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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와 금기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깊이 읽고 나눌 수 있기를
독자의 권리 침해는 책읽기의 즐거움을 빼앗고 공동체 발전을 저해한다
독서, 책읽기의 중요성과 강조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역사 발전과 그 궤를 함께 해왔다. 학교에서 독서 교육을 하고, 시민단체와 정부가 독서운동을 하고 문화와 제도를 만들어 책 읽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도 역사적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책읽기의 중요성으로 내세우는 것도 근본은 한결같다. 책읽기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 보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오랜 역사를 관통하는 동안 성찰을 통해, 인류가 모든 생명과 자연에 의존하고 협력하는 존재로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상상력과 창의성이라는 진실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채고, 익숙한 대로 고정된 삶이 아닌 무한히 변화하는 새로운 세계와 환경에 대처하며, 서로 협력할 방법을 발견해낸 것이야말로 인류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에 가장 벅찬 순간은 감동과 경탄이 일어날 때이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정보를 만나면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타자성을 발견하는 것,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는 것, 이런 것들이 몸에 쌓이면서 어떤 낯선 상황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이 키워진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순간에 그동안 경험하고 알게 된 지식을 끌어내어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상상력이고, 그 가능성을 새롭게 유추하고 실현해내는 것이 창의성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토대가 되는 경험과 지식은 다른 사람의 강요나 주입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특정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거나 어떤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주입하고 가르치는 것으로는 책 읽기를 통해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을 얻기 힘들다. 책읽기가 감동이나 경탄으로 뿌듯하고 충만해지는 즐거움이 되기 위해서는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스스로 몰입하고 발견하고 뭔가 배우게 될 때 가능하다.
그래서 독서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에서는 책읽기가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함께 경험하고 알아가면서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운동을 하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책시민단체가 모토로 하고 있는 평등한 책읽기, 자유로운 책읽기, 꿈꾸는 책읽기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독서 환경과 문화에 해당하는 평등한 책읽기는 누구나 어디서나 책과 만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고, 독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책읽기는 자신의 경험과 취향, 가치관 등으로 인물의 행동과 말, 상황을 해석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책읽기이고, 독서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꿈꾸는 책읽기는 책 속에서 타자를 만나 이해하고 타자를 통해 자신의 삶을 낯설게 보고 성찰하면서 성장하고,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희망을 만드는 책읽기다. 독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책읽기, 독자의 권리에 해당한다. 이러한 책읽기의 바탕이 되는 것으로 ‘좋은 책이 아니라 좋아하는 책이 있다’ ‘내가 읽을 책은 내가 고른다’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독서의 달에 실시하고 있는 금서읽기주간 모토인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 읽을 권리가 있다” 역시 독자의 권리를 강조한 말이다. 독서 관련 단체들과 기관들이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를 만들어 금서읽기주간을 실시하는 것은 ‘도서를 검열하고, 도서관의 자유를 억압하고, 출판문화를 탄압’하는 행위에 대한 저항이고, 독서 도서관 출판의 자유를 확대해나가고자 함이다. 독자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책읽기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서 폐기 외압은 다양성, 평등성, 포용성을 실현하는 도서관의 가치를 훼손한다
“정치적 잣대로 표현의 자유마저 말살하는 도서 폐기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
현대사의 비극이자 독재의 상징인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미화하는 역사교육단체 리박스쿨이 초중고 계기교육 도서로 추천한 책을 폐기하라는 교육당국의 계획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서 제목이다. 몇몇 교육청이 관련 도서 폐기 및 열람 제한을 지시한 것에 저항하는 것이다. 금서읽기주간을 실시하고 있는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를 위시한 시민사회는 당연히 도서 폐기 반대에 동조한다. 도서관에 도서를 폐기하라는 외압은 금서를 만드는 일이고, 도서관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평등성, 다양성, 포용성을 기반으로 하며 지식과 정보의 광장이며, 도서관인은 지적자유와 자유 수호의 전사이다. 도서관인의 윤리선언에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정보를 수집할 자유와 정보 접근을 막는 일체의 검열에 반대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도서관 장서 폐기를 지시하는 것은 이러한 도서관인 윤리선언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도서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다. 독자들이 자신의 호기심과 알 권리를 누리고 두려움없이 타자를 만나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자신을 발견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을 자유롭게 제공하는 것이 도서관인의 권한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독자들이 누구나 평등하게 자신의 관심과 취향을 존중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료수집이나 제공에서 고려해야 한다.
