, 우루과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 푸르른 영국과 즐거운 이탈리아에서도 그런걸. 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