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희망도서 제도, 제대로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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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에 못 들어가는 학술도서?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지난 10월 7일 공공도서관 관련한 「경향신문」의 “공공도서관에 못 들어가는 학술도서···‘고가 도서’ 기준에 출판사도 시민도 ‘울상’”이라는 기사로 페이스북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 기사는 공공도서관들이 학술도서를 잘 구입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이 핵심인데, 그런 중에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 신청 기준에서 가격 기준이 있어서 고가의 학술도서가 공공도서관에 입수될 기회조차 막고 있다, 그러니 일부 공공도서관이라도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해되었다. 물론 보존가치 높은 책 소장이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라는 지적이 우리 사회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그런 중에 이야기의 중심이 주로 공공도서관 희망도서 제도, 특히 가격 기준에 맞춰졌다. 이번처럼 언론에서 학술도서 구입 문제 등 도서관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여론화해 준 것은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기사나 논의에서 희망도서제도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도서관 측이 더 적극적으로 제도에 대해 알리고, 요청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도서관에서의 희망도서제도, 더 넓게는 도서관의 자료 구입의 현황과 과제, 해결방안 등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한다.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입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공도서관에서 학술도서를 많이 구입하지 않는 것 또는 못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절대적으로 책을 구입할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매년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의 예산 범위 내에서 도서관 예산을 배정받는다. 그러나 도서관 입장에서는 늘 충분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다. 그것도 요즘은 갈수록 공공도서관 한 곳이 사용할 수 있는 자료구입비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이 제공하는 공공도서관 통계에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공립지자체와 교육청 소속 자료구입비 결산 현황을 살펴보았다. 우선 공공도서관 전체 자료구입비는 매년 총액은 증가하다가 2024년에는 전년대비 –1.8%를 보였다. 아마도 2024년과 2025년 정부 예산 축소 분위기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의 도서관 관련 예산도 축소된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런데 이를 당해년도 도서관수로 나누어보면, 즉 도서관 1관당 자료구입비는 2021년과 2023년, 2024년에 각각 –0.4%, -1.8%, -3.8% 감소하면서 그 폭이 커지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개년 동안 연간 구입한 도서 종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도서관이 구입한 도서의 1권당 가격은 오히려 매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수치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출판통계에서의 만화를 제외한 출판종수와 평균가격으로 각각 비교해 보았다. 우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출판종수 대비 도서관 1관이 구입하는 도서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어 2024년에는 겨우 8.2%에 그쳤다. 반면 도서관이 구입하는 1권당 평균가격이 출판통계의 평균가격 대비 비율은 2022년에는 103.4%에 이르는 등 현재는 약 88~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도서관통계는 국가도서관통계, 출판통계는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통계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분석한 것임. 도서관통계에서 '자료구입비'는 천원 단위임. |
이처럼 현재 공공도서관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도서관이 도서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자료구입비 상황은 결코 좋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도서관에서 새로 발행된 신간을 보다 많이, 충실하게 구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도서관 소장 장서와 출판 현황과의 관계
단순하게 자료구입비 규모로 보아도 도서관이 매년 발행되는 도서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와 함께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우선 구입해야 하는가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건립되고 운영되는 공립 공공도서관은 일차적으로 시민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도서를 구입함에 있어 최대한 시민의 필요나 요구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시민들은 「경향신문」이나 학술도서를 출판하는 출판 관계자, 일부 시민들이 지적한 것처럼 대중적인 도서 구입을 줄이고 학술도서를 구입하는 것에 얼마나 동의할까? 이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한 편 기사 등에서 말하는 학술도서가 어떤 도서유형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통계비교로는 상황을 충분히,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럼에도 실제 공공도서관 소장소서의 주제별 구분과 출판되는 책의 종수를 비교해 보면서 조금은 도서관 이용자의 요구와 실제 출판, 좁혀서 학술도서 출판과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24년 현재 도서관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아무래도 매년 가장 많이 구입하는 주제분야는 문학이다. 출판종수 비율로는 24.8%이지만 도서관의 문학 분야 장서는 41.2%를 차지하고 있어, 비중 차이가 크다. 출판에서는 문학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발행하는 사회과학 분야 도서21.4%는 공공도서관에서는 16.3%에 그치고 있다. 발행종수 대비 더 많은 소장비율을 보이는 부분은 총류, 순수과학, 언어, 역사 등 4개 분야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출판통계에서는 아동도서를 따로 구분해 집계하지만, 공공도서관 통계에서는 아동도서의 장서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아서 주제별 분류 현황이 정확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이러한 비교 분석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어린이들 이용이 적지 않고, 이를 위해 아동도서를 꽤 많이 구입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공공도서관에서 성인을 위한 학술도서를 많이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 장서 수는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통계에서, 발행종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통계에서 가져온 데이터임. |
