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책의 비밀
이 모든 일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도서실에서 사라진 날에 시작됐다.
사라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아직은 몰랐던 거다. 내 머릿속에서 그 책은, 꼭 학교 식당에 앉아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와서 자기를 찾아 주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항상 책장에 혼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찾아 주기를 기다리면서. 그저 도서실로 달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빌린 다음 교실로 가고 싶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현실 세계 친구인 레베카가 계속해서 우리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AmyAnneOllinger.com으로 등록하는 건 어때?”
레베카가 내게 물었다.
“아니, 레베카, AmyAnneOllinger.com을 등록할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 난 아홉 살이잖아. 부모님이 페이스북 쓰는 것도 아직 허락을 안 해 주시는데, 대체 왜 내가 굳이 내 이름으로 된 웹사이트 같은 걸 등록하겠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이랬다.
“아니.”
“등록해야 한다니까. 네 이름이 특이하긴 해.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이 그걸 등록해 버릴 수도 있다니까. 그럼 네가 손을 쓸 수 있겠어? RebeccaZimmerman.com은 벌써 빼앗겼단 말이야! 나는 열 살인데, 내 지적재산권을 누가 벌써 낚아채 갔다고! 제이 Z랑 비욘세는 아기가 태어나고 한 달도 안 지나서 딸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어. 우리 엄마 아빠도 그렇게 똑같이 할 만큼은 알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야.”
레베카의 부모님은 두 분 다 변호사인데, 레베카도 크면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난 변호사만큼 따분한 직업이 있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 대신 난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여전히 도서실로 가서 제일 좋아하는 책을 빌려 오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사물함을 열어 가방 안을 채우고 편지함을 빠르게 살펴봤다. 어쩌다 시작된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쉘버른 초등학교에서는 혹시나 괴롭힘을 당해 사물함에 갇힐 때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통풍구 바로 아래쪽, 사물함 문 안쪽에다가 골판지로 만든 상자를 테이프로 붙여 두었다. 누군가에게 쪽지를 남기고 싶을 때는, 통풍구 틈으로 종이를 끼워 넣기만 하면 조그만 골판지 상자에 쪽지가 곧바로 떨어진다. 이건 오랜 전통이어서, 관리인 크러치필드 씨는 매년 상자를 사물함 안에 그대로 두었다.
언제나처럼 내 편지함은 비어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하나밖에 없는 내 친구는 쪽지 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종이로 된 흔적은 절대로 남기면 안 돼.”
레베카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것도 변호사인 부모님께서 충고를 해 준거겠지.
“모건 프리먼이라는 배우 얘기 들어봤어?”
레베카가 물었다.
“이름이 모건 프리먼이 아닌 어떤 사람이 그 배우 이름으로 morganfreeman.com이라는 사이트를 등록했는데, 소송을 걸어서 사이트 이름을 다시 찾아와야 했대! 그리고 또 흥미진진한 사건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안 흥미진진한 건 상상할 수도 없을 거야. 레베카! 상표 등록이나 도메인 이름 등록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지금 다른 사람이 빌려 가기 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대출하러 가야 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꾹꾹 누른 채 손에 한가득 쥔 책들을 방패처럼 들어 올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도서실에 가서 이 책들 반납해야 해!”
그러고는 소송 사건 얘기를 더 꺼내기 전에 뒷걸음질하며 물러났다.
“교실에서 보자!”
내가 외쳤다.
보통 때 같았으면 제일 좋아하는 책을 벌써 빌려서 배낭에 집어넣었겠지만, 우리 학교 사서 선생님인 존스 선생님은 연달아 두 번까지만 대출을 연장할 수 있고, 꼬박 평일 닷새가 지나야 같은 책을 다시 빌릴 수 있다는 규칙을 세워 두었다. 선생님은 다른 사람들도 읽을 기회를 주려는 거라고 말했지만, 내 생각엔 내가 다른 책들도 읽게 하려고 그런 규칙을 만든 것 같았다. 다른 책이야 어차피 읽는데도 말이다.
나는 어젯밤 읽은 책들을 반납 코너에 툭 내려놓고 소설 서가 쪽으로 가는 길에 존스 선생님에게 손을 흔들어 아침 인사를 건넸다.
“에이미 앤, 얘야, 잠시만…….”
존스 선생님이 불렀다.
“잠깐만요. 책부터 좀 가져올게요.”
제일 좋아하는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ㅋ-ㅎ 서가로 서둘러 갔다.
거기 있어야 할 책이 없었다.
다시 쳐다봤다. 그래도 없었다. 혹시나 가끔 그러듯이 뒤쪽으로 밀려서 다른 책들 뒤에 가려진 게 아닐까 싶어 책들이 꽂힌 뒤쪽도 살펴봤지만, 그래도 없었다. 진짜로 없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항상 책장에 있었는데 혹시 누가 벌써 빌려 간 걸까?
막 물어보려던 차에 사서 선생님이 서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존스 사서 선생님은 키가 큰 백인 여자로 짧은 갈색 머리에 할머니들이 쓸 법한 큐빅이 박힌 안경을 쓰고 있는데 안경줄을 달아 책을 읽지 않을 때는 목에 걸어 두었다. 오늘은 하얀색 땡땡이가 박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선생님은 땡땡이 무늬를 좋아했다.
“제 책은 어디 있어요?”
“바로 그 얘기를 너한테 하려던 거였어. 네가 와서 그 책부터 찾을 줄 알았거든.”
“오 일 지났는걸요. 달력에다 표시해 뒀어요. 오 일이 지나면 다시 빌릴 수 있잖아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잖아요. 혹시 누가, 누가 벌써 대출해 갔나요?”
“아니란다, 에이미 앤. 그 책은 서가에서 뺄 수밖에 없었어.”
난 얼굴을 찌푸렸다. 서가에서 뺐다고? 무슨 소리지, 서가에서 뺐다니?
“왜요?”
존스 선생님은 한숨을 쉬고는 손바닥을 문질렀다. 꼭 내가 키우던 개가 죽었다는 얘기를 전하려는 사람 같았다.
“왜냐면 몇몇 학부모들이 의기투합을 하고는 그 책이 초등학생에게는 부적절하다고 그랬거든, 학교 이사회에서도 그 의견에 찬성했고.”
“적절하지 않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그 책을 너한테든 다른 아이들한테든 대출해 줄 수 없다는 소리야. 학교 이사회에 얘기를 해서 이 말도 안 되는 조치를 뒤집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에이미 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학교 도서실에서 대출이 금지되었단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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