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도서관계도 입장을 적극 표명하다
12월 3일 느닷없는, 위헌적이고 위법적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처했다.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해제를 결의해 비상계엄 사태는 일단 중단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헌정과 국민의 일상은 혼란에 빠졌다. 시민들은 또다시 비상계엄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매일 국회 앞을 지켰다. 12월 7일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했지만, 여당의 표결 불참으로 표결 자체가 무산되었다. 이러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 대다수는 강력하게 탄핵을 촉구했고, 이와 함께 각 부문 단체 등도 현 시국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국 혼란에도 별다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던 도서관계도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았다. 2022년 5월 출범 이후 독서나 출판, 도서관 관련 예산을 지속적으로 줄여온 정부에 대해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내오던 차에, 비상계엄이라는 반헌법적 조치를 본 도서관계도 현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비판과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게 된 것이다.
지난주 「위헌적 비상계엄, 도서관과 사서들도 반대다; 대통령 탄핵지지 성명 발표 상황과 향후 대응 방안 모색 중」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여러 도서관 단체의 시국선언이나 탄핵 촉구 성명이 있었다. 이에 더해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 이후인 12월 12일 (사)한국도서관협회를 비롯한 25개 단체2024.12.14. 오전 현재가 공동으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도서관인 연대 선언문’을 추가로 발표했다. 앞서 개별적으로 탄핵 촉구 입장을 밝힌 단체들도 도서관계 전체의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위기 속에서도 다행스러운 건 한층 성숙한, 그러면서도 창의적인 의사표현 방식이었다. 국민은 불안과 공포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시위 방식을 만들어 냈다. 8년 전인 2016년 광화문 광장에서의 촛불집회가 온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 여의도에서는 응원봉으로 위기의 나라를 밝히는 국민이 있음을 또다시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그런 국민의 단단함과 창의성은 분명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12월 14일 여의도 집회에는 도서관계 사람들도 깃발을 만들어 참여했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 때에 들었던 깃발도 함께 했다. 과거의 생각과 경험은 죽지 않고 오늘의 광장에서 새로운 힘과 만나 더 큰 힘으로 불타올랐다.
도서관은 사회적 기억장치로서 우리나라의 모든 공적 기억, 사회적 기억을 보존하고 전승할 책무가 있음을 이번 기회에 스스로는 물론 사회에 당당하게 선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선언문을 통해 도서관은 “국민의 목소리에 연대하며 민주사회의 이름으로, 도서관인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회복과 국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접근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으니, 앞으로 우리 사회의 안정과 안전, 헌법에 기반한 민주주의 실현 등에 도서관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무를 적극 실현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도서관계는 이번에 발표한 연대 선언문을 통해 표명한 우리들의 사회적 책무를 일상의 활동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 또한 도서관이 어떤 가치와 지향으로 운영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하고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와 헌법에 충실한 국가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
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보존하고 사회적 기억을 기록하며 진실을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도서관인으로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간 생략)
도서관인은 민주공화국의 헌법 정신,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기본 가치를 누구보다도 존중합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 자유와 진실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사회적 장치입니다. 도서관인은 이번 사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달할 책임을 통감합니다. (중간 생각)
도서관인은 역사와 진실의 수호자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헌법에서 보장된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짓밟은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에 연대하며 인주사회의 이름으로, 도서관인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회복과 국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정보접근과 알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 2024.12.12. 도서관 부문 26개 단체/학회 연명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도서관인 연대 선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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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계 26개 단체가 12월 12일 공동으로 발표한 연대 선언문 |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 이후 무엇을 해야 하는가?
