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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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것은 범람의 상황이다. 이미 몇 세기 전부터 예견되었던 이미지의 범람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이는 결코 양적인 측면에서 콘텐츠의 다수성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많은 콘텐츠들 속에서 우리가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쏟아지는 콘텐츠들에 휘말리고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주체성을 지탱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휩쓸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범람의 상황에서는 작품의 감상과 평가를 위한, 관조를 위한 최소한의 거리 두기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포화된 이미지들 속에 파묻혀 있고, 파도처럼 밀려오고 또 밀려오는 이미지들을 스스로 감상하고 이해하며 평가할 여력이 없다.
─ 이솔, 『이미지란 무엇인가』, 민음사2023, 230~2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