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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그림책의 해’를 맞아, 「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책상」이 전국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상은 어린이들이 직접 그림책을 읽고, 심사하고,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1차로 8개 도서관에서 53가족의 어린이가 선정 과정에 참여해 20권의 후보 도서를 뽑았고, 이후 전국 70곳에서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1인당 5표씩 투표하여 총 21,558표가 모였습니다. 교동초등학교 학교도서관 사서가 그림책상 심사를 준비하며 어린이들과 함께한 과정을 정리한 글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힘이 있다
25년 전, 어린이책을 공부하던 시절에 마음에 새겨진 기억이 하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빽빽한 서가 사이에서 기어코 자신들의 책을 찾아내곤 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잘 아는, 거친 파도를 헤치고 무인도에서 살아남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인 『로빈슨 크루소』나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 담긴 『걸리버 여행기』가 오늘날 어린이책의 고전으로 읽히는 것도 사실은 재미를 찾아낸 아이들의 놀라운 안목 덕분이었다. 이처럼 어른이 굳이 건네주지 않아도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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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그림책 도시’를 세우다
우리 학교 아이들도 직접 책을 심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2025 그림책의 해’ 특별 사업인 「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책상」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후보 도서 20권을 읽고 심사한 뒤 5권에 투표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그림책이 상을 받는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직접 뽑는 그림책상이다.
준비 과정부터 아이들과 함께했다. 6학년 ‘도서지키미’들과 회의를 열어 투표소 이름을 정했다. 원주가 그림책으로 유명하니 투표소 이름을 ‘그림책 도시’로 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아이들은 후보 도서 20권의 캐릭터를 직접 그려 투표소를 꾸몄다. 한 아이가 눈사람을 그리자 그 옆에 엄마·아빠 눈사람을 덧그려 주는 따뜻한 풍경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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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심사위원들을 맞이할 준비
이런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해보는 터라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후보 도서 20권을 학교도서관 도서구입비로 구입하고 10권을 그림책도서관에서 대출하여 30권을 준비했다. 심사를 어떤 방향으로 잡아야 할지 심사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해서 6학년 학생 2명에게 사전 심사를 부탁했는데 흔쾌히 응했다. 2시간에 걸쳐 심사지를 작성하고 심사를 마쳤다. 심사하는 내내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심사 시간을 2차시로 잡고 학교 메신저를 통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학급을 신청받았다. 15학급 중 13학급과 유치원이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20권을 심사하기에 2차시로는 부족했다. 모든 학생이 다 마치려면 3차시까지 해야 했다. 유치원생에서 6학년까지 각기 다른 눈높이에 맞춘 단계별 심사지를 제작했고 심사위원 명찰도 준비했다. 명찰과 함께 ‘2025년 그림책의 해’가 새겨진 지우개와 달콤한 간식을 포장하여 기념품을 만들었다. 심사를 시작할 때 어수선할 것 같아서 책상에 명찰과 후보 도서를 미리 놓고 지정석에 앉을 수 있도록 하였다. 심사를 마친 책은 북트럭에 가져다 놓고 안 읽은 책을 가져와 심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유치원생은 책상 위에 후보 도서 20권의 책을 놓고 돌아다니며 심사할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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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과 열기로 가득했던 심사 현장
심사 날, 아이들의 목에 ‘심사위원 명찰’을 걸어주었다. 명찰을 건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졌고, 도서관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이들은 2차시 수업 내내 쉬는 시간도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들었다. 스스로 “수업 시간에 이렇게 조용한 건 처음이에요”라고 말할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유치원 꼬마 심사위원들도 진지하게 책장을 넘기며 자신만의 별점을 매겼다. 2~3차시의 긴 심사가 “힘들지만 재미있었다”라고 말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했다. 간혹 심사 도중 모르는 낱말을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유치원은 중간에 간식 시간이 있어 간식을 먹고 난 뒤 심사를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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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찾아낸 ‘최고의 결말’
총 221명의 어린이가 참여한 투표 결과, 영광의 1위는 『고추장 vs 짜장 떡볶이 대결』이 차지했다. “고추장 떡볶이와 짜장 떡볶이가 서로 개성있고 맛있다는 것을 인정해 줘서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한 아이의 심사평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순위에 들지 못했더라도 형제 관계에 공감하거나 죽음을 다룬 책에서 의미를 찾는 등, 아이들은 저마다의 시선으로 책의 가치를 발견해 나갔다.
