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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 의미
우리는 무엇을 인터뷰라고 부를까요
“인터뷰 좀 해주시겠어요?”
누군가 여러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인터뷰를 청했을 때 많은 분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인터뷰요? 아휴, 제가 무슨….”
이 말은 이런 뜻일 때가 많았습니다.
“인터뷰요? 아휴, 제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터뷰를 하나요?”
이런 대답도 많았습니다.
“글쎄요. 특별히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는데….”
이 말의 뜻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터뷰라면 뭔가 중요하고 대단한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나는 못 해요.”
저도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인터뷰를 했지만, 누가 저에게 인터뷰를 제안하면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내가 인터뷰를 해도 될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했어요.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아마 우리가 인터뷰를 특별한 무언가라고 생각해서일 거예요. “차 한잔하시겠어요?” 또는 “수다나 떨자”라는 말에 ‘나의 자격’이나 ‘대화의 완성도’를 먼저 고민하진 않을 테니까요.
이런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직장생활 5년 차. 회계팀에서 일하는 세모 씨는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에요. 마케팅을 공부한 적도 없고, 회사는 업무 분장을 엄격하게 나누는 편이거든요. 어느 날 회사의 한 선배가 세모 씨처럼 다른 직군에서 일하다 마케터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세모 씨는 그 선배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청합니다. “어떻게 마케터가 되셨어요?” “저도 마케터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세모 씨와 선배가 나눈 대화는 ‘인터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또 다른 경우도 생각해볼게요.
열정도 많고 정의감도 남다른 네모 씨는 불쑥불쑥 화가 나는 상황을 잘 참지 못합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든 모임에서든 욱해서 말을 내뱉고 집에 와서는 후회하곤 했어요. 내 성격이 모난 건가 자책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군가는 나서서 바로잡았어야 했다 싶을 때가 많아요. 그러다 적절히 할 말은 하면서도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잘 이끄는 한 친구를 알게 됐어요. 네모 씨는 친구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감정을 잘 조절하는 거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방이 불쾌하지 않도록 잘 전달하는 방법이 있을까?”
네모 씨가 친구에게 질문하고 답을 듣는 과정은 ‘인터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대화가 멋진 인터뷰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인터뷰를 대단한 사람에게서 대단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거나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사람들, 혹은 유명한 사람들만 인터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여기곤 하죠. 물론 그런 사람들은 좋은 인터뷰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늘 큰 이야기만은 아니죠. 어떤 날은 두꺼운 철학책에서 삶의 지혜를 얻지만, 어떤 날은 칼로리를 줄이면서도 맛있게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레시피가 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남다른 매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설레고, 어떤 날은 자꾸 실패하고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며 위로받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지식과 지혜, 정보와 재미를 담은 콘텐츠가 많지만,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하고 나를 움직이는 것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인터뷰는 대단한 사람에게서 대단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맞습니다. 여기서 ‘대단한 사람’과 ‘대단한 이야기’의 의미를 바꿔보겠습니다.
인터뷰는 대단한 사람에게서 대단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해줄 사람
대단한 사람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
이렇게 생각하면 인터뷰를 청하는 마음도 응하는 마음도 조금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내가 꼭 엄청난 사람을 찾아내서 섭외에 성공하여 특별한 질문을 하고 굉장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좋은 인터뷰를 하는 건 아니란 말이지? 내가 꼭 사람들이 듣자마자 깜짝 놀랄 만큼 멋있는 말이나 특별한 정보를 얘기해야만 좋은 인터뷰이가 되는 건 아니란 말이지?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야기 하나쯤은 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럼요. 누구나 인터뷰어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인터뷰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큰 목소리도 작은 목소리도 필요합니다. 우리에겐 큰 이야기도 작은 이야기도 필요합니다. “인터뷰 좀 해주시겠어요?” 이 말 속엔 “지금 당신의 목소리가 필요해요” “지금 당신의 이야기가 필요해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목소리와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과정. 이 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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