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3

성동혁·다안, 『나 너희 옆집 살아』




태어나면서부터였어요.

희귀 난치 질환을 지니고 살게 된 건요.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어요.







그러나 행운이었던 것은,

부족한 나를 넘칠 정도로 채워 주는

친구들이 곁에 있었다는 거예요.













나 너희 옆집 살아


난 너의 옆집에 살아

소년이 되어서도 이사를 가지 않는 난 너의 옆집 살아

너의 집에 신문이 쌓이면 복도를 천천히 걷고

베란다에 서서 빈 새장을 바라보며

새장을 허물고 사라진 십자매를 기다리는 난

너의 옆집 살아

우린 종종 같은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같은 소독을 하고 같은 고지서를 받고 같은 택배를 찾으며

안개가 가로등을 끄며 사라지는 아침

식탁에 앉아 처음으로 전등을 켜는 나는 너의 옆집에 살아

이사를 오며 잃어버린 스웨터를 찾는 너의

냉장고 문을 열어 두고 물을 마시는 너의 옆집 살아

내가 옆집에 사는지 모르는 너의

불가사리처럼 움직이는 별이 필요한 너의 옆집 살아

옆집엔 노래하는 영웅이 있고 자전거를 복도에 세워 두는 소년이 있고 국경일엔 태극기를 울리는 착한 어린이가 있어

십자매가 날개를 접고 돌아와 다시 알을 품을 수 있도록

알에 묻은 깃털을 떼어 내지 않는

비가 오는 날에도 창문을 열어 두는 나는 너의 옆집에 살아

복도의 끝에서 더 긴 복도를 만들며

가끔 난간 위에서 흔들리는 코알라처럼

난 너의 옆집 살아

바다의 지붕을 나무에 새기며

커튼을 걸으면 밀려오는 나쁜 나뭇잎을 먹어 치우며

같은 난간에 매달려 예민한 기류에도 함께 흔들리는 난

난 너희 옆집 살아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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