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결국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상 격화 추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1일 입법 예고한 바 있는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결국 이번 12월 17일 국회에 정식 의안으로 제출했다. 내용은 ‘도서관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수립하고 심의, 조정하는 국가도서관위원회를 현 대통령 소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변경, 즉 법적 위상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는 위원회를 효율적 운영을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난 8월 법제처 입법예고 게시판에 올라왔던 입법예고 된 이 개정안에 대해 도서관계는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당시 국민참여입법센터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은 모두 375건이 제출되었다. 거의 모든 의견은 정부의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상 격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왜 정부는 중요한 입법 대상이자 당사자인 도서관계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일까? 이번에 제출된 일부개정법률안은 8월의 입법예고안과 내용이 같다. 다만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은 조금 더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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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8월 입법예고안과 12월 국회제출안의 비교 |
그 외 딱 한 조항에서 약간 달라졌는데, 그건 위촉직 위원 임명을 위원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변경하는 것인데, 당초 입법예고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변경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국회에 제출된 안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성별을 고려하여’로 수정했다. 이건 위원회 위원 구성 시 특정 성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도록 한 원칙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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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의 제12조 제3항의 2. ; 8월 입법예고안과 12월 국회제출안의 비교 |
국가도서관위원회 소속을 대통령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하려는 이유는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라고 한다. 사실 그동안 8기에 이르기까지 위원회 구성이나 운영에 있어 당연직위원인 여러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 그러나 그건 대통령이 도서관 정책에 대해 무관심한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처음 대통령 소속으로 조직을 만든 것은 도서관 정책이 단지 몇몇 부처에 속한 일이 아니고, 특히 학교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이 교육부 소속이라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역량 바깥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어 당초 국무총리 소속으로 상정한 것을 정부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문화핵심기반인 도서관 위상과 그에 대응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대통령 소속으로 격을 상향해서 법률로 규정한 것이다. 그런 당초의 뜻과 의도를 실제 전혀 구현하고자 노력하지도 않은 채,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그 격을 국무총리도 아니고 곧바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변경하는 것은 행정부 스스로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그리고 국회에 제출한 일부개정안에 왜 입법예고 기간 중 제출된 많은 의견, 거의 다는 반대의견이었을 텐데,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첨부하지 않았을까도 궁금하다.
참고로 지난 8월 1일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예고 때 같은 목적, 즉 법률에 명시된 관련 위원회를 폐지하거나 비상설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예고되었던 「공공디자인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10개의 법률개정안이 역시 12월 17일과 18일 각각 의회에 제출되었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 운영 현황은 어떠한가?
현재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2024년 9월말 기준으로 모두 19개다.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통계자료>행정기관위원회 2024년 3분기 통계자료 참고]
19개 위원회 중 행정위원회는 규제개혁위원회 한 곳뿐이고 국가도서관위원회를 포함한 나머지 18개는 모두 자문위원회다. 행정위원회는 ‘행정기관의 사무 일부를 독립해서 수행할 필요가 있는 준입법적·준사법적 기능을 가지는 합의제행정기관’이고 자문위원회는 ‘행정기관의 부속기관으로 위원회 또는 심의회 등 자문기관’이다.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 관련 설명 참고] 법률에 설치 근거가 있는 위원회는 16개이나 국가인공지능위원회와 국민통합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등 3개는 대통령령에 근거해 설치되었다. 정부입법 형태의 법률이나 대통령령에 의해 설치된 위원회는 13개이고, 국가도서관위원회를 포함한 6개 위원회는 의원입법에 의한 법률에 근거하고 있다.
