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5

내가 어제 죽었다면?

저자소개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동인지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생태적 상상력’의 시인으로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그리고 『혼자의 넓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사저널] 취재부장과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는 한편 ‘전환을 위한 글쓰기’ 촉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묶인 기도문과 시가 독자 여러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길 희망한다. 독자가 시를 이어 쓰게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시를 읽고 이어 써보시라. 한 단어, 한 구절도 좋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기도문을 읽다가 자신의 기도 한 줄이 떠오른다면, 그리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내 안에 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1982년 『시운동』 4집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학동네』 편집 주간, 《시사저널》 기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혼자의 넓이』 『지금 여기가 맨 앞』 등과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있다.


밤에 더 강렬한 꽃이 있다. 벚꽃. 가로등 불빛에 드러나는 하얀 밤 벚꽃 무리는 숨을 멎게 한다.


꽃놀이 중 으뜸이 ‘밤 벚꽃 놀이’일 것이다. 밤 벚꽃 아래서 ‘무장해제’가 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목석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신체 일부가 된 이후, 우리는 꽃을 보지 않는다. 두 눈으로 꽃을 보지 않고 찍는다. 카메라가 두 눈을 대체한다.


꽃만 우리를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니다. 갓난아이, 반려동물, 맛난 음식, 저녁노을, 북두칠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우리를 멈추게 한다. 사라진 고향 집, 그 사람과 함께 불렀던 그 노래, 용서받지 못한 그 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때로 발목을 붙잡는다.


이 시를 생태론 관점에서 읽으면 보다 큰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첫 연에서 ‘꽃’은 대상이다. 꽃을 보는 인간이 주인공이다. 꽃은 순간이고 인간은 영원하다는 그릇된 인식. 이런 우월의식을 생태론에서는 인간중심주의라고 비판한다.


세번째 연에서 꽃과 인간의 관계가 역전된다. 내가 내일 사라질 수도 있으므로 꽃 앞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나의 삶도 이전과 달리 보일 것이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꽃을 비롯한 모든 비인간 존재 앞에서 겸손해질 것이다.


봄의 생명력을 마주하며 삶의 유한성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내일 내가 죽는다면?’ 이런 상상을 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랴. 나는 얼마 전부터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꿨다. ‘어제 내가 죽었다면?’


질문을 바꿔야 답이 바뀐다. 이 봄날, 이렇게 자문해보자. ‘내가 어제 죽었다면?’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