출판통계에서 보면 발행도서 중 평균정가가 가장 높은 분야는 사회과학26,675원이고 그 다음으로는 기술과학, 역사, 예술, 총류, 자연과학. 철학, 언어 분야가 2만원을 넘는다. 아무래도 이런 분야에서 학술도서의 비중이 꽤 될 것 같은데, 자료구입비가 많지 않아 전체 출판되는 책의 아주 일부분10% 수준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이용자의 이용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통계 |
이어서 과연 공공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도서를 얼마나 이용하는지를 살펴보자. 2024년 공공도서관에서 인쇄자료를 이용한 계층의 비율을 보면 전체 인쇄자료는 1,560만여 권인데, 이중 어린이는 17.2%, 청소년은 6.8%, 성인은 75.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용하는 인쇄자료수로는 어린이도서가 27.3%, 청소년도서 4.9%, 성인도서 67.8%로, 1인당 이용 인쇄자료수로 보면 어린이도서가 더 많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제별로 봐도 역시 문학 분야가 전 계층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고 학술도서가 많을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철학이나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등의 인쇄자료 이용 비중은 소장 비율에 비해 낮은 것을 보면, 현실적으로 이용 가능성이나 현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도서관에서 학술도서 구입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해 본다.
|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공공도서관 통계(2024년 말 기준) |
희망도서제도와 실제 운영 방식 이해
『공공도서관 장서관리 매뉴얼』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연구소, 2010에 따르면 “희망도서란 이용자가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지 않은 자료에 대하여 구입을 신청한 도서를 말한다. 희망도서는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가능한 한 자료구입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고 전문적인 사서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은 도서관의 경우, 자료구입의 대부분을 희망도서 신청 목록에 의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용자가 항상 합리적인 요구를 하는 것만은 아니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희망도서의 구입을 반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47~48쪽, 강조와 밑줄은 필자가 한 것임고 설명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전문사서나 운영자 그룹이 참여해서 다양한 도서 관련 정보를 활용해서 지역과 이용자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도서들을 선별해 정해진 절차를 통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도서를 구입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자 입장을 수용해서 장서를 구성하는 보조적 방편으로 '희망도서'라는 제도를 오래 전부터 운영해 왔다. 통상 희망도서는 도서관이 소장하지 않거나 소장하지 않을 도서 중에서 이용자가 필요하다고 신청하는 도서를 최대한 우선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도서관의 기본적인 운영 목적이나 장서개발 목표, 구입 예산의 규모 등을 고려해서 최종 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입을 결정하는 여러 기준을 미리 설정해 두었는데, 그 중 하나가 ‘고가도서’도서관마다 기준 금액은 다르다이다. 특히 일정 가격을 제한한 것은 「경향신문」 기사에서 도서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처럼 도서관에서는 “제한된 도서구입 예산과 독자 수요를 고려해 기준을 설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가 도서를 구입하면 구입 도서수가 줄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한 기준”이다. 아무래도 고가의 학술도서는 다수의 이용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해서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대부분 도서관들은 고가도서라고 해서 무조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정규의 방식으로 도서를 선정해서 구입할 때에는 그러한 도서라도 소장 필요 여부를 판단해서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도서관 경우에도 「서울도서관 장서개발지침」2024.7.에서도 “희망도서 선정에서 제외된 도서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서울도서관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기도서로 구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희망도서 신청 시 고가도서라고 해서 아예 신청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예 신청 자체를 막아둔 도서관이 있다면 신청은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이용자의 요구도 파악하고 정말 소장할 필요가 있는 도서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고가도서를 포함해 공공도서관이 필요한 도서를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자료구입비가 많이 부족해 이용자의 희망도서도 모두 다 구입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공공도서관은 전체 자료구입비 예산 중 희망도서 구입에 일정한 금액을 미리 정해둔다. 앞서 언급한 서울도서관 경우에는 지침에서 '전체 도서 구입 예산의 30% 이내'라고 명시하고 있다. 다른 도서관들도 대체로 일정 비율을 정해두고 있으니 실제 희망도서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 전체 자료구입비에서도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연말이 되기도 전에 배정한 예산이 소진되어 희망도서 신청 접수를 중단하는 경우도 흔치 않게 발생한다. 최근 서울시 서초구의 구립반포도서관은 10월 10일자로 예산 소진을 이유로 10월 20일자로 신청접수를 마감한다고 공지했다. [서초구립반포도서관 공지사항 참고] 「경향신문」 기사에서 이런 점들까지 조금 더 설명해 주었어도 좋았겠다 싶다.