‘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책상’ 심사의 의미는, 아이들이 어른의 설명이나 기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고 고민하며 “이 책이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경험에 있다. 아이들은 이번 심사를 통해 누가 정해 주지 않아도 책의 재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어른이 골라준 책을 읽는 독자가 아니라 책을 선택하는 주체로서의 어린이. 그것이 바로 ‘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책상’이 지닌 가장 큰 의미였다.
| 「어린이가 직접 뽑는 그림책상」 시상식이 10월 26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열렸다. 『고추장 vs 짜장 떡볶이 대결』의 보영 작가(가운데), 『거꾸로 토끼끼토』의 보람 작가(오른쪽). ─ 편집자 주 |
마치며
“내가 그림책 20권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는 한 학생의 소감처럼, 아이들은 스스로 찾아낸 즐거움 속에서 훌쩍 성장해 있었다. 이 즐거운 여정에 도움을 준 도서지키미와 선생님들, 그리고 멋진 안목을 보여준 우리 교동초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아이들이 앞으로도 도서관이라는 넓은 서가에서 자신만의 ‘진짜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가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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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책상’ 심사위원 소감
• 내가 직접 책을 평가해 보니까 재미있었다.
• 심사위원이 쉬운 줄 알았는데 은근히 어려웠다.
• 심사위원을 하면서 여러 가지 그림책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보람찼다.
• 그림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 많은 것들을 읽고 놀라웠다.
• 재밌고 흥미로웠다.
• 내 손으로 심사를 해서 좋은 그림책을 뽑는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 직접 좋은 그림책을 뽑는 게 기분이 이상하고 재미있었다.
•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조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고 그랬다.
• 너무너무 재밌고 즐거웠어요.
• 재밌다. 다음에 또 하면 좋을 것 같다.
• 내가 그림책 2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 여러 그림책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았고 재밌는 그림책이 많아서 심사하는데 즐거웠다.
• 심사위원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 내가 직접 뽑은 거라서 훨씬 재밌다.
• 재밌었고 이렇게 다양한 책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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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vs 짜장 떡볶이 대결』 심사평
• 음식의 역사를 떡볶이와 연결시킨 점이 좋았고, 두 떡볶이의 싸움이 사람들이 싸우는 것과 비슷하여 많은 공감이 되었다.
• 서로 달라도 어울릴 수 있다는 내용이 좋았다
• 서로 다른 점이 있지만 결국 우리는 같다는 내용이 좋았다.
• 떡볶이 소재가 친근하고 신선하다.
• 떡볶이를 좋아하고 내용이 흥미로워서 집중력이 생겼다.
• 떡볶이가 고추장이랑 짜장에 목욕하는 게 재밌다.
• 표지가 재밌어 보였다.
• 고추장 떡볶이와 짜장 떡볶이가 서로 개성있고 맛있다는 것을 인정해줘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거꾸로 토끼끼토』 심사평
• 캐릭터가 귀엽고 잘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 처음에 이름 보고 호기심이 들었는데 읽어보니 내용이 생각했던 거와 달라서 새롭고 재밌게 느껴졌다.
• 거꾸로 서 있는 토끼가 재밌어서
• 게다리 춤이 재밌다.
• 토끼가 거꾸로 물구나무 서서 뛰어서 훨씬 재밌다.
• 귀가 신발이 돼서 신기하고 재밌다.
• 제목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게 했다.
