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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도서관
베이린구 도서관 관장 닝〔寧〕 아무개는 내 직속 부하로, 나는 그를 ‘닝 관장’ 또는 ‘샤오닝〔小寧〕’이라고 불렀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가 베이린구에 지금까지 도서관이 하나도 없었음을 알았다. 몇 번이나 물어본 뒤에야 그게 사실임을 확인했다. 도서관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다른 게 잔뜩 있다는 사실과 무척 대조적이었다. 베이린구는 시안시의 중심 지역이고, 시안은 13개 왕조의 도읍이었던 유서 깊은 도시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닝 관장이 가져온 계획서에 따르면 장차 내가 맡게 될 이 ‘시안시 베이린구 도서관 건설 프로젝트’는 도서관을 지하에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독서에는 자연 광선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도서관을 지하에 만든다는 거지?
닝 관장의 말로는 원래 지하에 만들 계획은 아니었다고 한다. 두 해 전에 구 정부는 체육관과 문화관, 공문서 관리관, 도서관이 각기 한 층을 차지하는 대형 복합문화공간을 만들려고 계획했는데, 그 가운데 도서관은 1만 제곱미터가 넘는 규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부국장님도 아실 테지만, 우리 시안의 공사 현장에서는 늘 이런 일이 생기잖아요.”
우리 시는 상당히 특수해서 토목 건설에서 조금만 방심해도 역사 유적을 발굴하고 만다. 다른 지역에서는 공주나 왕의 무덤이 인기 관광지가 될 테지만, 시안시에서 이런 묘지들은 그냥 골목에 있어서 콩깍지나 이불을 말리는 장소로 쓰일 정도로 조금도 희귀하지 않다.
최근에 모교인 산시사범대학을 지나다가 새로 조성한 유적지 공원 하나를 발견했는데, 내 기억에 그 부근에는 원래 흙 언덕이 있었다. 20여 년 전 대학에 입학했을 때 캠퍼스 남쪽에서 막 천단天壇 하나가 발굴되었는데, 당나라 황제가 하늘에 제사 지내던 곳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왠지 경건하게 느껴져 고개가 절로 숙여졌는데, 선배들은 깔깔 웃으며 내 환상을 깨뜨려버렸다.
“절대 보러 가지 마. 그냥 커다란 흙더미야.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혼자 그 풀이 우거진 흙더미 앞에 가보았는데, 늦가을이라 유난히 적막해 보였고, 황량한 풀밭과 마른 나뭇가지는 전혀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 이 도시에서는 이런 게 널리고 널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 흙더미는 오랫동안 ‘출세’하지 못한 채, 내가 석사과정을 마치고 학교를 떠날 때까지도 여전히 그냥 흙더미였다. 그러다가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은 그래도 제법 점잖은 외관을 갖추게 된 셈이었다.
지금도 우리가 계획하고 있던 도서관 부지가 어떤 문화재와 마주쳤는지는 모르지만, 고고학 관련 각급 부서에서 문헌 조사를 진행하며 발굴중인데 2, 3년은 지나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다만 도서관 건립은 더 미룰 수 없었다. 국가 공공문화 서비스에서 규정한 조례에 따르면 2020년 말까지 구현 단위의 도서관이 반드시 건립되어야 했다. 이것은 연도별 심사에서 중요한 항목이므로 절대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각급 지도자들이 책임져야 했다. 어쨌든 베이린구에서는 이미 있는 장소를 하나 골라서 임시로 과도기적인 도서관을 만들어야 했다. 조례의 요구에 따르면 최저 면적은 3천 제곱미터가 되어야 했고, 즉시 시작해서 기한 내에 완성해야 했다.
베이린구에서 적합한 ‘3천 제곱미터’의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베이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최고’였는데 먼저, 면적이 2만 3천 제곱미터로 시안시에서 ‘최고’ 좁은 지역이고 둘째, 상업이 번성하고 가게마다 장사가 잘되어서 시안시에서 단위 면적당 GDP가 ‘최고’ 높은 지역이었다.