도서관과 학술도서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
도서구입에 필요한 도서구입비가 부족하고, 공공도서관 경우에는 이용자 요구나 이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고가의 학술도서까지 흔쾌히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이용 가능성과 출판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용 가능성이 낮은 책이라도 좋은 책이라면, 비록 고가의 학술도서라도 도서관은 최대한 소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도서관과 학술도서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을 펼쳐본다.
첫 번째,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자료구입비 확대다. 현재 전국 1,300여 곳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비 규모가 겨우 1천 1억여 원 수준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학술도서는 고사하고 시민들이 다양한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충실하게 도서를 갖추기 어렵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도서관과 출판계, 독서계 등이 함께 정치권이나 행정부서에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를 최소 3천억 원 이상 수준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으나, 어느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 독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에서는 정부나 지자체는 더 이상 이런저런 이유로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오래 전에 정부가 국고보조금 형식으로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공공도서관 자료구입비를 지원하던 방식이 바뀌어 현재는 지방재정자립도 등을 평가해서 지방재정교부금 형태로 일괄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한 상태이다. 따라서 오롯이 지자체나 교육청의 관심 정도에 따라 소속 공공도서관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각 지자체나 교육청이 자료구입비를 책정하면 중앙정부가 그에 상응하는 일정 비율의 금액을 자료구입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라도 지자체나 교육청 공공도서관의 자료구입비를 크게 증액시킬 수 있는 방안희망두배 청년통장과 같은 방식을 시도해 보는 방안도 모색해 보길 제안한다.
두 번째는 학술도서 경우는 공공도서관에 앞서 학술 영역에 속하는 대학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 활성화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이나 전문도서관들 상황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와 정부는 교육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대학도서관이나 소속 전문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전문적인 학술도서를 다수구입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도서관 간 상호대차를 통해 대학이나 전문도서관 소장 학술도서를 일반 시민들도 공공도서관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거의 모든 공공도서관과 일부 대학도서관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국가 단위 상호대차시스템 ‘책바다'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물론 지금도 일부 대학도서관 등이 일반 시민에게도 이용을 개방하기도 하니, 이러한 내용을 시민들에게도 잘 알려 필요한 경우 적극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나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특정 주제 전문도서관도 적극 시민에게 적극 개방되어야 한다. 지자체 등에서도 공립 형태로 특정 주제 전문도서관을 설립 운영할 필요도 있다. 이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도서관/도서실은 문화나 예술 분야 전문도서관으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으니 이러한 공립의 전문도서관들이 있음을 더 알리고 이용의 편의성을 적극 강화해 나가야 한다. 국가도서관위원회나 한국도서관협회를 통해 도서관들이 관종의 구분을 넘어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면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광역대표도서관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중심 공공도서관 정도는 학술도서 구입을 확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도서관은 장서개발지침에서 주제별 집서수준을 명시하고 있는데, 모든 주제는 최소 전문대학 수준을 기본으로 하면서 일부 주제, 즉 철학과 예술, 언어 분야는 학부/석사 수준을, 사회과학과 문학, 역사 분야는 박사연구 수준의 장서개발을 기준으로 제시해 상당 주제에서 학술도서를 수집하겠다는 도서관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다른 도서관들도 이런 사례를 참고해서 각자의 장서개발지침을 정리해 이용자에게 공개하고, 근래 시민들이 도서관에 요구하는 지식이나 정보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까지를 고려해서 장서개발 과정에서 수준 높은 학술도서 구입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 서울도서관 장서개발지침 중 |
세 번째는 도서관이 필요한 학술도서를 선정해 구입하는 데에는 도서관 사서나 희망도서 신청자가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학술도서 서평/서평집이 필요하다. 어떤 학술도서가 구입해야 할 가치가 있는지를 도서관이나 사서가 직접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구입할 책 목록을 작성할 때, 또는 시민이 구입을 요청한 책을 구입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 참고할, 판매 목적의 홍보성 자료가 아닌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서평/서평집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전문적인 서평 문화가 얼마나 활성화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긍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사회적으로 책에 대한 활발한 비평과 토론, 서평 등이 있으면 도서관은 그런 내용을 참고해서 공적 자금으로 공공적으로 소장할 필요가 확실한 학술도서를 구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공공도서관 등에서 학술도서를 충분히 구입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필요하겠지만, 학술도서 생태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그런 것 중 하나로 충실하고 전문적인 학술도서 서평 작업이나 서평지 발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 아울러 학술도서 출판사들도 발행예정 학술도서 목록 같은 것을 충실하게 만들어 발행 이전에 도서관 등에 알림으로써 미리 구입 여부를 충분히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한다.
