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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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에서
고대의 사랑을 나는
목탑 양식의 석탑이라고 배웠다
그뒤부터다
폐허가 폐어처럼 폐호흡을 한다
층층나무 잎잎처럼 흔들리는 돌들과 함께
이별하는 돌
돌을 쥔다 차가울 줄 알았는데 온기가 있다
나의 체온이 건너간 것이다
건너간 것이 체온만은 아니어서
떠나는 거 서운치 않게, 지는 해를 따라가서
민박집에 주저앉았었던 옛일도 떠오른다
입파도였나 국화도였나
찬찬히 낙조에 물든 밀물을 몰고 오는 시간
돌을 만지던 손을 코끝으로 당겨본다
희미한 물 냄새가 있다
비가 지나간 걸 기억하고 있는가
가서는 되돌아오고 되돌아올 길 왼종일
보리밭을 불어가는 바람처럼
떨어지질 않는 걸음으로 저만치
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매어준 머플러 끝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을 쥔다 누구의 체온인지 영
구분할 수 없게
운석 찾는 사람
촉석루矗石樓엔 돌이 많아
거기에 운석이 떨어진 거 잊지 않았지
운석을 찾아다니던 사람이 그러더군
그뒤로 발에 차이는 돌도 다시 보게 되었다고 말이야
방금 지나친 돌이 어느 별의 유복자라면
심드렁한 이 길도 하나의 눈부신 사건 아니겠어 아무렴
반복되는 이 지루한 날들이 다시는 올 수 없는
천체의 일인 줄도 모르지
우주를 고독하게 날아온 돌이
지구를 파고들며 타오르듯이
갈 수 있을까 당신에게로
마주 보면 눈을 맞추는 글썽임
촉석루에 다녀와야겠어
가는 길이 우주여행 같을 거야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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