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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근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학문인 ‘양자 역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025년이 양자 역학 100주년을 기념하여 UN에서 지정한 ‘국제 양자 과학 기술의 해’라는 거 아시나요? 이처럼 양자 역학은 학문의 세계에서는 이제 막 청소년기에 들어선 신생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양자 역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양자’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알아볼까요? 한자로 ‘量양 양’과 ‘子아들 자’로 이루어진 이 단어는 양과 단위를 표현하는 개념입니다. 영어로는 ‘Quantum’이라고 하는데, 이는 셀 수 있는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는 양자 역학이 기존의 고전 역학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을 세고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과거에는 물통에 물이 연속적으로 들어나거나 줄어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양자 역학은 물통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물이 일정한 크기의 작은 컵들로 나뉘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이 컵 단위로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때 컵에 물은 반만 담거나 조금만 담는 것은 안 됩니다. 언제나 꼭 채워야 해요. 이제 바로 양자의 기본적인 개념입니다.
조금 더 비유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밝기 조절 장치가 천천히 무대를 밝히거나 어둡게 만들 수 있지요. 고전 역학에서는 이 변화가 매끄럽게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빛이 아주 작은 빛 알갱이, 즉 광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봅니다. 빛의 밝기를 광자 하나, 광자 둘 이렇게 광자들의 개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치 방의 조명이 LED 등처럼 아주 작은 조명들이 많이 모여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서 각각의 작은 조명의 버튼을 조정해서 방의 밝기를 조정하는 것처럼요.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의 차이
고전 역학은 아이작 뉴턴의 역학, 제임스 맥스웰의 전자기학 등 양자 역학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물리학으로, 우리가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살아가는 거시 세계를 잘 설명해 줍니다. 하지만 전자나 원자처럼 아주 작은 물질의 행동과 성질을 설명하지 못하는데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발전한 학문이 바로 양자 역학입니다. 그렇다면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은 어떻게 다를까요?
첫 번째 차이: 연속성과 양자화
고전 역학에서는 몇몇 물리량이 연속적으로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물체의 에너지는 얼마든지 연속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본 것이지요. 하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이와 다르게, 특정 물리량이 계단식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빛은 파동이면서도 그 기본 단위인 ‘광자’로 구성되며, 이는 빛 에너지의 양자화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양자 역학에서 말하는 ‘양자’는 물리적 실체라기보다 추상적인 개념에 가깝습니다.
원자 안의 전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자는 원자핵의 인력으로 인해 원자핵 주변에 머무르게 되는데요, 전자기학에 따르면 이 전자가 가지는 에너지는 원자핵과의 거리에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전자가 아무 위치에나 존재할 수 있다면 에너지도 아무 값이나 가질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양자 역학에 따르면,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는 연속적이지 않고 특정한 값으로 제한됩니다. 이를 ‘에너지 상태의 양자화’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 전자의 에너지는 불연속적이고 계단식으로 주어집니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마치 계단을 오르내리듯,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 값 사이만 이동합니다.
두 번째 차이: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고전 역학에서는 물질을 입자 또는 파동 중 하나로 구분했습니다. 전자나 원자는 입자, 전자기파의 일종인 빛은 파동으로 간주되었지요. 그런데 약 100년 전, 빛이 파동이면서도 입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양자 역학에서는 이를 ‘파동-입자 이중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빛이 단순히 파동처럼 퍼져 나간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실험을 통해 광자가 실제로 특정 위치에 입자처럼 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해 보세요. 또한, 입자인 줄 알았던 전자, 원자, 분자 같은 물질이 파동의 성질도 지닌다는 사실 역시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결국, 모든 물질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인 것이지요.
세 번째 차이: 결정론과 확률론
고전 역학에서는 물체의 초기 상태위치, 속도, 힘 등를 알면 미래 상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축구공의 현재 위치와 속도, 내가 공을 차는 방향과 힘의 크기를 알면,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정확히 알 수 있지요. 이는 아이작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 특정한 초기 조건에서 유일한 해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질을 결정론적deterministic이라고 합니다.
반면, 양자 역학에서는 물질의 상태를 확률적으로 기술합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우리는 어떤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아낼 수 없습니다. 대신, 나중에 배워볼 에르빈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통해 입자의 상태를 기술하게 되며, 이는 결과가 나올 확률만을 제시해 줍니다.
네 번째 차이: 측정과 상태의 불확실성
고전 역학에서 측정은 단순한 관찰 행위에 불과하며, 측정이 물체의 상태를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날아가는 축구공의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축구공의 상태가 바뀌지는 않지요. 하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측정 행위가 입자의 상태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입자가 상태가 중첩superposition된 상태로 존재하다가도, 우리가 그 입자를 측정하는 순간, 중첩된 여러 상태 중 하나로 확정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를 ‘파동 함수의 붕괴’라고 합니다.
양자 역학은 전자, 원자, 분자 등 아주 작은 입자들의 세계를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사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작은 입자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양자 역학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양자 역학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현상이 너무 작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섭씨 25도인 방에 놓인 쌀 한 톨의 파장을 드 브로이 파장은 약 10-21미터, 즉 10-12나노미터로, 약 0.1나노미터 크기를 가진 수소 원자보다도 훨씬 작습니다. 이처럼 아주 작은 세계에서만 드러날 것 같은 양자 역학의 현상이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그 성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레이저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도 양자 역학의 응용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러분이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과 GPS 역시, 양자 물리학 없이는 불가능한 기술입니다. 더 나아가,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쇼어 알고리즘은 현재의 암호 체계가 기반하고 있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짧은 시간에 풀어내, 향후 보안 기술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물류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양자 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계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금융, 의료,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양자 통신 기술도 주목할 만합니다. 오늘날처럼 보안이 중요한 사회에서, 양자 키 분배Quantum Key Distribution, QKD 기술은 이론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통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마치 디지털 금고를 열쇠 없이는 절대 열 수 없도록 만드는 철통 보안 시스템이라고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양자 센싱 기술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 기술은 지진의 진동을 더욱 정밀하게 감지하거나 의료 분야에서 초정밀 이미징 기술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우리는 이미 양자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양자 역학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되어 줍니다. 양자 역학의 법칙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욱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양자 역학의 신비로운 현상들과 그로부터 탄생한 첨단 기술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복잡한 수식보다는 직관적인 설명과 생생한 예시를 통해, 누구나 양자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양자 역학은 단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덜 확정적이고, 더 많은 가능성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놀랍고도 아름답지 않을까요?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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