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청소년의 뇌가 원하는 피드백
(중략)
이 책은 10년 전에 했던 단순한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청소년들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고자 했던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충격적일 정도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중반 미국 연방정부는 담배, 마약, 술을 권유받았을 때 ‘그냥 거절하라’고 장려하는 ‘아니라고 해Just Say No’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10대들의 약물남용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흡연과 다른 약물의 유혹을 ‘키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음으로 미국 정부는 약물남용 저항 교육인 D.A.R.E.Drug Abuse Resistance Education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제복을 착용한 경찰관들이 교실로 찾아가 모든 불법 약물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강의를 하고 형광펜, 힙색, 범퍼 스티커, 티셔츠 같은 기념품도 나눠 주었다. 가장 많을 때는 미국 학군 중 75퍼센트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 방법은 효과가 없었다. D.A.R.E.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약물 사용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다. 2007년에 미국심리과학협회는 D.A.R.E.가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 프로그램 목록에 올랐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포함해 미국의 대다수 학교에서 계속해서 D.A.R.E.를 사용했다.
연구 문헌을 파면 팔수록 비슷한 경우를 더 많이 발견했다. 나는 학교폭력이나 10대 비만을 줄이려는 시도, 청소년 정신 건강을 개선하려는 프로그램, 더 건강한 소셜 미디어 사용을 촉진하려는 노력을 살펴보았다. 전문가들이 홍보하는 프로그램들이 효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놀랍게도 같거나 유사한 프로그램이 어린아이들에게는 제법 효과가 있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사춘기가 시작되는 순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갑자기 사라질까?
프로그램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관리자도, 부모도, 교육자도, 코치도 중요한 순간에 청소년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청소년들은 수수께끼 그 자체였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은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하고 형편없다고 느끼며, 심지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런 명백하고 뚜렷한 좌절감 때문에 청소년들은 한층 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되었고, 청소년도 어른들도 지치고 말았다. 다음의 짧은 이야기 두 편이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피드백에 실패하는 이유
어느 날 나는 오랜 친구인 알렉스 스위니 박사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스위니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미국 명문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일류 병원 전임의가 되었고, 현재 명문 의대에서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위니는 청력을 복구하는 인공 와우 이식수술을 많이 한다. 말 그대로 성경에 나오는 기적을 행하는 셈이다. 그런 그도 고민이 있다며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스위니는 20대 초반의 의대생과 레지던트 들을 지도했는데, 제자들이 실수했을 때는 평가를 다르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는 등의 명확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줬다. 하지만 레지던트들은 다음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했다. 마치 스위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계속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그는 “정말 짜증나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온종일 환자들이 ‘들을’ 수 있게 도와주었지만, 레지던트들이 ‘귀 기울이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이 책을 쓸 때 나는 유명한 패션 액세서리 대기업에서 일하는 신임 관리자와 그의 직속 부하인 23세 직원을 1년 동안 추적조사하고 있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는 패션업계에 꼭 필요한 인재다. 관리자의 성공은 젊은 직원이 의견을 솔직하게 제시할 용기를 갖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직원은 그러지 않았다. 관리자는 온갖 경영 서적을 읽고, 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낱낱이 구독했으며, 팟캐스트를 모조리 찾아 들었다. 직원의 경력에도 신경을 썼는데 이 같은 일반적인 통념은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어느 날 고위 경영진 회의에서 관리자는 표적고객 집단에 속하는 젊은 직원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쉬운 질문을 던졌다. 직원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고 고위 경영진은 실망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왔을 때 관리자는 직원에게 승진 가도에 들어설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직원은 울음을 터트렸고, 관리자는 몹시 화가 났다. 알고 보니 그 젊은 직원은 마치 관리자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것처럼 부당하게 비난하고 고의로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직원은 관리자가 실패를 추궁받지 않기 위해 상사들에게 자신에 대한 나쁜 인상을 심어주려 했다고 믿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관리자는 직원의 경력을 쌓아주려고 애썼지만, 직원은 공개적으로 수치심을 느꼈고 도움도 받지 못했다. 결국 아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한 달 후 직원은 회사를 그만뒀다.