참고로 서울도서관의 장서개발지침에서 제시한 도서 선정 시 참고하는 자료는 다음과 같은데 학술도서 선정 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명확하게 있으면 좋겠다.
도서관을 통한 학술도서 이용 활성화를 위한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
좋은 학술서적이 계속 출간되고 이용되도록 하는데 도서관의 공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아 실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언론이나 시민들은 도서관이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 의회 등에 도서관공공뿐 아니라 대학과 전문도서관을 포함해서에 자료구입을 할 예산을 크게 늘리라고 요구하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시민들이 학술서적을 적극 이용해 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래야 도서관들도 그런 시민들 요구에 힘입어 좋은 학술서적으로 장서를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향신문」 지적을 계기로 도서관과 사서들이 이용자/시민과 함께 우리나라의 더 높은 지적 성장을 위해 도서관이 좋은 학술도서를 더 많이 소장하고, 더 활발하게 이용하는 공적 공간이 되도록 힘써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제도
「경향신문」 기사 중 ‘서울시 주요 도서관 고가도서 기준’이라는 표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을 포함한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법적으로 모든 책을 납본받는 도서관이기에 공공도서관과는 도서관 운영 목적과 방식이 다르다.
「도서관법」 제21조 등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모든 도서 등 도서관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에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 나라에서도 이런 납본제도가 있는데 이 경우 무상으로 제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우리나라 경우에는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예전에 엄청난 정가1조 원의 책을 납본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 [「한겨레」 2008.7.4. 기사 참고]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에 ‘도서관자료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적정 보상금액 결정 등 납본 업무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관련해서 장서개발지침에서는 ‘통상적인 자료의 판매가격 책정 방식을 적용하지 아니한, 가격이 현저하게 고가高價인 자료’는 납본에서 제외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기사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원칙적으로 통상의 방식으로 객관적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정가를 산정한 학술도서라면 모두 납본을 받고 정당한 보상을 지급할 것이다. 납본 제도 이전 도서 등은 구입이나 기증/수증의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고, 구입 시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으로 예산의 범위 안에서 적정한 가격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니 다른 공공도서관에서의 희망도서 기준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제도에 대해서 우리 사회, 특히 출판사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 기사 중 |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초대관장으로 윤명희 연세대 연구교수 임용
지난 9월 3일 “[이용훈의 도서관통신 96] 도서관 이름의 의미와 가치, 제대로 짓는 방법에 대해”에서 경기도 광역대표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이 3급 상당의 관장을 공개채용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이후 채용절차를 진행한 결과 9월 30일자로 윤명희 연세대 대학도서관발전연구소 연구교수를 초대관장으로 임명했다. 윤명희 관장은 1994년 파주도서관에서 사서직 공무원으로 시작해서 30년 이상 도서관 분야에서 근무한, 도서관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이번에 초대관장으로 채용된 것이다. [경기도 보도자료 참고] 경기도서관은 10월 25일 정식으로 개관한다고 한다. 또한 이에 앞서 10월 23일 종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경기도서관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다.
★ 2025년 10월 15일자 「한국독서교육신문」에 기고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