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나는 누구에게 ‘처음’이었는가

저자소개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동인지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생태적 상상력’의 시인으로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그리고 『혼자의 넓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사저널] 취재부장과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는 한편 ‘전환을 위한 글쓰기’ 촉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묶인 기도문과 시가 독자 여러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길 희망한다. 독자가 시를 이어 쓰게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시를 읽고 이어 써보시라. 한 단어, 한 구절도 좋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기도문을 읽다가 자신의 기도 한 줄이 떠오른다면, 그리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내 안에 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1982년 『시운동』 4집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학동네』 편집 주간, 《시사저널》 기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혼자의 넓이』 『지금 여기가 맨 앞』 등과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있다.


어린아이와 노인의 가장 큰 차이는 ‘처음’의 많고 적음일 테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 이른바 프레임이 거의 없는 아이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 천지’다.


돌아보니, 태어나 성장하고 나이 들어 노후를 맞이하는 생애의 전 과정이 ‘처음’과 연관되는 것 같다. 노년으로 접어들면 지나온 처음들이 애틋해지는 한편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리는 처음이 낯설고 심지어 두려울 때가 있다.


지나가 버려 소매를 잡을 수 없는 처음들, 그리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낯선 처음들. 이 둘 사이가 우리 삶의 구체적 거처일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의 질과 양이 삶의 좋고 나쁨을 결정할 것이다.


첫 기억, 첫 칭찬, 첫 꾸중, 첫 선물, 첫 만남, 첫 절망, 첫 희망, 첫 등교, 첫 선생님, 첫 졸업, 첫사랑, 첫 이별, 첫 여행, 첫 음식, 첫 사고, 첫 월급, 첫 아이, 첫 이사, 첫 수술, 첫 문상, 첫 장례, 첫 용서, 첫 복수, 첫 재기….


인생은 이토록 처음의 연속이다‘마지막’의 목록은 또 얼마나 많으랴. 그중에서도 “가슴에 꽃씨”를 심게 하는 ‘처음’이 있으니, 이런 처음은 ‘나’를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대를 만나고 처음이 많아진” 가슴 벅찬 사태가 나를 ‘어제와 다른 나’로 태어나게 한다. 내가 거듭나면 나를 둘러싼 세상도 두근두근 새로워진다. 그렇다. 우리는 소월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비롯한 모든 좋은 시에서 이같은 각성과 변화를 경험해왔다.


다시 돌아보자. 우리가 수많은 ‘그대’ 덕에 예까지 왔다면 그 이름들을 뼈에 새기면서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나는 누구에게 처음이었는가. 누구를 꽃으로 피어나게 했는가.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