12월 14일 오후 5시경 국회는 300명 의원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후 7시 24분에 대통령 직무는 정지되었다. 이날에 이르는 여러 날 동안 도서관과 사서들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실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민과 함께했다.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한 것은 새로운 국가나 사회 건설의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 국민과 국무총리 대행체제인 행정부, 국회, 사법부, 시민사회단체 등 모두가 다시는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이 우발적이고 개별적으로 조성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은 물론, 추락한 국격을 다시 복원하는 데 온 힘을 다해,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도서관계도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행해야 할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사립 공공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은 ‘계엄령에 관한 정보가 궁금합니다’라는 주제로 참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작업은 도서관계가 공동으로 했어야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느티나무도서관이 작성한 계엄령에 관한 참고서비스 내용을 다른 도서관들도 활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도서관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출판사인 커뮤니케이션북스는 12월 14일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한 여의도에서 『대한민국 헌법』 책 400권을 무료로 배포했다고 한다. [「경향신문」 2024.12.13. 기사 참고] 탄핵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시민들은 매일 거리로 나와 자신의 요구를 주장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도서관계는 할 일이 있을까? 오래전 미국에서의 일이지만, 2011년 9월 중순 미국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시위가 시작되어 꽤 오래 진행되었다. 시위의 중심적 공간이었던 주코티 파크Zuccotti Park, 이 공원을 점거한 사람들은 이곳을 ‘리버티 스퀘어Liberty Square’라고 불렀다고 한다에는 ‘민중도서관People’s Library’가 있었다고 한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곳에서 책을 빌려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곳을 방문했던 고병권 씨는 이 도서관에 대해 이렇게 전하고 있다. “발언대를 지나가면 ‘민중도서관People’s Library’이 나온다. 거기서 책을 빌려 읽을 수가 있다. 곁에서 ‘마이크 체크’를 외치며 구호가 울려 나오는데도 옆에 책을 읽고 있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풍경이다. 하기는 밴드가 드럼을 치고 색소폰을 불어대도 그 옆에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문구를 적어둔 채 요가와 명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함성이 고요를 방해하지 않으며, 고요 역시 함성만큼이나 강한 소리는 내는 곳이 이곳이다.” [「월간참여사회」 2011년 11월호2011.11.4. 기사 참고] 우리도 혹시 이런 활동이 필요할까?
여전히 비상한 상황이 끝나지 않은 이때, 도서관계 연대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이 다시 한번 향후 도서관계의 활동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고. 모든 도서관과 사서들과 그에 따라 각각의 현장에서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활동을 적극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1. 공립 공공도서관 등록,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필요할 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도서관법」에 따라 모든 공립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은 법 규정 기준에 맞춰 등록을 해야 하는 기한인 12월 7일이 지났다. 과연 공립 공공/작은도서관 등록 상황은 어떠한가? 무척 궁금하다. 도서관 등록 과정에서 한국도서관협회는 지난 11월 공공도서관 등록 관련해서 현황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도 있었다. 이 조사 결과도 궁금하다. 참고로 윤명희의 「공공도서관 ‘등록’의 법적 성격 및 등록관청 인식에 관한 연구」에서 제시한 2023년 12월 30일 기준으로 파악한 전국 예상등록률은 26%였다. 그 후 1년 이상의 시간이 있었으니 분명 이보다는 더 많은 도서관이 등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이 모두 다 100% 등록을 했기를 바라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 한 기초자치단체 도서관운영위원회에 참석했었는데, 그동안 운영해 온 공공도서관 중 몇 곳은 인력 부족 이유로 등록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정부의 정보공개 사이트에서 관련 사항을 검색해 보니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공공도서관 등록 통보 및 경과조치를 위한 기관의견 제출 협조’ 공문을 산하 도서관에 보내고, 몇 도서관은 ‘공공도서관 등록 경과조치를 위한 정원조정 요구안’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실제적으로 어떻게 이 사안이 진행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미 등록기한이 지났으니 기한 중에 등록하지 못한 채 운영 중인 공공/작은도서관은 법에 따라 등록하지 못한, 즉 ‘미등록’ 상태일 것이다. 법에 따른 기준을 갖추지 못한 '미등록' 도서관을 과연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을까?
등록업무를 맡은 17개 시·도와 시·도교육청은 늦지 않게 등록 결과를 공개해 주길 기대한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상황을 일괄 정리해서 국민에게 공개해 주면 좋겠다.
