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도 초여름이라
김남주
편지를 쓰려다 날짜를 잘못 적었어. 그건 내가 오늘 하루보다 더 긴 잠을 자느라 그랬지.
여름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러 강가에 가곤 했는데. 먼저 가는 너의 등, 흰 티셔츠 위로 파노라마처럼 쏟아지는 이파리의 그림자가 선명한데.
너무 멀어지면 불러도 들을 수 없는 거지.
묻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잠을 잤어. 꿈속에서도 초여름이라 날벌레가 들끓고. 나는 헐떡이며 너를 자꾸 불렀는데, 너는 저만치 앞에서, 묵묵히 페달만 밟고.
왜 한 번을 뒤돌아보지 않는지, 묻고 싶은데.
우리가 물결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내 흘러가면서. 얼었다가 녹고 다시 흐르면서.
나는 깨어나고 싶지 않아. 눈을 감으면
꿈속은 아직 초여름이라서.
우리 곁으로 슬픔이 착륙한다
유병록
하늘 저편에서
네가 돌아오는 중이다
곧
고도를 낮추고
활주로 미끄러져서
떠났던 곳으로
우리 곁으로
네가 도착할 것이다
너는 짐을 챙겨서
부지런히 걸어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여행 가방을 열면
우리를 위한 선물도
분명 들어 있을 것이다
선물이 비록 슬픔이어도
네가 주면 받아야지
기념품처럼 오래 간직해야지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저편에서
네가 계속 돌아오는 중이다
우리 여기 이렇게 마중 나왔으니
곧
슬픔이 안전하게 착륙할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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