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연유로 이 나라에서 살다 보면 다양한 국가에서 제각각 다른 사정으로 이주한 외국인들과 만나게 되는데, 내게도 절친한 이란인 친구가 있다. 그는 불과 4년 전까지 테헤란에서 부잣집 아가씨들이 다니는 사립초등학교의 교사로 일했다는데, 고국의 교사 자격이 영국에서는 쓸모없기 때문에 일단 빨리 자격을 취할 수 있는 보육사가 되어 일하고 있다. 친구의 남편은 정부가 싫어하는 기사를 쓴 저널리스트였다지만, 영국에서는 대학원에 다니는 동시에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중략)
“어떤 코미디보다도 웃긴 건, 바로 이란의 서민들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어.”
너무 불쑥 그런 말을 하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친구가 이어서 말했다.
“분노나 절망 같은 걸 뛰어넘어서 이제는 웃음밖에 안 나와. 이 사람들은 뭘까? 하고.”
“….”
“그 나라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신나게 수다 떠는 걸 정말 좋아해. 그리고 그럴 수만 있으면 다른 건 신경 안 써. 무언가 힘든 일을 겪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게 아닐까 마음에 걸려도 뭐, 됐어, 하고 흐지부지 넘어가.”
“….”
“바깥에서 아무리 간섭해봤자 사람들의 내면에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 나라는 변하지 않아. 그래도 이제는 진짜 그냥 넘길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간신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어. 이 정도가 되어야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거냐 싶은데, 진짜 맥이 빠진다고 할지, 그냥 웃음밖에 안 나와.” (…)
“중요한 건 정치가 아니라 사람이야. 스스로 매사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을 키우는데 필요한 정보와 교육이야. 내 나라에서 하나는 차단되었고, 다른 하나는 썩었어.” (…)
“그래도 음악은 무척 중요해. 이란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외국 음악은 그 자체로 정보거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도 그 기사를 번역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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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질 날 만큼 조국에 절망하면서도 그들은 한결같이 영어 가사를 번역하고는 모국 정부에 차단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신하고 있다.
애국자만이 나라를 사랑한다고는 할 수 없다.
“잉글랜드인이라는 인종이 싫다는 이유만으로는 그런 가사를 쓰지 못한다. 그런 가사를 쓰는 이유는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존 라이든이 「갓 세이브 더 퀸」에 관해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느 아침, 일어나자마자 식빵과 통조림콩을 먹으면서 단숨에 쓴 것이 「갓 세이브 더 퀸」의 가사였다는데, 라이든이 그 가사를 쓰게 만든 것과 친구 부부가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듯싶다.
국가라는 정체성을 사랑하는 인간과 우연히 그곳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인간, 그 두 부류는 환상을 사랑하는 낭만주의자와 실존을 사랑하는 현실주의자라고 바꿔 부를 수도 있다.
결국 정치적 입장이라는 것은 사람들 제각각이 무엇을 사랑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 브래디 미카코, 『밑바닥에서 전합니다!』,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2024, 140~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