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경물
보리 거두고
무엇을 심어야 할지 몰라
애벌갈이도 못 하여
며칠 밭에 나가보지 못한 것이
어디 체한 것처럼 거북하였는데
물꼬 보러 나왔다가
방금 피어난 벼꽃 바라보면서
눈물 글썽이는 이 있다
하늘님과 동업하는 농부들
목마른 땅 먹구름꽃 그리워하는
천지부모 어진 슬하들이거니
하오나 하오나 울고 싶은 날 너무 많다는
우리 초록 피붙이들이시어
오늘은 경인 경천도 좋지만
물물천 사사천* 깊이 헤아리면서
애오라지 경물敬物만 하옵소서
경물 생각만 하옵소서
*物物天 事事天 : 모든 물건마다 하는 일마다 하늘님이 작용한다는 해월 법설
깨알체
예전에
우리 모두 가난했을 때
깨알같이 쓴 편지 받고 울었다는
어머니 말씀 들은 적 있습니다
오늘 들깨를 털었는데
망모忘母 못 박힌 손이 자꾸 눈 가려
들깨 한 움큼 집어
왼쪽 손바닥에 어 머 니 석 자
공경히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심정기 깨알체였습니다
천지자연체
사대강 공사
끝난 지 어언 십 년
여강 애기 도리섬 모래톱에
독…이라고 써놓고 돌아왔는데
다음 날 나가보니
둑…으로 바뀌어 있었다
몸이 아파 닷새 뒤 나갔더니
득…이라고 쓰여 있었다
사대강 공사 그 난리로
그래 세상은
무엇을 얻었느냐고 묻는
큰 붓 준엄한
천지자연 흘림체였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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