본 학교 프로그램 진행 내용
① 투표소 이름 정하기 및 투표소 꾸미기
6학년으로 구성된 도서지킴이와 ‘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책상’ 회의에서 투표소 이름을 ‘그림책 도시’로 하기로 했고, 투표소 꾸미기는 후보 도서 20권의 캐릭터나 인상 깊은 장면을 그려 꾸미기로 했다. 그래서 캐릭터 그릴 20명을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그린 캐릭터를 가지고 도서지키미가 투표소를 꾸몄다.
② 사전 체험
6학년 2명이 사전 체험을 했다. 장난으로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의외로 진지하게 2시간을 꼬박 앉아서 심사를 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며 기특한 말을 남겼다.
③ 도서 준비
20권의 도서를 학교도서관 도서구입비로 구입하고 8권은 ‘그림책 도서관’에서 대출하고 우리 도서관 책 2권을 합쳐 30권을 준비했다.(최고 많은 학급 24명)
④ 프로그램 참여 신청 받기
각 학급에 메신저를 보내 참여하고 싶은 학급을 신청을 받았다. 15학급 중 13학급 신청하고 유치원도 참여하기로 하였다. (3주에 걸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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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기타 준비
• 심사 위원 명찰 만들기
• 기념품 만들기: 심사 위원 명찰, 멘토스 중, ‘2025 그림책의 해’가 새겨진 지우개로 구성
• 심사지 만들기: 유치원, 1학년, 2학년, 3학년 이상 수준별 심사지를 만들었고 별점을 기준으로 했다.
★ 꽝!
★★ 별로야, 그냥 그래.
★★★ 괜찮았어. 시간 날 때 읽어봐.
★★★★ 좋았어, 너도 읽어봐.
★★★★★ 넘넘 재밌어, 꼭 읽어봐!
⑥심사 진행 내용
• 책상 위에 심사 위원 명찰과 도서를 두고 자신의 명찰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북트럭에 나머지 책을 두고 책상 위에 있는 책을 읽고 심사를 마친 후 북트럭에 읽은 책을 두고 안 읽은 책을 가져다 읽고 심사를 한다. 2차시로 진행한다. 유치원은 책상 위에 20권의 책을 두고 돌아다니며 보며 별점을 준다.
• 20권의 심사를 마친 후 소감을 쓰고 별점이 많은 5권을 뽑아 투표소에 투표를 한다.
• 시간은 2차시에 걸쳐서 했는데 시간이 부족한 친구들은 점심 시간이나 아침 시간을 이용해 심사를 마쳤다. 나중에 진행한 학급은 3차시로 심사를 진행했다. (2차시보다 3차시로 해야지 그 시간에 다 마무리를 할 수 있다.)
⑦ 후기
참가 인원 221명, 심사 결과 『고추장 vs 짜장 떡볶이 대결』보영 지음, 허아성 그림, 길벗어린이 132표로 1위, 『거꾸로 토끼끼토』보람 지음, 길벗어린이 85표로 2위 『달꽃 밥상』지영우 지음, 사계절, 『홀짝홀작 호로록』손소영 지음, 창비은 69표로 3위를 차지했다.
아이들이 심사위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하여 신중하게 심사를 한 모습에 놀라웠다. 그리고 스스로 재밌고 자신들에게 유익한 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그리고 심사를 마친 후에 도서관에 와서 심사한 책을 다시 찾아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한 형제가 학교에 다니는데 『고추장 vs 짜장 떡볶이 대결』 심사를 하고 집에서 다양한 대결을 아주 재밌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위에 들지는 않았지만 『남매는 좋다』강효선 지음, 길벗어린이는 형제 자매가 있는 친구들이 현실 남매라며 매우 공감하며 좋아했다. 그리고 『달꽃 밥상』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친구들이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깜방 파티』김명 지음, 월천상회는 죽음을 다룬 책인데 아이들이 많은 공감을 했다. 『자개장 할머니』안효림 지음, 소원나무는 ‘자개장’이라는 낱말이 어려운지 여러 명이 물어봤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도서지킴이, 원주시그림책센터 이상희 선생님, 교동초 선생님과 학생들의 많은 도움으로 재밌고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재밌어했고 다음에 한다면 참여할 것이라고 대부분 대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