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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승 3단은 인간 프로기사의 권위가 추락한 것이 전체 바둑 시장의 규모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한다. 거액 상금이 걸린 바둑대회들은 대부분 한중일 대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그런 후원을 받으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바둑계는 바둑의 심오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강조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게임 중 가장 복잡한 게임이며, 컴퓨터조차 인간 기사를 꺾지 못한다고. 그런데 알파고 이후에 바둑은 체스와 다를 바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다는 게 이호승 3단의 얘기였다.
“사실 바둑대회를 후원하는 기업들은 대개 회장님들이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이었고, 그분들이 이제 물러나는 중이에요. 그러면 기업 입장에서 ‘우리가 이걸 왜 후원해야 하지’하는 생각을 할 텐데, 바둑계에서 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명분 하나가 없어졌어요. 우승 상금이 3억 원인 장기대회 같은 건 없잖아요. 바둑계 종사자가 아닌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그런데 바둑을 왜 후원해 줘야 하는 거야?’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제가 생각해 봐도 딱히 이유가 없더라고요. 씨름이나 태권도 같은 건 민속 스포츠니까 우리가 밀어줘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죠. 그런데 바둑에 대해서는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바둑계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바둑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명분을 찾지 못하면 지지를 얻기 쉽지 않죠.”
(…)
바둑 산업의 시장 규모가 다른 요인 없이 오로지 인공지능이라는 한 가지 원인 때문에 위축된 건 아니다. 인공지능 충격을 말하는 바둑계 인사 중에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다. 바둑은 축구나 농구와 아주 다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적인 게임이며,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어떤 상황인지조차 알 수 없다. 숏폼 콘텐츠의 시대에 바둑 동호인의 수는 줄고 있고, 그런 가운데 인공지능이라는 타격이 가해졌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다. 문학계가 인공지능의 영향을 받을 때도 그런 식일 것 같다. 다른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문학작품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인공지능이 타격을 가할 것이다.
─ 장강명, 『먼저 온 미래』, 동아시아2025, 208~21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