도서관 건물은 특히 하중을 잘 감당해야 하는데, 밀집된 서고의 하중은 보통 건물의 몇 배나 되므로, 건축계에서도 이를 위해 전문적인 기준을 정해놓았을 정도다. 내가 임시직으로 오기 전에 부서에서는 햇볕이 잘 드는 몇 곳을 선정했는데, 모두 하중 감당 기준에 맞지 않아서 결국 지하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창문도 없는 임시 과도기의 구현급 도서관은 이렇게 해서 존재의 합리성과 긴박성을 획득한 채 내가 와서 건립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오닝은 내 앞에 서서 이런 경위를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40세 무렵에 이 과장급 직무를 맡게 되었으니, 늦은 셈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은 황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해요.”
며칠이 지나고 그녀는 나와 인사할 때 여전히 조심스러운 미소를 지었으며, 과하게 친절을 떨지도 않았다. 늘 검은색이나 갈색의 넉넉한 스웨터로 몸매를 가렸으며, 지퍼가 달린 조끼로 한번 더 감췄다. 어쨌든 절대 눈에 띄려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 그녀는 사무실 한 칸을 다른 이와 함께 쓰고 있는데, 도서관 내장공사가 끝나면 그곳으로 옮겨서 자기만의 독립적인 영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라면 무척 가슴이 설레서 머릿속에 갖가지 계획이 번뜩이고 있을 터이다. ‘산적 두목’으로 등극하는 거냐고 농담을 건네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노릇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기는 결정 내리기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며, 그보다는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해주기를 바란다고. 어떤 부서의 책임자도 되고 싶지 않고, 지난 여러 해 동안 남이 시키는 일만 하는 데에 익숙했다. 그러면 그다지 지나친 신경을 쓸 필요도 없고 위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곧 독립 법인이 되려는 참이라서 뭔가 문제라도 생길까봐 두려워했다. 이제는 문제가 생기면 혼자 책임져야 하니까.
그녀가 이 일을 감당하지 못할까 조금 염려스러웠다. 그녀는 학력도 높지 않고 전공도 달랐으며, 평소 독서 습관도 없었다. 내가 아는 다른 도서관장도 전공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에서는 흔한 일인 듯해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동생은 이렇게 분석했다. 도서관은 별로 챙길 게 없는 기관이니까 상부에서는 보통 비교적 성실한 사람에게 관리하게 하는데, 그다지 큰 성적을 낼 필요도 없고 그냥 진중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샤오닝의 성격을 전혀 알지 못했으나, 동료들이 ‘황소’ 같다고 평가했으니 믿을 만한 사람일 테고, 어쩌면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듯했다. 우리는 이미 상부에 5개의 직위 편제를 신청했는데, 내년 봄에 시험을 치르면 내년 연말에나 부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도서관 전체에 그녀 혼자뿐이어서, 휘하에 병사도 없는 외로운 장군이었다. 내가 주관하는 4개 부서 가운데 그녀만이 이렇게 고립무원의 신세여서 내가 조금 더 도와주어야 했으니, 이것은 우리 두 사람의 도서관이었다.
나는 줄곧 이 도서관을 상상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곳. 이미 만들어진 물체가 아니고, 내 손으로 개어서 진흙으로 만들어야 하는 물과 흙. 그 진흙을 주물러 모양을 빚고 무늬를 새겨야 한다. 나는 이 흙투성이의 설레는 작업이 몹시도 기다려진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서관 사서를 꿈꿔봤겠지만 내가 하려는 일은 그보다 더 크다. 도서관 전체의 책을 선정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도서 구매비 100만 위안이 있다. 하나의 도서관으로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한 명의 지식인에게는 정말 엄청난 거금이다. 이 귀중한 돈을 어떻게 쓸지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나는 아직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 지하실의 어둠은 김빠지게 하겠지만, 다행히 한 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웃한 가게가 없었다. 청결하고 넓은 지하 한 층이 오롯이 우리의 입주만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하게 세탁하면, 입을 만한 법이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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