자료수집과 제공에 있어서 미국의 교육학자이자 아동문학연구자인 루딘 심스 비숍Rudibe Sims Bishop이 1990년에 「교실을 위한 책 선택 및 사용하기」에 발표한 에세이 「거울, 창문 그리고 미닫이 유리문Mirrors Windows and Sliding Glass Doors」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책이란 읽는 이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독자가 상상의 힘으로 저자가 만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 그 세계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어린이책의 제작자들은 누구에게나 어울릴만한 거울과 창문이 될 수 있는 책을 다양하게 만들어내야 하고, 도서관 사서들과 교육자들은 어린이들도 쉽게 열고 다른 세계로 오갈 수 있는 유리문으로 어린이책이 작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2024년 어린이책의 해 심포지엄 ‘어린이책이 더 다양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참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지속적으로 기성세대의 익숙한 가치관에 맞지 않는 특정 책을 금서로 만들고 검열하는 세력들이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나다움 어린이책’을 선정하여 원하는 학교도서관에 지원한 책 134종 중 7종을 회수하겠다고 발표하여, 사실상 금서조치를 한 것이다. 그 이후로도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성평등·성교육 관련 어린이책을 전국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서 열람 제한하거나 폐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 도서관에서 살아남게 하기’ ‘우리 아이 페미니즘에서 살아남게 하기’ ‘동성애·성평등에서 살아남게 하기’ 등 플랭카드와 홍보물을 만들어 도서관 앞에 세우고, 도서관을 협박하는 특정 목적을 가진 단체와 성과 관련한 책을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치워야 한다고 압박하는 지자체 장과 교육감에 의해 도서가 폐기되거나 열람이 제한되기도 했다. 지난해 2024년에는 경기도 교육청 관할 학교에서 경기도내 학교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 도서 2천 500여권이 폐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도 교육청이 도내 각급 학교에 ‘유해한 성교육 도서 유의 안내’와 ‘성교육 도서관리 현황 조사’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여러차례 보내 성평등·성교육 관련 도서의 처리를 압박한 결과이다.
교육청과 지자체장이 학교도서관 전문인력의 권한을 침해하고 다양성, 평등성, 포용성을 실천하고자 하는 도서관의 가치를 훼손했다. 학생 독자가 자신의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다양한 삶의 가치를 담은 책과 만날 기회도 차단했다. 학생이 다양한 책을 만나 스스로 판단하고 비판할 역량을 키울 기회도, 도서관에서 환대받을 기회도 막아버렸다. 학생들은 환대받으며 온몸에 활기가 가득할 때 책을 만나는 것도, 다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어떤 일에 관심 갖고 함께 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책을 즐겁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양한 책에서 자신의 궁금함과 알 권리를 충족한 경험, 도서관에서 내 취향과 관심사가 환대받는 경험이 크게 작용한다. 도서관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도서 폐기 외압은 도서관의 가치를 실현할 수도, 독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도 없다.
금서가 아니라 함께 읽기, 학교도서관에서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운다
“민주시민교육과 올바른 역사 교육은 그 자체가 전인교육이며, 아이들이 이 나라와 세계 속의 지성인으로 성장해가는 핵심적 과정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과 첨단과학기술 시대의 교육과정을 준비할 것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종이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독서는 건너뛸수 없는 성장과정입니다. 학교도서관은 전인교육의 공간으로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 예술 감수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길러,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키는 주인들, 사람을 위한 인공지능 시대를 열어갈 주역들을 길러야 합니다. 문학과 예술, 역사와 철학 서적을 읽은 아이가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 2025. 9. 15.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취임사 중에서
신임 국가교육위원장이 민주시민교육과 역사교육은 그 자체가 전인교육이라고 강조하며, 독서의 중요성, 학교도서관이 전인교육의 공간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매우 중요한 언급이며, 학교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전문인력인 사서교사 배치를 서두르는 것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학교독서교육은 학교도서관에서 이루어진다. 사서교사가 도서관 운영위원들과 논의하여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할 권한을 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제공하는지 방법을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독서교육이 시작된다. 교육청이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를 미화하는 역사단체 리박스쿨이 추천하는 책이라고 해서 폐기하고 금서로 만들 일이 아니다. 역사왜곡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몇몇 교육청이 학교도서관에서 해당 책을 폐기하거나 열람 제한 조치를 지시했다. 어떤 사회든 통제와 억압으로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다양성과 평등성을 기반으로 대화와 타협, 조율, 조정 등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문화는 사라지게 된다. 도서관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을 민주주의자로서 인정하지 않게 된다. 교육청과 정부기관이 옳고 그름을 정해서 알려주겠다는 생각만 한다면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할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다. 역사왜곡 및 명예훼손이나 중대 범죄에 해당하는 논란이 있다는 증거 등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 안에서 다양한 생각을 교류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비판할 역량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역할이고, 교육적 행위이다. 특정 집단을 경계를 두어 통제하는 사회는 구성원들간 불평등을 조장하고, 이는 머지않아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는 검열의 내면화가 이루어지면서 민주주의자들이 살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
리박스쿨의 성명서에서 제기했듯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특정 부분에 대한 정정 및 삭제 요구나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 명예훼손 허위 사실 여부를 다투는 절차를 밟아 법적 판단이 나온 경우는 법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 도서관에서 폐기와 대출 규제를 하라고 외부 기관에서 압박하는 것은 도서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도서관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헌법에도 명시된 내용과 다른 주장이나 가치관을 담은 책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저항하고 논란이 일 것이다. 이에 대해 학교도서관 사서교사가 운영위원들과 큐레이션을 통해 다양하게 장서를 배치함으로서 학생들이 궁금해 하고 펼쳐보고 싶은 시기를 만날 수 있게 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책이나 이슈에 대해 안내함으로써 관심을 갖게 한다.