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위원회 관련 내용 중에는 19개 위원회의 연도별 회의실적도 포함되어 있다.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1년 동안 19개 대통령 소속 위원회 총회 건수는 총 956회다. 출석회의는 868회, 서면회의는 88회로 대부분 출석회의를 개최했다. 본회의는 71회, 분과회의는 885회로 대부분은 분과회의였고, 전체 본회의는 매우 적었다. 그런데 회의건수에서 전체 회의건수의 61.6%인 589건은 단 2개 위원회국민통합위원회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개최한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행정위원회인 규제개혁위원회가 9%86회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19개 위원회 중 3개 위원회가 회의 개최 건수로는 70%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어떠할까? 2년여 공백을 넘어 지난해 4월에서야 겨우 제8기 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그 이후 12회본회의 2건, 분과회의 10회 / 출석 10회, 서면 2회 회의를 개최해 전체 19개 위원회 중 10번째에 올랐다. 회의 실적으로 11번째에서 19번째를 차지한 8개 위원회는 1~3회 회의를 했고, 아예 회의개최 실적이 없는 위원회도 3개국가인적자원위원회, 지속가능발전국가위원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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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19개) 현황 중 회의개최 수에 따라 재정리한 내용. |
그런데 국가도서관위원회보다 적은 회의개최 실적을 보인 위원회들과 관련해서 위원회 운영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소속을 변경하거나 폐지하겠다는 시도는 없어 보인다. 특히 「국가인공지능위원회원휘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은 2024년 8월 6일 제정했으면서도 그 이후 회의를 개최한 바는 없었다. 과연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세운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다는 이유는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국가도서관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으로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8월 14일 49번째 ‘이용훈의 도서관통신;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존치되어야 한다’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유지해야 할 그 이유와 근거는 여전히 같다. 그러니 이번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국회는 이 법률개정안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 국회에 개정법률안이 제출된 12월 17일인데, 이에 대해 한국도서관협회는 12월 23일 ‘대통령 소속 도서관위원회 소속 변경 반대합니다’라는 의견서를 의안정보시스템 관련 게시판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2024년 8월 14일 표명했던 한국도서관협회를 포함한 31개 도서관계 단체/학회 반대의견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더해서 여러 반대 의견찬성 의견도 1건 있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024년 12월 23일과 24일오후 12:40 현재 이틀 만에 94건의 의견대부분 반대입장이 제출되었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이번에 표명한 반대입장문은 그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007년 출범 이후 국가도서관위원회는 4차례 국가 차원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평가하고, 그 외 여러 가지 정책 수립과 추진을 통해 전국적인 도서관 발전을 이끌었다고 위원회의 성과를 확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서 불구하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 즉. 공공도서관 행정체계 일원화,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배치, 지적자유 등의 과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서관법」 개정 등의 정책 추진 체계 정비와 역량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서관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가 아니라 범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기에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유지되고 그 역량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8월 정부의 법률개정안 입법예고 때에는 부산대학교 도서관도 반대의견을 제출했었다.
“여러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사단법인 등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관에 대한 범국가적이며 장기적인 정책 수립은 한 부처의 소속 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없으며, 대통령 소속의 국가도서관위원회로 존재할 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 위원회로 전환할 경우, 「도서관법」 개정 취지에 반하여 도서관 정책의 범국가적 차원의 조정과 협의가 어려우며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범국가적이며 일관성 있는 도서관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반드시 대통령 소속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도서관 종류관종를 불문하고 도서관과 사서들은 거의 모두가 국가도서관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으로 유지되어야 도서관 정책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집, 집행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도서관을 이용한 모든 국민에게 그 이익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도서관계뿐 아니라 출판단체 중 하나인 (사)한국출판인회의도 입법예고안에 대해 “지난 2006년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독서문화 정책의 실효성이 제고되었습니다. 특히 중앙기관의 장을 위원회 위원으로 두어, 독서정책이 범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정부기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대로, 국가도서 관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 위원회로 격하된다면, 그 역할의 한계가 제한될 것이며 특히 각 기관의 협력에 대한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의 제11조에 대하여 현행 유지 의견을 전합니다.”라는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도서관계나 유관 부문 등이 모두가 국가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마땅히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동안 국회가 입법으로 국가의 도서관 정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한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이유를 따지고, 향후 정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 또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마땅한 일이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