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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도서관의 개요
흥미롭게도 부산의 국공립공공도서관에는 ‘부산도서관’이라는 도서관명이 네 번 나타난다. 첫 번째는 1901년 일본홍도회 부산지회에서 도서실을 개설하였다가 1903년 명칭을 변경한 ‘부산도서관’, 두 번째는 1978년 부산시교육청에서 운영한 ‘부산시립 부산도서관’, 세 번째는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202년 부산시에서 신축하여 운영하는 부산의 대표도서관 ‘부산도서관’이 있다. 네 번째는 2022년, 70년 만에 부산에서 다시 ‘국회부산도서관’이 신축 개관하여 모두 네 번의 ‘부산도서관’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정히 ‘부산도서관’인 것만은 아니다. 1903년과 2020년의 부산도서관은 동일한 관명이지만 시대와 장소가 완전히 다른 도서관이며, 부산시립 부산도서관과 국회부산도서관은 앞머리가 다르기는 하다. 또한 이들은 모두 각각 다른 도서관이며, 운영 주체도 다르다.
그런데 1978년 부산시립 부산도서관은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의 이전 명인 동시에 현재 부산광역시립 부전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는 동일한 건물에 있었던 부산시립도서관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부전도서관과 부전도서관 건물은 실제로 그 역사가 다르다.
부전도서관은 현재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동천로 79(부전동 서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지면적은 4,112.1㎡1,246평이다. 토지는 부산진구청이, 건물은 부산시가 소유하고 있으며, 부산시교육청에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용도지역은 일반상업지역 방화지구이다.
부전도서관은 현재 자리에 건립된 지도 60년이 지났고, 부전도서관 재개발 이야기가 나온 지도 어언 17년이 되었다. 부산시립 시민도서관이 탄생하면서 부산시립도서관이 부전도서관이 되고 부산시립도서관으로서의 업무와 기능, 역할이 시민도서관으로 이관되었다. 게다가 재개발 때문에 내부 리모델링도 못 하고 있다가 2021년 4월 29일에서야 비로소 화장실 리모델링을 해서 22일간 임시 휴관한다는 공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부전도서관은 부산광역시립 부전도서관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조금은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으며, 현재 부전도서관 건물은 오롯이 공공도서관으로 신축 개관하여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 건축물이다. 부산시가 직할시로 승격한 1963년 첫 사업으로 도서관 목적용 공공건물을 건립하게 된 것으로, 부산 1세대 건축가에 의해 순수 모더니즘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당시의 공공도서관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1963년 8월 5일 ‘부산시립도서관’으로 신축 개관하였는데, 1978년에는 부산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부산시립 부산도서관’으로 관명이 변경되었고, 1978년 구덕도서관과 반송도서관이 개관될 때까지 부산에서는 유일한 공공도서관이었다.
이후 1982년 ‘부산직할시립 시민도서관’으로 관명을 변경하였고 1982년 8월 7일 초읍동으로 신축 개관하였다. 동시에 같은 자리에서 부산직할시립부전도서관으로 탄생하였고, 1995년 1월 1일 부산광역시립부전도서관으로 관명이 변경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901년에서 1995년까지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과 부산광역시립부전도서관의 상관관계와 도서관명 변경을 2개 도서관의 연혁을 통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62년 9월 1일에서 1982년 4월 8일까지 20년 동안 위 2개의 도서관은 동일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동일한 역사와 도서관명을 사용하고 있지만, 시민도서관은 1901년부터 비롯된 우리나라 근대 공공도서관의 120여 년 역사를 품고 있다.
반면에 부전도서관은 1963년 도서관을 신축하여 개관한 이후부터의 역사를 안고 있으며, 비록 부산 서면의 중심가 금싸라기땅에 위치하고 있지만 건물이 노후되어 2018년 공공개발을 하기로 결단했다. 하지만 2022년 8월 정밀안전진단 E등급을 받아 현재 휴관 중이다.
금싸라기땅은 부산진구청이 소유주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건물은 부산시청이 소유주다. 부전도서관 운영은 부산시교육청이 한다. 그런데 그 맞은편에 있는 놀이마루는 오롯이 부산시교육청 소관이다.
2023년 부산시는 부전도서관 바로 앞의 놀이마루를 포함하여 공공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놀이마루는 부산시교육청이 소유주이자 운영자로서 2023년 1월 부산시교육청을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상황에서 부산시는 매우 난감한 지경이 되었고, 부산시교육청이 놀이마루로 신축 이전하려는 계획은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때를 같이하여 부산시는 교육청 신축부지로 놀이마루와 부산시청 주변의 주차장 부지를 맞교환할 것을 제안하였고, 거의 성사 단계이다. 그러나 교육청에서 완전히 수락한 것은 아니고 고려 중이다.
드디어 2023년 11월 30일 「부전도서관 공공개발 방안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 및 용역 최종보고회」가 개최되었다. 관계기관 및 시민단체, 시민 등이 참석하였으며 전문가와 시민 토론이 있었다. 애초에 연구 공모를 할 때만 해도 주제는 “부전도서관과 주변을 아울러 공공 개발하는 연구용역”이었다. 그러나 정작 보고회에서는 딱 부전도서관에 대한 연구용역만이 이루어졌다고 보고되었다. 놀이마루와 부산시청 주차장과의 맞교환이 불확실해지면서 반쪽짜리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렇게 부전도서관을 둘러싸고 더할 나위 없는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부전도서관은 세 개의 다리로 버티고 있는 모양이 위태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부산시민이 나머지 한 개의 다리가 되어 네 개의 다리로 굳건히 받쳐주기를 소망한다.
부전도서관은 현재 부산에서 청년들 활동의 가장 중심 거리인 서면에서, 2017년 뉴욕타임스가 올해 가봐야 할 곳 48위로 선정한 전포 카페거리의 중심에서, 이렇게 입지가 좋은 시내 한복판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으로 부산시민들의 안타까워하는 뭇시선을 받고 있다. 이것이 부전도서관의 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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