둘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거나 미화된 책은 도서관에 있는 장서 중에서 다른 관점으로 그려진 책 혹은 다른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는 책을 같이 전시하여 작가들이 책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것을 드러내 비교하여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작가의 가치관이 담긴 책을 독자의 취향과 가치관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음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넷째, 책 속의 타자를 통해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해 경청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 이끌 수 있다.
다섯째, 내 안의 타자성을 발견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섯째, 학생들이 토론하고 정리한 내용으로 역사왜곡이나 혐오와 배제의 가치를 조장하는 책을 알리고 문제제기하는 입장문을 발표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로 시끄럽고 논쟁하고 조율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주의자로서 의사를 표현하고 경청하고 더 깊이 생각하면서 점점 나은 생각들, 새로운 가치를 상상하고 실현해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주체가 되어 협력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리박스쿨 성명서에서 언급한 내용 중에는 생명을 북돋우고 살리는 것보다 기득권이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다수를 학살한 제노사이드를 정당화하는 부분이 버젓이 드러나 있다. 이런 낯선 가치관에 대해 내 생각을 견주어 보고, 그런 가치관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우리 공동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이야기 나누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독서교육으로 이어지고, 깊이 읽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읽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경험하는 장으로, 어떤 인물과 상황에 나는 어떤 해석을 하는지, 낯설고 색다른 가치관을 가진 생각의 맥락을 짚어가며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그런 생각의 흐름과 내 생각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런 가치관이 나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런 가치관이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며 깊이 읽기를 하는 역량을 키워갈 수 있다.
교육청과 국가교육위원회가 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우고 전인교육을 위해 학교도서관을 주목한다면, 독서교육을 할 수 있는 사서교사를 배치하고 민주주의자로서 역량을 키우고 ‘읽기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독서의 세계’로 안내할 수 있는 제도를 실현해야 한다.
금서를 만드는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만나 민주시민으로서 역량을 키우는 책읽는 사회가 되기를
리박스쿨의 성명서에서도 밝혔듯이 외압에 의한 도서 폐기, 즉, 금서를 만드는 일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매년 독서의 달에 금서읽기주간을 실시하는 것은 금서로 지정한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함으로서 금서를 지정하는 권력을 무력화하고, 독자로서 읽을 권리와 읽지 않을 권리를 누리기 위함이다. 민주주의자로서 권리이다. 특정 책에 대해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명예훼손 등 법적 결정에 의한 조치가 아닌, 권력과 외압에 의해 금서를 지정하고 검열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이고, 도서관법과 출판문화진흥법 등에 보장된 도서관인, 출판인, 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이에,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금서를 만들고 검열을 내면화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념이나 진영을 떠나 함께 독자의 권리, 민주주의자의 권리를 지켜나가길 바란다.
이념이나 사상에 의한 통제 욕구, 어린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의한 통제 욕구 등으로 금서를 만들고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과 정치인들이 있다. 이런 행위는 모든 시민들이 민주주의자로서 역량을 발휘해나갈 기회를 빼앗는 것이고, 우리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무력화하여 통제하고 계몽하려는 독재자에 동조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자. 무엇보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여 경계를 두어, 더욱 보호해야 할 어려움에 처한 생명들을 짓밟고 배제하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금서를 만드는 세력을 감시하자.
우리가 책읽는 사회를 만들고 독자의 권리를 지키려 하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생명들을 보좌하고 돌보며 누구도 소외됨 없이 함께 살아갈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함이다. 쉽게 배제하고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섬세하게 살피고 공감하면서 함께 협력할 기예를 발휘하기 위한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느리고 깊게 생각하는 책읽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본다.
★ 이 글은 2025년 9월 23일,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열린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입장 표명 행사에서 최근 도서 폐기 사태와 관련해 발표된 원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