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비가역

저자소개

정유정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과 《28》은 주요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고, 프랑스, 독일, 중국, 대만, 베트남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출간하였다.


“롤라에 보낸다는 건 정보 형태로 네트워크에 업로드시킨다는 얘기야. 몸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한 개체의 고유한 의식, 무의식, 본성, 반사작용, 감각이나 신경 회로 같은 것들 모두.”


충격을 받은 나머지 몸에 힘이 빠져서 유리 파편 위에 드러누울 뻔했다. 인간이 정보 형태로 저장된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오래전부터 롤라 프로젝트가 투 트랙으로 극비리에 진행돼왔다고 들었어. 한쪽은 핵융합 에너지로 가동하는 슈퍼컴퓨터에 롤라를 구축하는 작업, 한쪽은 좀 전에 말한 생명체의 모든 것을 정보로 바꾸는 작업.”


“인간을 컴퓨터에 저장한다는 거야? 그럼 컴퓨터를 다루는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


“아냐. 누구도 그들을 조종할 수 없어.” 제이가 내 말을 끊었다. “업로드되면 그들은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게 돼. 자기의 정신과 몸, 둘 사이의 협응까지 완벽하게 홀로그램으로 구현해낼 수 있으니까. 자기가 원하는 것도 모두 할 수 있고. 홀로그램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와 똑같은 가상현실이거든. 유인원 시험이 성공했다는 건 걔네들이 이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냈다는 뜻이야.”


머리에 잽을 수백 대쯤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얼얼하고 얼떨떨하고 얼간이가 된 것 같았다. 뭘 더 물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네 말이 다 사실이라 치자. 그래도 난 이해를 못하겠네. 과학이 왜 인간한테 그런 짓을 해?”


과학은 후진이 불가능해. 그저 도착하기로 예정된 곳에 도착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롤라는 인간이 결국 도착하고야 말 숙명이자 특이점이라는 얘긴가. 나는 혼잣말처럼 물었다.


“근데 거길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지?”


“생명체는 유한하고 인간은 영원히 살고 싶으니까.”


“그걸 산다고 해도 되는 건가?”


“그건 철학의 영역에 속한 문제겠지. 과학의 입장에선 롤라 자체가 하나의 우주고.”



─ 정유정, 『영원한 천국』, 은행나무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