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1

이미지의 범람

저자소개

이솔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대 프랑스 현상학과 실존주의 철학을 주로 연구하며, 상상력과 감정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미지란 무엇인가』(2023)가 있고, 옮긴 책으로 『자아의 초월성』(공역, 2017)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범람의 상황이다. 이미 몇 세기 전부터 예견되었던 이미지의 범람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이는 결코 양적인 측면에서 콘텐츠의 다수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들 속에서 우리가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쏟아지는 콘텐츠들에 휘말리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주체성을 지탱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휩쓸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범람의 상황에서는 작품의 감상과 평가를 위한, 관조를 위한 최소한의 거리 두기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포화된 이미지들 속에 파묻혀 있고, 파도처럼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이미지들을 스스로 감상하고 이해하며 평가할 여력이 없다.



─ 이솔, 『이미지란 무엇인가』, 민음사2023, 230~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