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1

“인마, 김포가 다 네 집이냐?”

저자소개

이문재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동인지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생태적 상상력’의 시인으로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그리고 『혼자의 넓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는 『내가 만난 시와 시인』,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사저널] 취재부장과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는 한편 ‘전환을 위한 글쓰기’ 촉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묶인 기도문과 시가 독자 여러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길 희망한다. 독자가 시를 이어 쓰게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시를 읽고 이어 써보시라. 한 단어, 한 구절도 좋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기도문을 읽다가 자신의 기도 한 줄이 떠오른다면, 그리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내 안에 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1982년 『시운동』 4집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문학동네』 편집 주간, 《시사저널》 기자,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혼자의 넓이』 『지금 여기가 맨 앞』 등과 산문집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있다.


졸병 시절, 신고식을 치를 때 고참이 “집이 어디냐”라고 물었다. 바짝 긴장한 나는 내무반이 떠나가라고 외쳤다. “네, 경기도 김포입니다!”


그랬더니 고참이 내 뺨을 툭 치면서 되묻는 것이었다. “인마, 김포가 다 네 집이냐?” 지내고 보니 선임병이 출신지를 묻는 것은 관례였고, 제대로 답하는 신병은 거의 없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는 어떠한가. 직장이나 학교 또는 사적 모임에서 자기를 소개할 때 이름, 나이학번, 부서학과를 말하면 끝이다. 신상 정보 공개가 길어지면 민폐다.


나는 신병이 자신의 거주지를 도시나 군 단위로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집’에서만 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을과 이웃 마을들, 즉 생활권에서 산다.


문제는 자기에 대한 인식의 크기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라는 자의식이 갈수록 강해진다. 가족 구성원이 줄어들고 집 밖 사회는 오직 ‘경제 논리’로 돌아가기 때문이리라.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집’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 담장은 높아지고 문은 늘 닫혀 있다. 이웃이 사라졌다. 고향은 주소지로만 존재한다. 예전의 풍광과 인심이 오간 데 없다.


집에 있던 것들이 다 밖으로 나가고 밖에 있던 것들이 들어왔다. 출산과 잔치가 밖으로 나가고 우물과 화장실이 들어왔다. 가족보다 가전제품이, 어린아이보다 반려동물이 더 많아졌다.


공광규 시인의 시가 부럽다. 그렇다. 담장을 허물면 다 ‘들어온다.’ 시가 우리에게 이렇게 권하는 것 같다. ‘그대들 마음의 집을 에워싸고 있는 담장을 허물어보시라, 그리고 무엇이 들어오는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보시라’라고.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