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가해자 가족 문제를 다룬 책의 제목이다. 어느 날 가족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평범하던 가족의 일상과 삶은 어떻게 될까. 수감자 남편을 둔 한 여성은 인터뷰에서 “이웃들 시선을 피해 자정에 짐을 싣고 동네를 벗어났다. 누군가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고 우리 애한테 복수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지하철을 타고도 아는 사람과 마주칠까, 누가 우리 애기 쳐다볼까 마음 놓고 다닐 수 없었다”고 인터뷰를 하였다. 이렇게 가족은 아무 죄도 없지만 함께 죄를 짊어지고 비난받는다. 그런데 막상 가해자의 형사사법절차에서 가족은 철저히 소외된다.
변호사인 나는 ‘피해자’를 대리하는 경우보다 죄를 지은 ‘가해자’를 대리하는 경우가 많다. 구속사건을 수임할 때 가해자의 가족을 제일 먼저 만난다. 그럼에도 나조차 ‘가해자의 가족’은 ‘피의자’를 위한 가교나 조력자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 수용자 자녀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가해자 가족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영국에는 팝스POPS, Partners of Prisoners and Families Support Group라는 수감자 지원단체가 있다. 가해자의 체포부터 구금, 출소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가족들에게 조언하고 지원한다. 한해 예산이 2조원이 넘는 방대한 조직이다. 일본에서는 가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월드오픈하트WOH라는 단체가 있다. 24시간 전화상담과 법률지원, 일자리 지원 등을 한다.
가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첫째, 가해자의 가족은 가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보면 이들도 피해자다. 우리 사회가 가해자의 가족에게 가해자와 같은 책임과 비난을 가한다면 이는 연좌제에 다름 아니다. 연좌제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폐지되었고, 1980년에는 헌법에 연좌제 금지가 명문화되었다. 그러나 연좌제는 아직도 살아 있다. 가해자의 가족은 죄를 함께 짊어지고 있으며 가해자 이상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둘째, 가해자 가족은 ‘위기가정’이다. 가해자의 가족은 갑자기 중대한 위기에 봉착한다. 사랑하는 이가 가해자가 된 것 자체가 가장 큰 위기인데, 더 나아가 생계가 어려워지고 주변의 시선이 차가워지며 여러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위기가정을 지원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기본이다.
셋째, 가해자 가족 지원은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가해자의 가정이 파탄 나고 불안정해지면 수용자의 사회복귀는 어려워진다. 당연히 재범률은 높아진다. 가정이 어려워지면 수용자의 자녀는 대물림하여 죄를 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에도 가해자 가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체계가 수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용자 자녀의 인권 문제를 다루는 ‘세움’이라는 단체의 이경림 대표께서 『아들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는 책을 번역하셨다. 나는 감수를 맡아 미리 책을 읽을 기회를 가졌다. 가해자 가족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우리 사회가 왜 가해자 가족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다룬 책이다. 누구보다 법률가들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 본 기고글은 법률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 아래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