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독립서점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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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남숙
소속 동아리 산책
여행 지역 부산 강서구, 경남 양산시 하북
여행지 한 줄 추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지역 독립서점과 공생, 성장하는 좋은 경험
6월 12일 햇살이 따사로운 오전, 주문한 책을 받으러 가덕도로 향했다. “이렇게 한 차로 다 같이 바닷가 드라이브를 하니 이게 여행이죠. 여행이 뭐 별건가요~” 부산 강서구에서도 아주 외진 가덕도 바닷가에 있는 독립서점 ‘비가촉’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한 회원이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는 일이 여행이니 이건 여행이지.
햇수로 5년, 만 3년이 넘는 시간 아주 성실한 모범생들처럼 첫째, 셋째 수요일마다 빠짐없이 독서 모임을 했다. ‘산책’ 독서회에서 책을 빼고 만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독서동아리 지원사업 선정 이후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책 구입 비용 70만 원을 우리 지역 독립서점에서 사용하기로 하고 서점을 알아보았다. 부산 강서구에는 ‘비가촉’, ‘책방너머’, ‘오래서점’, ‘북앤스페이스’ 4개의 독립서점이 있다. 제일 먼저 ‘비가촉’에서 책을 구입하기로 했다. ‘비가 촉촉’이라는 표현에서 따온 이름도 독특하고 강서구에서도 가장 끝 가덕도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다는 게 더 관심을 끌었다. 전화로 서점에 문의를 했다. 작년에 오픈한 회원 중심 서점인데 현재 유료 독서 회원이 단 1명이란다. 이런, 망하지 않게 팔아주러 가야 하지 않을까? 김민섭 작가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6권을 주문했다.
시간이 되는 회원 4명이 함께 했다. 누군가 차량을 제공했고 또 누군가가 점심을 사고 다른 누군가가 커피를 샀다. 계획하고 나누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게 우리 ‘산책’의 최대 장점이다. 가는 길이 예상보다 예쁘고 또 예상보다 외지였다. 서점 주인이 심하게 걱정되었으나 도착해 보니 기우였다. 바닷가 뷰 3층 단독 건물주님. 1인 출판사를 하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아 독립서점을 열었다는 주인장에게서 삶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유산지 책 포장과 투명 명함의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가정집 거실 같은 서점이다. 특이하다. 시간당 3만 원에 공간 대여도 가능하다고 해서 한 번 이용하고 싶었으나, 시간 부자만 가능한 평일 4시까지만이라고 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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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여행 후 작은 변화가 있었다. 회원들끼리 전화번호를 공유한 것이다. 햇수로 5년, 만 3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한 번도 전화번호를 공유한 적이 없었다.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독서회 특성상 단톡에 ‘불참’, 두 글자만 올리면 그만이었고 이유도 필요 없었다. 책을 다 읽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발제문도 자율적으로 올린다. 그런데도 잘 운영이 될까? 신기하리만큼 잘 운영되고 있다. 아마 성실을 기반으로 한 느슨함이라 그럴 것이다. 전화번호를 공유하던 날, 우리도 참 어지간하다며 한바탕 웃었다.
7월의 28일 저녁, 명지에 있는 북카페 ‘책방너머’로 두 번째 독립서점 여행을 떠났다. 얼마 전까지 독립서점이었는데 위치를 옮기면서 북카페로 변경했지만 책 구입은 가능했다. 유홍준 작가의 『아는 만큼 보인다』를 주문하고 책 받는 날 급하게 번개를 쳤더니 6명 회원이 전원 참석했다. 우리의 모토는 ‘느슨한 연대’인데 독립서점 여행을 통해 좀 더 ‘쫀쫀한 연대’로 변하고 있다. 카페 주인장이 독서 모임 장소 제공을 먼저 제의해 주셨다. 저녁 7시에 시작하는 모임이라 카페 마감 시간과 맞지 않다고 하니, ‘책방너머’ 공간이 독서 모임에 쓰이면 좋겠다며 마감 시간을 우리에게 맞춰 주겠다고까지 하셨다. 따로 공간 대여비도 받지 않고 커피 주문만으로. 서점이 잘 안 되서 북카페로 전환하면서까지 공간을 지키고 싶어 하는 주인장인데 초심을 지키려는 마음이 참 감사했다. 의도치 않게 이번 여행에서 든든한 아지트를 획득했다.
8월 17일 세 번째 여행은 부산 강서구가 아닌 경남 양산 ‘평산책방’이다. 10시 책방 오픈 런을 하기로 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은퇴한 대통령이 주인장인 서점에 꼭 가보고 싶어 좀 멀지만 독립서점 여행 경로에 넣었다. 2019년 8월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으로 독서 모임할 때 회원 6명 중 3명이 통도사 암자지장암과 비로암를 가장 좋아하는 장소, 힘들 때 찾는 장소, 안식처로 꼽았다. 겸사겸사 통도사도 들러보기로 했다. 오늘자 평산책방 인기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구입할 계획이다. 6명이 다 같이 시외로 떠나는 첫 일정이라 다들 기대하고 있다.
9월 어느 날에는 네 번째 여행을 강서구 명지 ‘오래서점’으로 떠나고 싶다. 희곡 읽기를 하고, 야밤 독서도 하고, 낭독회도 하고, 문장 책갈피도 만들고, 인스타, 네이버 카페도 활발하게 하는 아주 아주 부지런한 서점이다. 이 서점은 중고책을 50% 가격에 판매한다. 서점에 무작정 가서 눈이 가는 중고책을 한 권씩 사서 한 시간 동안 묵독을 하고 읽은 부분까지의 느낌과 왜 이 책을 구입했는지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즉흥적인 책 선정과 책 읽기가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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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날 마지막 다섯 번째 여행은 강서구 명지 ‘북앤스페이스’로 떠나려 한다. 디자인 일을 하는 주인장이라 그런지 책과 그림, 스티커, 디자인이 중심이 된 독립서점이다. 이곳도 ‘책방너머’처럼 한 번 이전을 했는데 아파트 상가에서 없어질 때 많이 안타까웠다. 다행히 폐업이 아니라 확장 이전이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여기는 책도 책이지만 디자인이 예쁜 문구류와 센스있는 그림, 액자들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어 좋다. 회원들과 작은 그림을 한 점씩 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각각의 색깔과 특색을 가진 독립서점 여행을 통해 공유하게 된 소중하고 끈끈한 기억들은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는 ‘산책’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짧고 쉬운 여행이지만 우리의 삶, 사람과의 관계에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책과 함께 한 여행은 우리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긍정의 신호로 ‘산책’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산책’ 독서회 첫 번째 작가와의 만남 주인공인 김민섭 작가님의 독립서점 ‘당신의 강릉’, 부산의 유명한 독립서점 ‘주책공사’ 등 가보고 싶은 독립서점들이 많다. 앞으로도 우리의 독립서점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2023 독서동아리 수기 공모전 「독서동아리를 담다」에 선정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