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펜fen, 보그bog, 스웜프swamp일까?
뒤에 나오는 저자의 설명처럼 이 세 단어는 각각 다른 종류의 습지를 뜻하는데, 우리말에서 이 세 단어는 모두 ‘습지’, ‘늪’, ‘소택지’ ‘수렁’으로 번역될 뿐만 아니라 저자가 설명한 정의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우리말 용어도 없어서 영어 발음 그대로 표기하기로 하였다―옮긴이
나는 원래 기후위기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습지를 이해하기 위해 개인적인 에세이를 쓰려고 했다. 관련문헌이 방대해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함유한 토탄을 형성하는 특별한 습지 펜, 보그, 스웜프, 그리고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인간과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에세이가 점점 자라나서 이 작은 책이 되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닌데, 내가 찾아낸 자료는 대부분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전문적인 어휘로 작성되어 있었다. 내 짐작에는 이 난해한 언어라는 장벽이 과학과 평범한 독자 사이의 단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뜻밖의 장소와 옛날 책에서 여러 주장들의 흔적을 더듬어 그들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상한 주장이나 구절이 지면에 슥 나타날 때 나는 금방 매혹된다. 그런 주장이나 구절은 보이지 않던 연결고리를 보여줄 때가 많다. 안개 낀 여름날 아침에 이슬 맺힌 거미줄이 줄기들 사이에서, 나무와 바닥 사이에서, 잔가지와 나뭇잎 사이에서 우리 눈에 띌 때와 비슷하다. 태양이 지면을 달구면 이슬방울은 증발하고, 섬세한 거미줄이 세상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듯한 환상도 함께 증발한다.
애니 프루
펜FEN
토탄이 생성되는 습지 중에서, 고지대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이나 강처럼 광물이 함유된 토양과 접촉한 물이 적어도 일부나마 흘러드는 곳을 말한다. 이처럼 광물이 함유된 물은 갈대를 포함한 습지의 풀에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펜은 수심이 깊은 편이다.
보그BOG
토탄이 생성되는 습지 중에서, 광물이 함유된 토양과 접촉하지 않은 물인 강우가 수원인 곳을 말한다. 이처럼 강수에 의존하는 물은 물이끼에 영양을 공급한다. 보그의 수심은 펜보다 얕은 편이다.
스웜프SWAMP
토탄이 생성되는 습지 중에서, 광물을 함유하고 있으며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곳을 말한다. 스웜프의 수심은 펜이나 보그보다 얕은 편이다.
습지에 관한 정의는 윌리엄 J. 미치와 제임스 G. 고스링크의 《습지Wetlands》, 2015, 5판와일리의 것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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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 관해
생각이 흐르는 대로
나는 사람이 어떤 시대에 태어났는가에 따라 인류와 자연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나는 1935년에 아직 농촌이던 코네티컷 동부에서 태어났다. 내 양친은 모두 17세기에 북아메리카에 정착한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1935년이라면 개인 경작자가 방직공장 노동자로 변신한 지 두 세대가 지난 무렵인데, 두 분은 당시 방직공장 노동자에게 중산층 화이트칼라의 삶이라는 더 현대적인 변신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외가와 친가 모두 여전히 닭과 소를 길렀다. 외가에는 가구를 만드는 목공과 화가가 있었다. 모두 아마추어 박물학자로, 새, 곤충, 양서류의 습성과 서식지를 잘 알았으며, 온갖 야생화와 나무의 이름, 그리고 그 목재의 쓰임새를 줄줄 말할 수 있었다. 콰인보그 호수에 있는 그들의 야영지에서 나와 사촌들은 수영을 배웠다. 그들은 조용하고 이끼가 낀 숲을 남몰래 숭배했으며, 야생매가 봄에 북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감격했다. 내 어린 시절의 첫 기억은, 어른들이 낮잠을 자라고 나를 나무 밑에 눕혔을 때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오던 광경이다. 그 시절 이 일가친척들 덕분에 나는 자연계의 복잡성을 언뜻 엿볼 수 있었다. 손모아장갑을 닮은 이파리로 사사프라스를 알아보고 삼림 가장자리에서 친구를 본 듯한 기분이 되는 것은 유년기의 그 시절에 내가 아직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세상을 조금 안다고 생각했다.
점점 나이를 먹어 책도 읽고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스스로 ‘문명인’이라고 자만하던 인류가 못된 행동을 많이 한 시기가 바로 1930년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또한 경제 붕괴, 세계적인 불경기와 빈곤 확산, 장기간에 걸친 가혹한 가뭄, 강제 노동수용소, 스트롱맨 지도자, 강렬한 국가주의 선동, 인종과 관련된 만행, 삼림파괴, 린치, 폭력조직, 부정거래의 시기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보’라는 이름으로 서방 국가들은 자신의 영토와 남의 영토에서 광물, 목재, 어류, 야생생물을 약탈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댐을 지어 습지도 마르게 했다. 남부 스웜프에 흰부리딱따구리가 존재했던 마지막 시기이기도 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가들은 강의 모양을 직선으로 만들고 댐을 쌓았다. 잡석으로 해안의 숨통을 막고, 다이너마이트로 산에 깊은 광산을 파고, 하늘을 더럽혔다. 이 악명 높은 시기, 영생대psychozoic era, 인류가 지상에 나타난 때부터 시작된 지질시대―옮긴이라고 일컬어지는 긴 시대의 일부인 이 시기에 인생의 첫 시작을 겪은 나의 경험이 지금 생각하면 타임캡슐에 담긴 이상현상이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그 시대가 끔찍한 현재의 전조였음을 알겠다. 그러나 1938년에 세 살이던 나는 곧 닥쳐올 전쟁에 대해서도, 사람을 마구 죽여대는 독재자에 대해서도, 야생의 환경을 파괴하며 의기양양하게 이윤을 추구하는 자들에 대해서도, 유행병에 대해서도, 반란에 대해서도, 독기로 사람을 마비시키는 정치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주변상황을 잘 모른 채 시골에서 보낸 내 유년시절에는 신기한 것이 가득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따라 블루베리 덤불을 통과하니 갑자기 스웜프가 나타났다. 어머니가 마른땅에서 풀숲으로, 또 그다음 풀숲으로 펄쩍펄쩍 뛰어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하려고 해보았다. 가늘게 흔들리는 수풀에 안착해 물속을 들여다보았는데, 뭔가가 움직이면서 진흙이 창백해 구름처럼 일었다. 어머니의 팔이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그다음 수풀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그곳의 풀줄기에는 검은색과 노란색이 호랑이무늬처럼 어우러진 거미 한 마리의 거미줄 중앙선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걸려있었다. 만약 여기서 내가 뛰어오른다면 저 불길한 물속으로 빠지거나 아니면 거미의 품에 떨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소리를 질렀더니 어머니가 나를 다시 마른땅으로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그곳을 에둘러 움직이면서, 스웜프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곳에서만 안으로 들어갔다. 맹렬한 새들이 지키는 죽은 나뭇가지를 지나기도 하고, 그 어떤 조향사도 지금껏 흉내 내지 못한 최면 효과를 지닌 향을 내뿜는 수련睡蓮 연못의 가장자리를 따라가기도 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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