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

손택수 시집

저자소개

저자 ·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문과와 부산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등이 있다. 신동엽창작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미륵사지에서


고대의 사랑을 나는 

목탑 양식의 석탑이라고 배웠다


그뒤부터다


폐허가 폐어처럼 폐호흡을 한다 

층층나무 잎잎처럼 흔들리는 돌들과 함께




이별하는 돌


돌을 쥔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온기가 있다 

나의 체온이 건너간 것이다

건너간 것이 체온만은 아니어서 

떠나는 거 서운치 않게, 지는 해를 따라가서 

민박집에 주저앉았었던 옛일도 떠오른다

입파도였나 국화도였나 

찬찬히 낙조에 물든 밀물을 몰고 오는 시간

돌을 만지던 손을 코끝으로 당겨본다 

희미한 물 냄새가 있다

비가 지나간 걸 기억하고 있는가 

가서는 되돌아오고 되돌아올 길 왼종일 

보리밭을 불어가는 바람처럼 

떨어지질 않는 걸음으로 저만치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매어준 머플러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을 쥔다 누구의 체온인지 영 

구분할 수 없게




운석 찾는 사람


촉석루矗石樓엔 돌이 많아 

거기에 운석이 떨어진 거 잊지 않았지


운석을 찾아다니던 사람이 그러더군 

그뒤로 발에 차이는 돌도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이야


방금 지나친 돌이 어느 별의 유복자라면 

심드렁한 이 길도 하나의 눈부신 사건 아니겠어 아무렴


반복되는 이 지루한 날들이 다시는 올 수 없는 

천체의 일인 줄도 모르지


우주를 고독하게 날아온 돌이 

지구를 파고들며 타오르듯이


갈 수 있을까 당신에게로 

마주 보면 눈을 맞추는 글썽임


촉석루에 다녀와야겠어 

가는 길이 우주여행 같을 거야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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