2. 2025년 정부의 도서관 예산, 또 삭감 기조? 걱정이다
역시 ‘12.3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 중에도 12월 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2025년도 정부 예산을 확정했다. 그동안 많이 알려진 바대로 이번에는 여당과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증액은 없이 일부 예산을 삭감한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한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가결된 2025년 예산안 등 참고] 이에 따라 확정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예산은 올해 대비 1127억 원1.6% 증가한 7조 672억 원이라고 한다. [문체부 예산 관련 보도자료 참고]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국회 심의 문턱에서 2년 연속 감액되었고, 정부 전체 예산 중 비중도 올해 1.06%에서 내년 1.05%로 오히려 축소되었다. [「서울경제」 2024.12.11.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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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확정된 2025년 정부 예산 중 정부제출안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예산 중 삭감한 내용 |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서도 몇 건의 감액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 관련이나 출판, 독서 등과 관련한 내용에서는 감액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마 상당 부분 줄어든 관련 예산이 복원, 확장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3. 경기도서관경기도 광역대표도서관 운영 민간위탁 시도? 절대 불가!
경기도서관 민간위탁 시도가 무산되고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겠다는 도지사의 입장 표명으로 논란이 일단락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된 게 아니다. 경기도는 어떻게 직접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방향과 일정 등을 공개하고 도민과 도서관계 등 관계인들과 진솔한 논의와 토론, 협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이 사안과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바로 2001년부터 경기도 서비스 확장과 수준 향상에 많은 노력을 해 온, 그 성과가 뚜렷한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이하 ‘사이버도서관’을 12월 말로 경기도로 이관한다고 한다. 물론 경기도서관이 2025년 개관 예정이니 당연히 사이버도서관의 모든 것을 경기도서관으로 이관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사이버도서관을 운영해 온 전문인력은 경기도서관으로 함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에 위탁 운영 중인 사이버도서관 운영은 팀장 등 6명이 맡고 있다. 그런데 팀장의 전언에 의하면 자신만 경기문화재단에 남아 다른 일을 하게 될 예정이고 나머지 5명은 계약만료로 도서관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이들 인력을 모두 경기도서관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도서관은 책이나 자료, 건물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요소는 바로 경험과 실력, 서비스 철학을 가진 직원들이 제일 중요하고 우선 필요하다. 그런데 경기도서관을 만든다고 그동안 제대로, 열심히, 의미있는 역할을 해 온 사이버도서관 직원들을 데리고 가지 않는다는 건 옳은 판단이 아니다. 아무리 경기도가 직접 운영직영한다고 하더라도 민간인 신분의 직원들을 채용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경기도가 제대로 판단하고 오랜 경험과 실력을 갖춘 현 사이버도서관 직원들이 계속해서 경기도서관에서 경기도민을 위한 도서관서비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시길 촉구한다.
4.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
지난 10월 23일 충청남도의회에 제출된 ‘충청남도 도서관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상근 의원 외 25인, 의안번호 1070이 도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2월 3일 행정문화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되었다고 지난주에 전해드린 바 있다. 당초 개정안에서 두려고 한 ‘자료선정실무위원회’는 충남도서관장과 사서들로 구성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면서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뚜렷이 해치는 등 반국가적·반사회적·반윤리적 내용의 자료’가 반입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려던 조항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조제8호에 따른 유해간행물’로 수정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이미 충남도서관뿐 아니라 대부분 도서관이 시행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청소년 보호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 또는 30명 이상이 서명하여 청소년 유해여부 확인을 요청할 경우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청소년 유해 여부를 확인 요청하고 그 심의 결과에 따르도록 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자칫, 이미 기존에 간행물윤리위원회에 직접 심의를 요청해도 되는 사항을 굳이 충남도서관장에게 그러한 책무까지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 ‘심의대상 및 심의기준’ 내용 참고] 이렇게 수정되어 행정문화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조례안은 12월 16일 본회의에서 수정가결 되었다. 결과적으로 충남도서관의 운영위원회 또는 자료선정 관련 규정의 수준으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조례에 명시한 것은 과잉 조치 아닌가 싶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