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 ‘다독모임’
![]()
올해로 독서 모임을 시작한 지 9년 차가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처음 하던 무렵, 혼자서 읽어도 되는 책을 왜 굳이 여러 명이 함께 읽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난감했습니다. 괜히 울컥하기도 했고요. 그런 날이면 집에 돌아와 독서 모임을 처음 시작한 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9년 전, 독서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미혹됨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를 한참 넘어섰지만 여전히 삶의 방향성에 확신이 없었고, 세상의 말들에 쉽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 알기 어려웠고, 하루하루 아이들을 챙기고 그날 해야 하는 일을 겨우 마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끝없이 밀려드는 질문에 혼란함을 느끼게 되자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떠올린 건 바로 책이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독서 모임을 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무게만큼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서 모임을 시작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왜 독서 모임을 하면 좋은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책은 혼자 읽는 것도 충분히 즐겁지만, 같이 읽으면 더 즐겁다는 사실을요. 혼자 책을 읽다 보면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각자의 삶과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받게 됩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모두 옳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2년 정도 독서 모임을 하니 흔들렸던 생각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내면도 조금씩 단단해져 갔습니다. 이제는 진짜 독서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폭넓은 독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세상과 사회를 들여다보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에서 시작한 모임이 바로 ‘다독모임’입니다. 모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병렬 독서법’을 접하고 나서입니다. 나루케 마코토의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책을 소개해주는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다양한 독서를 통해 뇌를 활성화하고 각 분야의 지식을 연결시켜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은 후 자신의 감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 ‘다독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임은 편독에서 벗어나 평소에 읽지 않는 분야의 책을 세 권 이상 읽고, 후기를 적어 공유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각자 자신이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거나 좋았던 책을 소개합니다. 매달 새로운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읽은 책의 후기를 매번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때로는 몰아서 후기를 쓰다 보면 얼마 전에 읽은 책인데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짜내듯이 적은 후기였지만, 6년 동안 쓴 후기를 읽어보니 쓸 때마다 느꼈던 곤혹스러움만큼 뿌듯함도 컸습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책들을 읽을 때 이전의 책이 서로 연결되어 이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독서의 단계를 하나씩 천천히 올라가는 기분이 들면서 다독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목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주변과 세계에 대해 폭넓은 시선을 가지기 위해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내가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서로의 느낌을 함께 나누는 기쁨을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년 자신이 읽은 책 후기를 묶어 세 차례의 문집을 만들어 발표회를 하고, 나누어 갖기도 하였습니다. 매년 연말에는 자신이 쓴 후기를 발표한 뒤 질문을 받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독모임’을 함께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특히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면서 편독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혼자 책을 읽다 보면 취향에 맞는 책만 계속 골라 읽게 됩니다. 사고의 편향성은 비슷한 책을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면서 생겨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추천작을 읽으면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책도 읽게 됩니다.
‘다독모임’의 매력은 따로 읽으면서도 함께 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았던 책은 릴레이처럼 함께 읽기를 이어갑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매년 모임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독서를 통해 각자 가지고 있는 삶의 지혜를 나누고 책과 책을 통해 연결되는 지식을 공유합니다. 한 권의 책은 다른 책들과 연결되어 뻗어나갑니다. 모임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돕고 긍정적 영향력을 나누게 됩니다.
올해로 ‘다독모임’은 7년 차가 되었습니다. 10년 차에는 그동안의 독서 모임을 기념하고 정리하는 문집을 만들 계획이 있습니다. 책을 통해 함께 발전해나가는 기쁨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 이 길을 걸어 나가려고 합니다.
★2022 독서동아리 수기 공모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책이 만나다」에 선정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