스위니와 신임 관리자는 모두 ‘멘토의 딜레마mentors’ dilemma’에 빠졌다. 멘토의 딜레마란 누군가가 한 일을 비판하면서도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척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다. 비판은 젊은 사람의 자신감을 짓밟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도하는 사람은 나쁜 선택지 사이에 끼여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니 진퇴양난이다. 아랫사람의 부진한 실적을 감수하거나대신 상냥하게 대할 수 있다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대신 냉정하게 굴게 된다 선택지 중에 골라야 한다. 둘 다 바람직하지는 않다. 아랫세대와 윗세대 모두 성장을 염두에 두고 소통을 시작했건만, 상호작용을 끝낼 무렵에는 양쪽 다 불만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너무 많다.
멘토의 딜레마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 제프리 코헨이 처음 발견했다. 코헨은 학부생들이 제출하는 글쓰기 과제나 발표에 엄격하고 비판적인 피드백을 주는 대학교수들을 연구하다가 의아한 경향을 발견했다. 학생들이 처음 제출한 과제에 첨삭 지도를 받은 후에도 거의 고치지 않은 채로 다시 제출했던 것이다. 교수들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 피드백을 줬건만 시간 낭비였어. 하나도 안 고쳤잖아.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고 생각하면서스위니가 의대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불만을 품고 의기소침했다.
코치들은 선수들이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고도 기술을 고치지 않을 때, 로펌의 파트너급 변호사들은 소속 변호사가 쓴 준비서면을 수정할 때, 제품디자이너들은 후배 디자이너의 업무를 검토할 때, 부모들은 하라고 한 일을 아이들이 하지 않을 때 이 같은 딜레마에 직면한다. 각각의 경우에서 리더는 상냥하게 대할지 모질게 굴지 고민하며 갈팡질팡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상황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멘토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칭찬 샌드위치를 신봉한다. 칭찬 샌드위치란 아랫사람에 대한 비판적 피드백을 온화한 칭찬 사이에 끼워서 전달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네요긍정적. 결과물은 수준 이하라서 개선이 필요합니다부정적. 그래도 좋은 자세를 보여줘서 고마워요긍정적”라고 말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칭찬 샌드위치를 선호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칭찬이 2개니까 살벌할 정도로 솔직한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이 2배로 많다. 단순히 더하기 빼기로만 보면 이 상호작용은 긍정적인 셈이다. 싫을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청소년들은 칭찬 샌드위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사나 코치, 부모, 교사가 긍정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사람들은 권위 있는 인물에게 비판받을 때 좀 더 심오하고 실존적인 의문을 품는다. ‘내 인생을 좌우할 힘을 가진 이 사람이 내가 무능하다고 생각하나?’ 비판을 있는 그대로, 즉 목표에 좀 더 잘 도달하게 도와주는 유익한 조언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먼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칭찬 샌드위치는 안전을 확보하려는 시도이지만, 문제는 그 칭찬이 하찮은 사항이라는 점이다. 개인적 또는 직업적 성공과 무관한 사소한 부분은 칭찬해봐야 청소년들이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을 해소할 수 없다. 오히려 리더가 자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두려움만 더욱 확고해진다. 리더는 자기가 한 일을 조금도 칭찬하지 않는 데다가, 심지어 아랫사람을 공허한 칭찬으로 달래려는 뻔한 시도가 효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이다. 듣는 사람은 비판에만 집착하면서 이를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칭찬 샌드위치와 같은 통념이 효과가 없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사실을 고려하면, 청소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체계적인 과학은 꼭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상식과 헛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고자 수행한, 철저한 실험들을 소개하겠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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